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만난 뗏(Tết) 풍경
이틀 뒤면 베트남에서도 음력 새해가 밝는다. 우리나라 설날과 마찬가지로 이 곳에서는 뗏(Tết)이라고 해서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을 보낸다. 연휴가 많지 않은 베트남에서 가장 길게 쉴 수 있는 날이라 여기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가거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만 우리 부부는 연휴 기간 중 절반 정도만 여행을 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호치민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 덕에 어딘가는 익숙하고 어딘가는 생소한 명절 풍경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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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 장식
뗏 기간이 되면 호치민 시내 랜드마크나 길거리에 노란 꽃 장식이 넘실거린다. 조화 장식도 있지만 생화로 장식하는 경우도 많다.
왜 이렇게 노란 꽃을 많이 장식하나 했더니... 베트남 남부에서는 호아 마이라고 하는 이 꽃이 새 계절, 봄의 상징이라고 한다. 또 황금색과 비슷해서 재물을 상징한다고도 들었다. 역시 새해에 돈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만국 공통. 우리나라는 설날이 겨울이라 보통 설날을 형상화한 이미지들을 보면 한복에 털모자를 쓰고 있는 게 대부분인데 여기에서는 만개한 꽃이 새해의 상징이라니. 그리고 베트남 북부 지방에서는 분홍색 꽃 호아다오가 아름답게 피어서 이게 뗏 기간 거리를 장식한다고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뗏 장식이 되어있는 북쪽 지방에도 가보고 싶다!
올해는 돼지의 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올해는 돼지의 해! 그 덕에 돼지 장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물마다 다른 디자인의 돼지와 꽃 장식이 놓인 걸 보면 다들 아이디어 내느라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 이 와중에 똑같이 생긴 돼지는 아직 보지 못했다!
세뱃돈 봉투, Li Xi
우리나라의 설날처럼 여기에서도 Li Xi라고 부르는 돈을 주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영어로는 Lucky money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 세뱃돈과 비슷해서 보통 아이들에게 준다고 들었다. 봉투는 뗏 기간에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무더기 주기도 하고, 마트나 시장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좀 더 신경 쓴다면 뗏 기간 이벤트로 봉투에 글씨 써주는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나는 어릴 때 은행 이름 적힌 봉투나 아무 장식 없는 흰 봉투에 세뱃돈을 받았어서 이렇게 발랄한(?!) 디자인의 봉투가 신기하면서도 좀 부러웠다. (아, 최근에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프렌즈 세뱃돈 봉투를 준 적 있어서 그게 참 좋았다!)
위챗의 홍바오처럼 그랩도 Li Xi 이벤트에 나섰다. 그랩 머니를 빨간 봉투에 넣어서 친구에게 전달하면 그랩 쿠폰을 주는 이벤트다. (100원도 안 되는 쿠폰이긴 하지만...) 앱을 열었을 때 봉투가 뿅 하고 나오는 게 정말 럭키머니 받는 기분이라 소소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이벤트였다.
시청 앞 광장은 거대한 꽃과 책의 거리로 변신
서울의 광화문광장과 비슷한 호치민의 시청 앞 광장도 뗏 기간에는 거대한 꽃의 광장으로 변한다. 나는 어제 우연히 광장이 오픈되기 전에 지나가면서 보느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형형색색의 다양한 꽃들이 커다란 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광장에서 동커이 거리로 연결되는 작은 골목들은 책과 소품을 판매하는 부스들로 채워졌다. 이 행사는 2월 2일 오후 7시부터 2월 8일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뗏 기간에 호치민에 있다면 한 번쯤 가볼만하다!
뗏 스페셜 에디션 물건들
이쯤까지 오니 우리나라의 설날보다 베트남의 뗏은 훨씬 더 떠들썩한 느낌이다. 뗏 장식을 한 물건들이 마트 곳곳에 진열되는데 공산품은 기념 삼아(?!) 한 두 개쯤 사 볼만하다. 그렇지만 저 황금수박은 굳이... 인증샷 찍는 것 말고는 용도가...
호치민에서 다른 풍경의 설날을 맞이하니 기분이 색다르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설날에는 집에서 남편과 함께 간단히 떡국 끓여먹고 설날 특선 영화나 신나게 봐야겠다.
Chúc Mừng Năm Mới!
*참고자료
2019년 뗏 서바이벌 자료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대박이다. 호치민 시내 유명한 가게들 언제까지 닫고 언제 여는지 전부 표시되어있음. 그리고 뗏 기간에 할만한 활동들도 요약돼 있으니 연휴 기간 이 도시에 있다면 꼭 확인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