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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Sep 19. 2019

교통체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트남이 보인다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의 마인드

조금 전 그랩 바이크를 타고 카페로 오는 길, 시내 중심가는 시간 불문하고 늘 교통체증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이리저리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생각해보니 이 길은 베트남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과 아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얼마 전 다른 분들하고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했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아서 나 혼자만의 가설을 마음껏 풀어본다. 


(강조)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차선 맞춰서 서 있는 차를 찾아보자... 자세히 보면 대부분 바퀴가 돌아가 있음!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그러니까 그랩 바이크도 타기 전 보통 나는 택시나 그랩 카를 불러서 다녔는데 이 사람들의 운전 습관 중 이해하기 힘든 게 있었다. 앞에 차가 멈춰있을 때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1분 아니 30초도 못 참고 빈 틈을 찾아 꾸역꾸역 핸들을 돌리는 것이었다. 중앙선도 개의치 않고 넘나들고 차끼리 거의 닿기 직전 (심지어 닿은 적도 있음) 인데도 어쨌든 움직인다. 


나는 그들의 이 운전습관을 오토바이를 타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들은 오토바이 운전하듯 차를 운전한다.


오토바이 멈출 때는 이렇게

오토바이, 아니 자전거라도 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륜차를 멈추는 건 아주 귀찮은 일이다. 멈추려면 내 두 다리를 내려서 땅에 짚고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 그래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편하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도 오토바이 운전하던 습관이 자동차를 운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차들은 차선 상관없이 아무데서나 유턴하고, 길이 막히면 돌아서라도 움직인다. 


아름다운 쿠알라룸푸르, 하지만 시내 교통체증은 말잇못

반면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전혀 달랐다. 지난달 잠시 들른 쿠알라룸푸르에서 나는 멋모르고 그랩 카를 탔다가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에 갇히고 말았다. 차로 5분 거리, 걸어서 20-30분이면 갈 거리를 귀찮다고 차 탔다가 1시간 뒤에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문자 그대로 길이 거대한 주차장이 된 상황...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하고 내릴까 말까 고민하는데 오히려 드라이버는 평온. 심지어 차가 1도 움직일 기미가 없자 그는 아예 기어를 바꿨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가 '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라고 했더니 드라이버는 웃으면서 '이 시간대가 그렇지 뭐!'라고 말하는 것. 


나만 이렇게 전전긍긍했구나. (....) 


호치민이었으면 차들이 1cm라도 움직이려고 난리가 났을 텐데 쿠알라룸푸르는 차들이 그냥 멈췄다. 시동만 안 껐다 뿐이지 주차 상태랑 다를 바가 없는... 이 이야기를 남편과 남편 회사 동료분들께 했더니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한 그들이 한 마디 했다. 


길 위의 모습이 그 사람들 일하는 거랑 똑같아요
여기는 인도인가 차도인가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물론 내가 베트남에서 직장생활을 해 본 건 아니지만 생활하면서 마주한 많은 근로자들을 돌이켜보면 그렇다. 내가 커스텀 옷장을 주문했을 때 최종적으로 원하는 건 완성된 옷장이지만 그걸 내 집에서 조립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치수를 정확하게 재고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일단 구멍을 내고 보는... 그러다 내가 컴플레인하면 어쨌든 또 수정을 하지만 그 사이 내 옷장은 너덜너덜. 일단 움직이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할 수는 없었던 걸까. 


놀랍게도 남편 회사에서 일하는 베트남 사람들도 부지런히 일하고 (심지어 야근함)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데 그게 삽질(....)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반면에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일할 때는 내가 쿠알라룸푸르 도로 위에서 본 광경 그대로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고 멈춰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보니 브런치의 타인의청춘 작가님이 쓴 말레이시아에서 살기 어려운 이유 중 1번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것이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걸로. 



오늘도 내가 탄 그랩 바이크는 길이 막히니까 크게 한 바퀴 돌아서 목적지로 향했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 그러려니 한다. 


그랩 바이크로 드라이브!

드라이브하고 좋네! 



다른 나라의 도로 풍경도 비교해보자!


#싱가포르: 질서정연



#서울: 질서정연 (2)


#토론토: 차가 별로 없음 (....) , 정지선 절대 넘지 않음


#오슬로: 러시아워는 오후 4시부터 (사진 찍힌 시간 보니 오후 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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