여기서 인터넷은행을 만나게 될 줄이야!
최근 그랩에서 업데이트를 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신용카드로 월렛 충전을 하지 못하게 해서 월렛 충전은 반드시 국내 은행 ATM 카드를 연동해야 쓸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신용카드 등록 안 해도 월렛 충전할 수 있어서 편했는데 업데이트 이후부터는 신용카드 등록해 놓고 여정 끝날 때마다 신용카드 결제되게 하거나, 국내 은행 계좌를 받아서 월렛을 충전하는 방법뿐이다. 베트남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베트남 신한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랩 월렛 충전할 때는 외국계 은행은 아무것도 안되고 오로지 로컬 은행만 된다는 사실. 유명한 국영 은행들은 직업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계좌를 만들어주지도 않아서 나는 어째야 하나 머리를 굴리던 찰나, 이전에 WisePass를 소개해 주었던 Ta.Maison 사장님 부부가 우리에게 인터넷은행 Timo를 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니 바로 계좌 만들기 단계에 돌입했다. 카카오뱅크와 다른 점은 100% 비대면 계좌 개설이 아니고 마지막 단계에는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 이건 계좌 개설은 반드시 대면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베트남 정책 때문이라고 들었다. 대신 베트남에서 직업이 있을 필요는 없다. 여권과 유효한 비자만 있으면 계좌 개설 가능!
1) 계좌 개설 신청하기
계좌 개설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아래 사진처럼 내 정보를 넣고 약속 시간을 잡으면 끝! 이걸 보니 Timo 지점은 베트남 전역에 딱 4개 있다. 그리고 은행의 지점을 나타내는 Branch를 쓰지 않고 'Hangout'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뭔가 신선했다.
2) 약속시간에 찾아가기
내가 이 은행에 가장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게 Hangout에 방문한 그 순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은행처럼 보이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기에는 너무나 캐주얼한 분위기였다.
브랜드 컬러인 보라색이 포인트로 들어간 인테리어에 원형 탁자, 편한 소파가 놓인 공간. 얼핏 보면 그냥 카페처럼 보였다. 계좌 만들러 왔다고 하면 직원이 담당자에게 나를 데려다준다. 자리도 은행처럼 번호표 뽑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같이 차 한 잔 하는 기분! 기다리는 사이 음료도 대접해 주는데 시중 은행에서는 상상도 못 할 서비스라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은행과는 다르게 다른 손님과 합석(!)도 된다. 어차피 다들 계좌 만들러 온 사람들이니 직원 1명에 손님은 여러 명 붙는 케이스도 많은 것.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 사람과 진짜 'Hangout'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계좌 만든 일본인 치과의사 아저씨는 아무 얘기가 없었지만....)
보통 은행에 가면 은행원과 내가 마주 보고 그 사이 커다란 모니터가 가로막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다들 태블릿에 정보를 넣고 프린트한 종이는 다른 직원이 갖다 준다. 내가 사전에 신청한 정보와 실제 신분증을 대조하고 정말 본인이 왔는지 (....) 얼굴도 확인한다. 앞서 말한 대로 마지막 서명은 본인이 해야 하기 때문에 종이 두어 장에 서명만 하면 끝.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보라색 무광 체크카드와 임시 비밀번호가 설정된 종이를 갖다 준다. 카드가 예뻐서 또 심쿵!
3) 앱 설정하기
카드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앱 설정하는 것까지 직원이 도와준다. Timo 앱도 우리나라 시중 은행보다 훨씬 나아서 또 감탄했다. (....) 디자인 퀄리티는 모르겠지만 (보라색 도배하는 건 좀...) 굉장히 직관적이고 쓰기 편하다.
내가 받은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번호 받아서 넣은 다음 앱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된다. 사실 베트남 신한은행 앱도 한국 신한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업데이트 전에는 간편 로그인 기능이 없어서 꽤 불편했다. (지금은 Face ID, 패턴, 핀 코드로 로그인 가능) 카카오뱅크 나오기 전에 우리나라 시중 은행 앱들 생각하면... 나는 그냥 공인인증서로 로그인 기능만 주구장창 썼던 기억이 난다.
앱 초기 화면에는 내 계좌 정보, 예/적금 계좌 정보가 함께 나온다. 카카오톡에서 많이 쓰는 것처럼 각 항목을 밀면 바로 핸드폰 요금 충전, 공과금 내기, 이체하기, 예/적금 가입하기 등을 실행할 수 있는 버튼이 나온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이체보다 핸드폰 충전/공과금 내기 등 정말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기능이 제일 앞에 나온 게 신기했다.
이 앱에서 가장 맘에 드는 건 CD기 정보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현금 뽑을 일이 별로 없어서 CD기 위치를 기억해야 할 필요가 별로 없었는데 여기서는 현금을 많이 쓰다 보니까 베트남 신한은행 위치를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 지난번 달랏에서 다른 은행 ATM에서 돈 뽑았다가 수수료가.... (말잇못)
Timo는 17,000개 로컬 ATM에서는 출금수수료가 없고 VPBank CD기에서는 무료로 입금도 가능하다. 심지어 베트남 신한은행 ATM들도 입금되는 기계가 많지 않았었는데 Timo에서는 가능하다니! 타행 이체할 때마다 수수료 드니까 그냥 돈 들고 ATM 가서 입금해야겠다 (....)
이게 생긴 지 얼마나 됐을까 하고 찾아보니 Timo는 무려 2016년 9월에 출시됐다고 한다. 카카오뱅크가 2017년에 나왔으니 한국보다도 거의 1년이 앞선 셈. 처음에는 그랩 월렛 때문에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는데 경험해보니 베트남 생활에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간이 작아서 큰돈 넣어놓지는 못하겠지만 소소하게..)
(+) 베트남에서 은행이 망한 적 있어서 은행에 대한 신뢰가 아주 높지는 않다고 들었다. 예금자보호법이 여기 있었나...?
(++) 그리고 나는 여기서 소득이 없기 때문에 출처가 불분명한 돈 (=소득이 아닌 돈)은 송금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계획을 잘 세워서 현금으로 (5천 불 이하) 들고 나가거나 아니면 소득이 있는 남편 이름으로 해외송금을 해야한다.
* 정보 참고한 곳
Timo 공식 홈페이지 https://timo.vn/en/
https://brunch.co.kr/@musestory/40
https://www.youtube.com/channel/UCSW2YPqGIkjGFZkwUNwECUw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70405010003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