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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Sep 24. 2019

당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호치민의 풍경

그야말로 예측불허, 평범한 도시는 아냐

오늘도 나는 호치민에서 새로운 광경을 봤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일 년이 넘도록 매일이 새롭다니. 물론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일 수 있지만 나는 해외생활을 하는 외국인이니까, 내 눈에 신기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내가 그간 이 도시에 만난 풍경 중 인상 깊은 것 몇 가지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길 위의 동물들

누군가 내게 호치민이 동물 친화적이냐고 물으면 100%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호치민에서는 지나가는 개를 납치해서 시장에 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종종 나는 이 곳에서 아주 평화로운 동물들을 만날 때가 있다. 

반려닭을 아시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닭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말이다. 위 사진들 모두 호치민 시내 중심가에서 찍은 건데 정말 닭을 키우는 사람이 있었다. 소쿠리 엎어 놓은 것 같은 닭장(?)에 닭을 가뒀다가 때 되면 닭들이 산책을 한다. 도망가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 특히 오른쪽 사진의 아저씨는 아주 정성스럽게 닭 얼굴을 닦아주셨다는 점... 아저씨의 사랑이 느껴진다. 


이렇게 도심에 닭이 많아서인지 새벽에 닭 우는 소리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잔다..

요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길멍이도 많이 보인다. 나는 큰 개를 무서워해서 길에서 개를 보면 흠칫하는데 의외로 호치민의 개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에 큰 관심이 없다. 대체로 특별히 경계하거나 공격적이지 않아서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면 별 일은 없다. (그래도 개마다 성격차이가 있으니 절대 도발은 금물) 


초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큰 달팽이 처음 봤다 (손바닥만 함)

비가 온 다음 날이면 가끔 달팽이들이 아파트 화단에서 나온다. 어릴 때 이후로 이렇게 큰 달팽이를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던 기억. 달팽이들을 만난 이후 나는 바닥을 유심히 보면서 걷게 됐다. 그 외에도 큰 쥐(....)나 바퀴벌레(....)나 이름 모를 벌레들도 많이 보지만 그건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니 패스하는 걸로... 


여기 동물원 아님

참, 얼마 전에는 식당에서 공작새 두 마리를 봤다. 이 친구들도 식당에서 키우는 것 같은데 컨셉 한 번 난해하다...


오토바이 위의 동물들


눈 시릴까 봐 강아지도 물안경 착용
캐리어가 없다면 바구니라도
강아지도 오토바이 위에서 휴식

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답게 동물들도 오토바이를 탄다. 외국인들 눈에는 캐리어 없이 동물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게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이게 생활인데 뭐 어떤가 싶다. 베트남에서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태어날 때부터 오토바이를 탔을 텐데 말이다.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기서는 갓난아기도 안고 오토바이에 탐)


참고로 저 물안경 쓴 강아지 사진은 오늘 찍은 건데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강아지가 물안경을 쓰다니, 그것도 오토바이 위에서!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눈이 매울까 봐 강아지에게 물안경을 씌운 반려인의 사랑과 창의력(!)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참, 이렇게 가까이서 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나도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 


비가 오면 물길이 생긴다


우기에는 차들이 물살을 가르고 달린다

우기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쏟아지는 비에 길이 잠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마와는 다르게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가 내려서 배수 시설이 좋지 않은 호치민의 도로는 금방 잠길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나는 대충 비가 올 것 같은 하늘도 알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건물 안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저 빗물을 밟을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차나 오토바이로 저 물을 건너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오토바이 바퀴가 절반 넘게 잠기고, 차 안에 앉아 있으면 차 바닥 밑에 빗물이 찰랑찰랑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수륙양용차를 타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더 난감한 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밟을 땅(?)이 없을 때다. 그럴 때는 거의 종아리까지 차는 빗물에 내 다리를 담가야만 하는데 더운 곳이라 그런지 빗물에서 뜨뜻한 기운이 느껴질 때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나빠진다. 물론 도로 위에 차 오른 빗물은 절대 깨끗할 리 없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호치민에서 우기를 겪은 다음 나는 신발에 절대 큰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길 위의 가게들
길 위에서 머리도 자르고 옷 수선도 하고

호치민에서는 아주 쉽게 노점상들을 만날 수 있다. 음식을 파는 건 아주 흔하고 서비스업(!)을 하는 분들도 만났다. 길 위에 거울 하나, 의자 하나 놓으면 이발소가 되고 재봉틀만 있으면 수선 가게가 된다. 한국에서도 간혹 구두굽을 가는 정도는 길 위에서 해 본 적 있는데 이렇게 사면이 오픈된 형태에 최소한의 도구(?!)만 갖춘 가게는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이 풍경이 아주 낯설었다. 


뗏 기간의 로컬 시장

또 로컬 시장은 대부분 오토바이 드라이브 스루(!)가 가능한 구조다.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하지만 중간중간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토바이에 앉아 장을 보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내가 오히려 어색하다. 




기사님 교통체증에 시달리면 노래 한 곡?
애국심 투철한 갑부의 데칼

내가 여행을 적게 다닌 것도 아닌데 유독 호치민에서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특이한 광경을 많이 본다. 단순히 이국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고 일상 전반에서 내 예상을 깬다고 해야 하나. 


문자 그대로 이 도시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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