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호치민의 풍경

그야말로 예측불허, 평범한 도시는 아냐

by 앨리스

오늘도 나는 호치민에서 새로운 광경을 봤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일 년이 넘도록 매일이 새롭다니. 물론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일 수 있지만 나는 해외생활을 하는 외국인이니까, 내 눈에 신기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내가 그간 이 도시에 만난 풍경 중 인상 깊은 것 몇 가지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길 위의 동물들

누군가 내게 호치민이 동물 친화적이냐고 물으면 100%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호치민에서는 지나가는 개를 납치해서 시장에 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종종 나는 이 곳에서 아주 평화로운 동물들을 만날 때가 있다.

IMG_1347.JPG
IMG_2405.JPG
반려닭을 아시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닭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말이다. 위 사진들 모두 호치민 시내 중심가에서 찍은 건데 정말 닭을 키우는 사람이 있었다. 소쿠리 엎어 놓은 것 같은 닭장(?)에 닭을 가뒀다가 때 되면 닭들이 산책을 한다. 도망가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 특히 오른쪽 사진의 아저씨는 아주 정성스럽게 닭 얼굴을 닦아주셨다는 점... 아저씨의 사랑이 느껴진다.


이렇게 도심에 닭이 많아서인지 새벽에 닭 우는 소리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IMG_2389.JPG
IMG_2574.JPG
잔다..

요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길멍이도 많이 보인다. 나는 큰 개를 무서워해서 길에서 개를 보면 흠칫하는데 의외로 호치민의 개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에 큰 관심이 없다. 대체로 특별히 경계하거나 공격적이지 않아서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면 별 일은 없다. (그래도 개마다 성격차이가 있으니 절대 도발은 금물)


IMG_0592.JPG 초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큰 달팽이 처음 봤다 (손바닥만 함)

비가 온 다음 날이면 가끔 달팽이들이 아파트 화단에서 나온다. 어릴 때 이후로 이렇게 큰 달팽이를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던 기억. 달팽이들을 만난 이후 나는 바닥을 유심히 보면서 걷게 됐다. 그 외에도 큰 쥐(....)나 바퀴벌레(....)나 이름 모를 벌레들도 많이 보지만 그건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니 패스하는 걸로...


IMG_1146.JPG 여기 동물원 아님

참, 얼마 전에는 식당에서 공작새 두 마리를 봤다. 이 친구들도 식당에서 키우는 것 같은데 컨셉 한 번 난해하다...


오토바이 위의 동물들


IMG_2496.JPG 눈 시릴까 봐 강아지도 물안경 착용
IMG_1136.JPG 캐리어가 없다면 바구니라도
IMG_2985.JPG 강아지도 오토바이 위에서 휴식

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답게 동물들도 오토바이를 탄다. 외국인들 눈에는 캐리어 없이 동물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게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이게 생활인데 뭐 어떤가 싶다. 베트남에서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태어날 때부터 오토바이를 탔을 텐데 말이다.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기서는 갓난아기도 안고 오토바이에 탐)


참고로 저 물안경 쓴 강아지 사진은 오늘 찍은 건데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강아지가 물안경을 쓰다니, 그것도 오토바이 위에서!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서 눈이 매울까 봐 강아지에게 물안경을 씌운 반려인의 사랑과 창의력(!)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참, 이렇게 가까이서 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나도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


비가 오면 물길이 생긴다


IMG_2733.JPG
IMG_2458.JPG
우기에는 차들이 물살을 가르고 달린다

우기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쏟아지는 비에 길이 잠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마와는 다르게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가 내려서 배수 시설이 좋지 않은 호치민의 도로는 금방 잠길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나는 대충 비가 올 것 같은 하늘도 알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건물 안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저 빗물을 밟을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차나 오토바이로 저 물을 건너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오토바이 바퀴가 절반 넘게 잠기고, 차 안에 앉아 있으면 차 바닥 밑에 빗물이 찰랑찰랑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수륙양용차를 타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더 난감한 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밟을 땅(?)이 없을 때다. 그럴 때는 거의 종아리까지 차는 빗물에 내 다리를 담가야만 하는데 더운 곳이라 그런지 빗물에서 뜨뜻한 기운이 느껴질 때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나빠진다. 물론 도로 위에 차 오른 빗물은 절대 깨끗할 리 없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호치민에서 우기를 겪은 다음 나는 신발에 절대 큰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길 위의 가게들
IMG_0747.JPG
IMG_9355.JPG
길 위에서 머리도 자르고 옷 수선도 하고

호치민에서는 아주 쉽게 노점상들을 만날 수 있다. 음식을 파는 건 아주 흔하고 서비스업(!)을 하는 분들도 만났다. 길 위에 거울 하나, 의자 하나 놓으면 이발소가 되고 재봉틀만 있으면 수선 가게가 된다. 한국에서도 간혹 구두굽을 가는 정도는 길 위에서 해 본 적 있는데 이렇게 사면이 오픈된 형태에 최소한의 도구(?!)만 갖춘 가게는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이 풍경이 아주 낯설었다.


IMG_5612.JPG 뗏 기간의 로컬 시장

또 로컬 시장은 대부분 오토바이 드라이브 스루(!)가 가능한 구조다.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하지만 중간중간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토바이에 앉아 장을 보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내가 오히려 어색하다.




IMG_6317.JPG 기사님 교통체증에 시달리면 노래 한 곡?
IMG_4668.JPG 애국심 투철한 갑부의 데칼

내가 여행을 적게 다닌 것도 아닌데 유독 호치민에서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특이한 광경을 많이 본다. 단순히 이국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고 일상 전반에서 내 예상을 깬다고 해야 하나.


문자 그대로 이 도시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