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공부 안해본 나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자고로 '부캐(부캐릭터)의 세계'가 아니던가. 그래서 나도 인스타그램에 부계(부계정)를 몇 개 만들어서 올리고 있다. 그 중 팔로워가 가장 많은 계정은 @placesinhcmc 다. 처음에는 내가 호치민에서 다녀온 장소를 따로 기록하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팔로워가 꽤 쏠쏠하게 늘면서 이제는 주객전도가 되어 새로운 장소를 발굴하려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이 계정을 운영하기 전에 나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라든지,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는 법 이런 걸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대신 무려(!) 10년 전 첫 사회생활을 PR AE로 시작했고, 홍보회사에 다니면서 클라이언트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관리 업무를 했던 정도. 당연히 그 때는 인스타그램이 메인은 아니었기 때문에 SNS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아주 얄팍한 감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이론 없이 무작정 시작하는 인스타그램 키우기가 시작됐다.
오로지 감으로 익힌 내 인스타그램 운영 철칙은...
+ 제가 운영하는 정보 제공형 인스타그램 계정 기준으로 생각해 주세요! +
+ 따로 광고는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컨텐츠에 대한 내용만 있습니다 +
+ 팔로워 늘리려고 시작한 것도 아님 +
1) 아이디는 부르기 쉬워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사실 나는 지금 내 아이디에 100% 만족하지 않는다. (....) 다른 사람에게 내 계정을 소개할 때 '불러 줄 이름'이 명확한게 좋은데 hcmc(호치민시티)는 saigon(사이공)에 비해 점수가 깎인다는 점. 또 place라는 단어가 추상적이라 (게다가 복수형!)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못 바꾸고 있는 상태. 그나마 다행인 건 맛집 뿐만 아니라 내가 호치민에서 다닌 모든 곳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비즈니스형 인스타그램 개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이디/이름은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 기회에 닉네임이라도 만들어볼까...
2) 꾸준히 업로드한다
최초 게시글은 2018년 가을쯤 올렸던 걸로 기억하고 2020년 6월, 지금까지 업로드 된 게시글은 약 400개. 매일 올리지는 못해도 최대한 자주 올리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걸 먼저 경험해보고 싶은 얼리어답터형 성격이라 그런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새로 오픈한 곳이 있으면 바로 가보려고 하는 편. 그리고 업로드 주기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데 하루에 여러 곳을 갔어도 연달아 2개 이상 올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내가 매일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 (이래뵈도 집순이입니다.)
주변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대체 이 많은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가냐'는 건데 나는 원래 자잘한 것도 다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천국 캐릭터라 어디서든 정보를 얻는다. 한국도 그렇지만 베트남도 요즘 웬만한 브랜드, 하다못해 동네 작은 카페도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적어도 내가 가 본 곳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모조리 팔로우했다. (선팔하면 맞팔하는 게 인스타 국룰이니까 다들 잘해줌)
그 다음 친구가 추천해 준 곳, 단톡방에서 이야기 많이 나오는 곳,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곳, 페이스북 그룹에서 본 곳, 구글 맵에서 평점 보고 찾아간 곳 등등. 아직도 가봐야 할 곳은 너무나 많다!
<참고>
Foodies in Saigon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foodiesinsaigon
3) 개인 아이덴티티 드러내지 않기
이건 내가 다른 계정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크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분류하면 개인 일상을 드러내면서 셀럽이 된 사람들이 있고 정보성 컨텐츠를 주로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이게 내 부계인만큼 최대한 나 자신과 분리하고 싶었고, 가능한 내 개인을 유추할 수 있는 건 넣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내 지인들은 내가 올리는 걸 알고 있지만 구구절절하게 TMI를 남발하지 않는다는 뜻. 연령, 성별, 직업(?)이 너무 드러나지 않게 글을 최대한 뉴트럴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내 피드를 보면 취향이 보이겠지만...)
