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을 유의미하게 남기기 위하여
이제 새로운 매거진, '카페 인 사이공'을 시작한다. 베트남 생활하면서 매거진이 벌써 3개 째인데 이번 매거진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전까지 내 글은 기획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썼다면, 이번 매거진은 전체 구성을 미리 생각해 두고 그에 맞는 글을 쓰려고 한다.
호치민에서 매일 카페를 다니게 된 이유
한국에서도 나는 카페를 좋아했다.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일상과 조금은 동떨어진, 색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호치민에 오고 난 다음부터는 더욱 열심히 카페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건 정착 초반 나의 우울함을 잊고 싶은 게 가장 컸다. 브런치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성인이 된 이후 인생 최저 몸무게를 달성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을 조금이라도 멀리하려면 어디로든 도피하고 딴 생각을 해야만 했다. 나는 회사도 다니지 않으니까.
조금 정신을 차리고 난 다음 다행히 파트타임으로 리모트 워크를 할 수 있게 돼서 내게 작업할 공간이 필요했다. (집에서는 게을러서 일이 안됨) 나는 노트북만 있으면 되는 일이니까 넓은 테이블, 편한 의자,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를 하염없이 찾아다녔다. 그 덕에 타오디엔에 있는 카페는 거의 빠짐없이 가 본 듯. 덕분에 나의 취향도 알게 됐고, 적당히 일하는 습관도 들일 수 있었다.
나는 카페를 갈 일이 있을 때면 최대한 안 가 본 곳을 가보려고 노력한다. 이게 내가 이 도시에서 재미를 느끼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내가 쌓은 데이터가 아까워서 인스타그램 계정도 따로 운영했고, 광고 없이 팔로워 1,000명을 넘기는 성과(!)를 이뤘다.
호치민 카페의 매력
내가 이제까지 다닌 카페들은 유명한 프랜차이즈부터 동네 아주 작은 카페까지 정말 다양하다. 이 곳에서 느낀 카페의 매력은 '뻔하지 않다'는 것. 세계 2위의 커피 생산량을 자랑하는 커피 대국인만큼 개성 넘치는 커피와 카페가 즐비하다. 매끈하게 표준화된 무언가는 아니지만 날 것의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게다가 가격도 착하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나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라 하루 최대 두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혼자 일하러 가든, 친구들과 커피 마시러 가든 나는 내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보물 같은 카페를 찾는 데에 사용했다. 초반에는 멋모르고 카페 쓰어다를 매일 들이키다가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서 한 달간 커피를 마시지 못해 힘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더 오래오래 커피를 마시고 카페라는 공간을 즐길 수 있을 테니.
원대한 나의 계획
인스타그램에 짤막하게 카페 글을 쓰다 보니 좀 더 알고 싶어 지는 카페들이 생겼다. 베트남의 유명 프랜차이즈부터 80년 된 카페, 분위기가 독특한 카페들까지. 그래서 브런치에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어서 '1 카페 1 포스트'를 써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나도 카페에 숨겨진 이야기라든가, 재밌는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이번 매거진의 목표는 출간이다. (야망이 득실득실)
이제는 정돈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호치민으로 여행 오는 사람들에게 관광지나 맛집 말고 색다른 정보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최근 브런치에서 '브런치북' 서비스를 런칭한 의도와도 맞물리는데 이 플랫폼이 글 쓰는 사람을 위한 것이니만큼 한 번쯤은 종이책(전자책 포함)을 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래서 나는 앞으로 최소 30개(!)의 카페글을 써서 브런치북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내 볼 생각이다. 이왕 시작하기로 맘먹은 거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