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R (Vienam Coffee Republic)
호치민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카페가 하나 있다. Vietnam Coffee Republic, 줄여서 VCR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깔끔한 디자인과 모던하면서 조용한 실내 분위기 덕분에 나는 이 공간의 팬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베트남의 카페는 소음에서 자유롭지 않다. 나도 아직까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로컬 카페든 우리가 흔히 아는 실내 공간이 있는 카페든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포함) 조용히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은 편이다. 6성조가 있는 베트남어 특성상 세네 명만 모여서 평범하게 이야기해도 엄청나게 시끄러운 느낌이다. 그래서 '작업하기 좋은' 공간을 사냥하듯이 찾아다니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VCR은 커피 맛, 실내 분위기, 합리적인 가격대 모두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는 곳이다.
일하기 좋은 VCR의 공간
VCR 카페는 대부분 작은 골목 안에 있다. 하지만 내부 공간은 꽤 넓은 편. 그중에서도 윙티민카이에 있는 'VCR the Roastery'는 카페가 아주 널찍했다. 특히 중간에 있는 큰 테이블이 마음에 들었는데, 혼자 와서 작업하기에 좋아 보였다. 또 이 지점이 좋은 건 막다른 골목에 있어서 지나다니는 오토바이가 많지 않고, 맞은편이 건물 벽이라 가게들이 마주 보고 있지 않다는 것. 길을 지나다 우연히 만나기는 힘든 카페다.
허름한 레탄톤 좁은 골목에도 VCR이 있다. 매장이 넓지는 않지만 다른 지점처럼 긴 테이블이 있어서 작업 가능. 내가 방문했을 때는 귀여운 멍멍이가 나를 반겨줬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조용히 커피 한 잔 하기에는 좋지만 가게 내부가 좁아서 오래 머무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여러 번 갔었지만 항상 테이크 아웃하고 바로 나오게 되는 곳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VCR은 타오디엔에 있다. 서비스 아파트 1-2층을 카페로 쓰고 있는 곳인데 전체적인 VCR 분위기에 키덜트 감성을 더했다.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집과 가까운 것도 있고 사장님이 한국 분이라 그런지 카페 분위기가 한국인인 내게 아주 익숙하기 때문이다. 1층에는 다른 VCR과 마찬가지로 긴 테이블이 있고 2층에 올라가면 2명씩 앉아서 이야기하거나 일하기 좋은 자리들이 있다. 갈 때마다 이 곳에서는 항상 노트북을 펴 놓고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커알못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
나는 디자인 전공자는 아니지만 VCR의 디자인을 참 좋아한다. 그 이유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나 같은 커알못도 아주 쉽게 상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VCR의 원두백에는 큼지막하게 비율이 써져 있어서 어떤 배합으로 구성돼 있는지, 뒷면에는 원두를 갈았을 때 무슨 용도에 맞게 갈았는지 직관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칸이 있다.
또 원두백 밑에 자그마한 패턴이 하나 있는데 이건 나름 그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나는 아직 커피 맛을 잘 알지 못하지만, 입 안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맛이 이 그림과 비슷할까 생각하면서 맛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듯.
집에서도 양질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편한 방법으로 VCR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요즘 워낙 홈카페가 유행이라 집에 커피 머신 있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나는 그럼에도 카페에 가는 걸 더 선호해서 아주 간편한 방법 (예: 인스턴트)으로 마실 수 있는 커피 옵션만 두는 편. 그래서 VCR의 드립백과 콜드 브루가 참 마음에 든다. 나 같은 일반인이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고 커피의 퀄리티를 해치지 않으려면 이 선택이 최선이지 않을까.
특히 저 병에 든 제품은 'Ready to Drink'라는 별도의 브랜드다. 베트남 전통 커피인 '카페 다 (아이스 블랙커피)', '카페 쓰어다 (아이스 연유 커피)'라는 이름을 콜드 브루 커피에 붙인 것. 역시 '베트남 커피 공화국'이라는 카페 이름에 맞는 네이밍이다. 아직 콜드 브루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한 번 사봐야겠다.
매일 갈 수 있는 카페, VCR
전반적으로 VCR은 '초심자를 위한 카페'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 공간은 우연히 만나기는 어려워도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커피를 모르는 사람도 편안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 매일 같이 찾아가서 공부하거나 일을 해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
나는 멋모르고 매일 카페 쓰어다 마시다가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던 사람으로 VCR의 '매일 마셔도 괜찮은' 커피 맛이 좋다.
Homepage: https://republic.coffee
Ready to Drink: http://www.readytodr.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