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 Dec 10. 2018

글로벌 대표 공유 오피스 WeWork

이제 WeWork으로 출근합니다, Do what you love!

나의 험난했던 호치민 정착 과정에 가장 기다리던 곳 중 하나가 WeWork였다. 지난번 전업주부 퇴직 선언 글에도 썼듯이 남편 회사 건물에 WeWork가 런칭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얼른 내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난주, 드디어 호치민에 베트남 첫 WeWork 지점이 오픈했다. 


사실 나는 이제까지 WeWork와 같은 공유 오피스에서 일해 본 경험은 전혀 없고, 평범한 회사 건물에 출근했었다. 그냥 내 지정 자리가 있고 회사 탕비실이 있는 평범한 사무실. 막연하게 이 곳을 '프리랜서도 일할 수 있는 공간' 그것도 '하루 또는 월간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자리'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실제 경험은 그와 달리 꽤 충격적이었다. 그야말로 컬처쇼크. 



처음에는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이 그렇듯) 보통 카페에서 작업을 했었다. 호치민에도 발에 채일만큼 많은 게 카페고 커피도 맛있으니까. 하지만 나 혼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중간에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그때부터 고민을 해야 했다. 아예 짐을 싸들고 나갈 것인가, 중요한 것만 챙겨서 그냥 다녀올 것인가. 사실 서울이었으면 지갑하고 핸드폰만 챙겨서 화장실 다녀오겠지만 여기서는 (아니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어디에서든) 불안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작 카페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봐야 2-3시간 정도. 또 문제 중 하나는 책상이 전혀 업무 친화적이지 않다는 거였다. 사실 카페는 앉아서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테이블이 클 필요도 없고 의자가 엄청 좋을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목적에 맞지 않게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다음에는 호치민 안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들을 찾아다녔다. 스타트업 창업 열풍으로 지금 호치민에도 크고 작은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프랜차이즈부터 작은 공간에 책상 몇 개 놓고 코워킹스페이스로 운영하는 곳까지. 


보통 Daypass 가 있어서 하루에 7천 원에서 만 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처음이라 trial 해 보고 싶다고 하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곳들도 있다. 초반에는 이 코워킹 스페이스 메뚜기(?)에도 만족했으나 나중에는 그 또한 스트레스였다. 인간은, 아니 나는 정착하도록 설계돼 있는 건지 움직이는 것에 금방 지쳐버렸다. Daypass는 공용 공간에 있는 자리만 쓸 수 있어서 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계속 다른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탐색하는 것부터 이미 스트레스. 


역시 일하려면 내 책상에 서랍이 있어야 한다. 내 자리에 겉옷이나 슬리퍼, 칫솔 같은 것도 두고 넓은 책상에 이것저것 늘어놓을 수 있는.  



Hello, WeWork

WeWork 오픈일에 대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나 SNS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WeWork에서 주최하는 크리스마스 마켓 이벤트에 우리 집 가구 구매를 도와준 컨설팅 업체가 있는 걸 보고 그 대표에게 연락해서 물어봤다. 


"안녕, WeWork 크리스마스 마켓에 참석하는 거 같던데 언제 열어?"

"이미 열어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 있어, 담당자 연락처 알려줄까?"

"....!"


이럴 수가.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열었다니. 나는 바로 투어 예약을 한 뒤 WeWork로 향했다.


언제 인테리어를 다 끝냈지..?

분명 2-3주 전쯤에 남편하고 같이 이 건물 왔을 때 인테리어 공사 먼지 폴폴 날리던 공간이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세련된 오피스로 변했다. 오피스 투어 왔다고 하니 담당자가 나와서 나의 인적사항(?)을 묻고 공간을 소개해 주었다. 


처음에는 Hot Desk (지정석 없이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는 것)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짐 때문에 락커를 쓰고 싶다고 했더니 Shared desk를 소개해 주었다. 한 부스를 여러 명이 나눠서 쓰는 거지만 개인 서랍도 있고 책상도 널찍했다. 게다가 오픈 첫 주라서 프로모션을 많이 받은 덕에 Hot desk와 가격 차이가 별로 없었다는 점. 드디어 생겼다, 내 자리! 


* 멤버십 정가는 한국 WeWork와 큰 차이가 없음. 


채광 좋은 우리(?) 방과 랩탑 스티커

첫날 앉아서 이 공간을 탐색하는 동안 WeWork이 성공한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나야 혼자니까 어디서든 랩탑 펼 수 있는 곳이면 일할 수 있지만 네다섯 명쯤 되는 작은 회사라면 사무실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이고, 편하게 업무 공간을 임대할 수 있는 WeWork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단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고 내 랩탑만 들고 가면 되니까. 계약 절차부터 건물 가이드, 출입카드, 탕비실, 회의실 등등 사무실 임대와 정착에 드는 크고 작은 리소스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WeWork 스태프들이 업무시간 중에는 상주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문제는 그들 선에서 해결된다. 여기서 WeWork의 지향점이 "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큰 장점 중 하나는 네트워크다. WeWork 내에서는 수시로 이벤트가 열리고, 멤버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SNS를 쓰는 것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요즘 주목받는 "느슨한 관계 맺기"가 자연스레 일어나는 것. "우리 회사 사무실 (또는 사옥)"이었다면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특히 여기 호치민 WeWork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다 보니 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오늘 처음으로 나는 남편과 같이 출근했다. 아마 이따 점심시간에는 같이 점심을 먹고 중간에 졸리면 잠시 나와서 커피 한 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루틴 하고, 또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은 처음이라 아직은 어색하지만 이 시간이 내게 의미 있는 날들이 되기를 바란다. 



* 참고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의 카카오뱅크 Tim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