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sine (루진)
<카페 인 사이공> 매거진에 가능한 주 1회 호치민의 카페에 대해 연재합니다. 저는 커피 전문가가 아니라서 커피 맛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단지 커피 마시는 시간과 카페라는 공간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순서는 선호도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 매거진의 첫 글이 L'Usine (루진)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호치민에 와서 가장 먼저 간 카페가 이 곳이기 때문이다.
호치민에 답사 차원으로 처음 왔을 때 내가 묵었던 곳은 오페라하우스 근처의 카라벨 호텔. 지금이야 오토바이 가득한 길을 아무렇지 않게 건넌다지만 그때만 해도 바로 앞의 동커이(Dong Khoi) 길을 건너는 것도 무서웠다. 반면에 남편은 호치민으로 꽤 여러 번 출장을 왔고 그때마다 카라벨 호텔에 묵었으며, 저녁 먹고 난 뒤에는 포켓몬 고를 하면서 도심을 거닐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핸드폰 보면서 걷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겠지) 나보다는 아주 조금 이 도시에 익숙한 그가 자신 있게 추천한 곳이 호텔에서 10미터 떨어져 있는 L'Usine (루진)이었다.
간판이 아주 크게 달려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치 숨은 카페를 찾아가는 기분.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면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그게 벌써 1년도 더 지난 일이라 지금도 같을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카페 공간 외에는 다른 곳을 둘러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생전 처음 겪는 무더위, 이 도시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약간의 불안감에 혼을 놓고 있었다. 오로지 내게 제대로 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반가웠을 뿐.
그리고 나서 두 달쯤 지나 레탄톤에 있는 다른 지점을 가보고 나서야 루진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게 됐다. 여기는 카페(+레스토랑) 겸 편집숍이었던 것. 의류부터 액세서리, 잡화 등 다양한 물건이 놓인 공간이 루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렸다. '베트남스럽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그래, 생각해보니 이름처럼 프랑스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L'Usine = The Factory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루진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 찾아봤다. 루진은 프랑스어로 '공장'이라는 뜻인데 무슨 의도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궁금해졌다. '대량 생산'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공장은 소량이지만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편집숍과는 상반되는 뜻을 가졌기 때문이다. (혹시 역설의 미학?) 연결고리를 그나마 찾아보자면 이 공간의 인테리어가 살짝 인더스트리얼 컨셉을 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최근 타오디엔(*호치민 2군에 위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오픈한 루진은 시내의 세 곳과 다르게 매장이 아주 넓다. 특이한 건 기존에 카페(+레스토랑) 겸 편집숍으로 유명한 곳을 인수해서 건물 골조는 거의 그대로 두고 루진의 인테리어만 살짝 입혀서 다시 선보인 것. 게다가 타오디엔 스타벅스 맞은편에 위치해서 마치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로컬 프랜차이즈의 대격돌을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최근 타오디엔 루진에서 에어컨 나오는 공간은 너무 시끄럽고 밖은 조용하지만 너무 더워서 당분간 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전에 코코이스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거의 간판만 바꿔 달은 수준인데도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하는 생각.
처음에는 루진이 대표적인 사이공 로컬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타오디엔에 상륙하고 난 다음부터는 내 기준에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이 된 느낌이다. 정말 호치민의 '공장'이 되려는 것일까?
루진의 모 브랜드는 'L Concept' 이고 호치민의 유명 레스토랑 NAMO와 L'Usine 을 갖고있다. 사무실은 Pizza 4P's 하이바쯩 지점 (+ About Life Coffee Brewers) 바로 옆.
현재 호치민 시내 루진 지점은 4개 (동커이 / 레탄톤 / 레로이 / 타오디엔) 이며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은 2군 타오디엔 지점임. 레로이 지점은 바로 앞이 공사 중이라 찾아가기 조금 불편.
루진 편집숍에는 로컬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가 공존함. 가격은 꽤 비싼 편.
마찬가지로 음식 메뉴도 베트남 음식과 일반적인 서양식이 같이 있음.
루진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사이공 사람이 만든 브랜드는 아님(!)
https://www.instagram.com/lusine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