4) 최대한 많은 유입을 위해 영어는 기본
호치민에는 교민들이 정말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한국어로만 글을 써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하다보니 욕심이 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그렇다고 나의 유아 수준 베트남어로 글을 쓰기는 무리고... 대신 간단하게라도 영어 멘트를 남기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 '번역하기' 기능이 있어서 영어로 쓴 내용은 꽤 그럴싸하게 번역이 된다.
따로 자리에 앉아서 영어 공부....를 하면 참 좋겠지만 가장 도움이 많이 된 건 다른 인스타그램을 최대한 많이 보는 것. 이 바닥(?)에서 많이 쓰는 문장과 단어가 있어서 그런 걸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계정이 아니라 해시태그를 팔로우 해 놓는 사람들도 많아서 몇 가지 키워드는 다양한 언어로 써 놓는 게 좋은 듯!
<참고>
영문 문법 체크해 주는 서비스, Grammarly (크롬 확장프로그램, 모바일 앱 모두 있음)
5) 중요한 건 첫 이미지
인스타그램은 사진이 중요한 소셜미디어다. 피드, 혹은 해시태그로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이 눈에 띄어야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래서 나는 첫 이미지를 꽤 고심해서 선정한다.
하지만 나는 전문 포토그래퍼도 아니고, 따로 사진을 편집할 수 있을 만큼 디자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필터도 가능하면 쓰지 않고 사진 구도만 살짝 편집하는 편. 요즘 핸드폰 카메라가 워낙 좋으니 사진 찍을 때 조금만 신경쓰면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다.
식당이면 음식 사진을 먹음직스럽게, 인테리어가 괜찮은 곳이면 그 분위기를 최대한 담아낼 수 있는 한 컷을 1번 이미지로 정한다.
6) 통계가 주는 인사이트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말고, 비즈니스 계정으로 전환하면 각종 통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몇 명이나 이 게시물을 저장했는지, 이 게시물은 몇 번이나 노출됐는지, 혹은 내 계정을 보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어떤지 등등.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인사이트 메뉴에 꽤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그래서 통계를 확인해보면 어떤 게 인기가 많은지 대략 감이 잡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오픈 소식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은 다들 비슷비슷하니까...!
소소하지만 인스타그램하면서 얻은 것
개인적인 기록으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이걸 하면서 베트남 비즈니스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됐다. 요즘 유행하는 건 뭔지, 인스타그램 마케팅은 다들 어떤 식으로 하는 지 등등. 그리고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의 감성이라는 게 있다. 뭐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한국과 다르게 대비가 선명하고 보정이 아주 세게 들어간 사진을 좋아하는 듯. (이건 순전히 내 뇌피셜)
그리고 알다시피 서른 넘어서, 그것도 해외에서 새로운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나는 처음 만난 사이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홍보하는 편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 가끔 '저 그 계정 이미 팔로우하고 있었어요!'라고 하는 사람을 만날 때 엄청 뿌듯하다. 감사합니다(꾸벅)
남들은 내가 이걸 하는 걸 알고 '협찬 많이 받겠네', '돈 많이 버는 거 아냐?'라고 하지만 팔로워 3,000명 남짓한 수준으로 협찬이 막 물밀듯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아주 가끔 방문했을 때 제품 할인 받거나, 일부는 무료로 받은 것도 있고, 혹은 나의 팔로워들을 위한 이벤트를 제안하는 정도다. 상상과 다르게 이런 일은 매우 드물고 400여 개 게시물의 99%는 내 돈 주고 경험한 것이라는 점... #내돈내산
이걸로 꼭 돈을 벌어봐야지 그런 생각은 없지만 내가 열심히 쌓아둔 컨텐츠를 좀 더 보기 쉽게 정리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게 수익으로 연결되면 베스트겠고.
과연 내가 이 도시에 얼마나 더 살지, 계속 이렇게 인스타그램 운영을 할 지는 모르지만 무료할 수 있었던 나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건 확실하다. 이제 또 어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