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으로 알아 본 베트남의 정치 체제
최근 두 개의 국장이 베트남에서 엄수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진행 중이지만...) 하나는 우리나라의 이낙연 총리가 장례식에 참석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쩐 다이 꽝 주석'의 장례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도 므어이 전 서기장'의 장례식이다.
#1. 9/26~27 쩐 다이 꽝 주석 장례식
이 날 국장이 진행 중이라는 걸 피부로 와 닿게 한 건 그랩 앱의 검은 리본과 흑백 지도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 베트남 현지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눠볼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의 무게감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iQO-b7Z_Tg
#2. 도 므어이 전 서기장 장례식 (10/6~7)
사실 나는 이 장례식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가 영화관 시간표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걸 보고 나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 찾아보니 이 기간 동안 모든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고 유흥/오락 활동이 금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정작 여기에 살고 있는 나는 일상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주말을 맞아 여행 온 관광객들이 이 소식을 미리 접하고 관광 스케줄을 조금씩 변경한다는 이야기들을 커뮤니티에서 봤다.
* 국장 기간 동안 하노이 시내 주요 도로 통제 소식
주석과 서기장이라는 직함이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실생활에 이렇게 영향을 주는 '국장'도 처음이라 궁금해서 이것 저것 찾아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일당제(공산당)이기 때문에 이게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KOTRA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1930년 2월 3일에 창당, 2015년 기준 약 450만 명 이상이 공산당원이라고 한다. 국가 주석은 임기 5년이고 국회의원 중 선출된다. 1992년 헌법 개정으로 신설된 이 자리는 베트남을 대내외로 대표하고, 국가방위 및 안전평의회 의장을 겸직한다. 인민군 통수, 법률 공포, 장관 및 정부 기타 인사를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이며 베트남의 대통령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쩐 다이 꽝 주석은 2016년 4월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현재 임기 중인데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당 서기장은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의 인물로, 현재 베트남의 서기장은 '응우옌 푸 쫑'이다. 앞서 말한대로 베트남은 일당제 사회주의 국가로, 5년에 한 번 열리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베트남의 정치 리더들을 선출한다. 전당대회에서 당 서기장과 국가 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베트남 최대의 정치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사망한 도 므어이 전 서기장은 88년부터 91년까지는 총리, 91년부터 97년까지 서기장을 지냈다고 한다.
지금 공석인 국가 주석 자리는 부주석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으나, 공산당에서 오는 22일 현재 서기장을 국가 주석으로 공식 선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명이 두 개 이상의 직책을 겸직하는 게 호치민 이후 두 번째라고 하니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이다.
* 참고: 베트남 주요 인사 (권력서열 순)
당 서기장 - 국가 주석 - 국회의장 - 수상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619483
내가 있는 호치민에서는 영화관이 주말 동안 하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큰 변화는 없다. 수도인 하노이에서는 주요 도로를 통제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소식도 (아직까지는) 없었다. 해외에서 지내는 동안 연달아 두 개의 국장을 경험하다니 이 또한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