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영국 비자 신청, 비자 서류 제출 편
어제오늘, 우리는 멘붕의 이틀을 보냈다. 지난주 화요일 만 두 달의 기다림 끝에 남편 객담검사 결과가 나왔고, 소중한 증명서가 나왔다는 걸 에이전시에 알렸더니 biometric appointment를 잡아주겠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그냥 사진 찍고 지문등록만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온라인으로 제출한 서류를 원본으로 가져가야 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었던 것.
나는 에이전시에 각종 개인정보와 여행 기록을 넘기면서 보낸 스캔본이 심사 제출용이 아니라 에이전시 검토용이라고 생각했고, 에이전시에서 원본 발급이 필요하면 따로 연락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2년 전에 베트남 올 때 제출하면서 스캔한 서류를 냈다. (그나저나 에이전시에서는 날짜를 보지 않은 건가?)
다른 건 다 상관없는데 가장 중요한 건 혼인증명서. 이건 베트남 올 때 원본 서류를 한국에서 번역 공증받고 스캔을 한 거라 원본은 베트남에 내고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스캔본을 냈으니 에이전시는 우리한테 그 원본이 있는 줄 알았고...
미션: 혼인관계 증명서를 영문으로 번역 공증받기 (최대한 빨리)
한국은 온라인 민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온라인으로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게 엄청난 장점이다. 하지만 나는 이걸 영문으로 번역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홈페이지를 가보니 '가족관계 증명서'는 이제 바로 영문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만세! 얼씨구 나하고 시도했는데 가족 구성원에 외국인이 있으면 동사무소나 구청 가서 영문 이름을 등록해야 가능. (--> 실패)
자, 그럼 국문으로 나오는 혼인관계 증명서를 뽑아서 번역을 맡기면 되지 않을까? 예전에 운전면허증 번역 공증 맡겼던 1군 인민위원회에 가서 번역을 맡겨보려고 시도했으나 입구부터 막힘. 이유는 황당했지만...
반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 반바지 입고 못 들어간다고요? 이게 무슨... 인가 싶지만 베트남에서는 공공기관 갈 때 꼭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긴바지 입고 있어서 통과. 남편은 졸지에 정문 앞에서 그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 남편은 근처 옷가게 가서 긴바지 아무거나 사 올까 고민했다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번역 공증 맡기려던 것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뽑은 증명서는 원본임을 인증할 수 없어서 영사관에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그리고 영사관에서 받아온 서류(한국어)를 베트남어로 번역하고 그다음 영문으로 바꾸는 거라 4일 걸린다고 했다. 오마이갓.
그럼 재빨리 영사관으로 가보자며 바로 차를 잡아타고 영사관으로 향했다. 호치민 시내가 좁아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1군 인민위원회
https://goo.gl/maps/BB3G9qvDdUHDjcjt7
미션: 혼인관계 증명서 원본 발급받기 (최대한 빨리)
호치민 영사관은 오전에만 서류 접수를 받고 교부는 오후에 가능하다. 시계를 보니 다행히 11시! 후딱 가서 신청하면 접수는 가능할 듯해서 영사관으로 들어갔다.
갔더니 신청 서류가 어쩜 이렇게나 많은지.... 일단 제일 비슷해 보이는 '가족관계 증명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직원 분을 만나서 이래저래 상황 설명을 하니 내가 작성한 건 '영문 가족관계 증명서'고 marriage certificate, 그러니까 혼인관계 증명서는 또 다른 거라고. 게다가 그건 국문으로밖에 안 된다고 한다. (왓더헬)
* TMI: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의 차이
- 가족관계증명서: 부모, 현재 혼인관계인 배우자, 자녀 정보가 나옴.
- 혼인관계증명서: 일반으로 뽑으면 현재 배우자 정보만 나오지만 상세로 뽑으면 이혼 경력이 전부 기재됨
애매하게 이상한걸 내서 또 거절당하느니 늦더라도 제대로 된 걸 제출하자며 혼인관계 증명서 신청. 발급은 1주일 걸리고 가격은 36,000동.
주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https://goo.gl/maps/k6dE9FrNV2SrkK7F8
이렇게 1주일 연기되나 싶었는데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다. (TMI: 에이전시는 영국에 있어서 시차 때문에 오후 3-4시는 되어야 연락이 옴)
우리가 냈던 서류로 이미 온라인 지원을 마친 거고, (나는 그게 지원 절차인지 몰랐음...) biometric appointment에서는 하드카피받아다가 다시 스캔하는 작업이지 그 자리에서 서류의 진위여부를 파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럴 권한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가 냈던 소프트 카피를 다시 프린트해서 가고 국문 혼인관계 증명서를 같이 첨부하라는 조언. 만약 심사과정에서 서류에 문제가 있다 생각되면 에이전시로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미션: 그냥 갖고 있는 걸 들고 비자센터 방문하기
그래서 오늘 에이전시에서 말한 서류를 들고 비자센터를 방문했다. 신청서를 뽑아가야 하는데 그게 60페이지라서 아침부터 A4용지 사러 다녀온 것 또한 소소한 에피소드. (집에 프린터 없었으면 어쩔뻔했음?)
지난번 엑스레이 찍은 곳과는 다르게 현대적인 건물이었다. 대신 들어갈 때 체온을 재고 입구에서 공항 보안검색대처럼 한 번 스캔을 한다.
우리는 대사관에 직접 비자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센터를 통하는 거라서 여기 있던 사람들은 아마 협력업체 직원일 텐데 너무 우왕좌왕해서 당황했음. 60페이지짜리 서류를 헤집어놓느라 순서 뒤죽박죽.... (스트레스)
어쨌든 여권번호 확인하고 들어가니 은행 창구 같은 데가 아니고 별도의 방으로 안내해줬다. 뭐지, 에이전시에서 제일 비싼 패키지로 끊은 건가. 냉장고 열어보니 생수랑 샴페인(....) 있던데 목적이 뭔지 궁금했다. 이 방 안에서 앞서 말한 '온라인으로 제출한 서류의 하드카피받아서 스캔'을 하는데 제자리 찾아 넣는 것도 뭔가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우리 꺼 제대로 접수되는 거 맞나요?
여권은 영국 다녀온다고 하면서 우리 손을 떠났고, 다행히 나머지 서류들은 돌려받았다. 그다음 사진과 지문 등록을 해야 하는데 에어컨이 엄청 세게 나오는 작은 방에 들어가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내 손이 문제인지 너무 추워서 그랬는지 지문이 잘 안 찍혀서 손 여러 번 문지르고 로션 바르고 다른 손으로 누르고... 암튼 또 난리법석.
10시 10분 미팅이었는데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서류가 복잡하지 않으면 30분 이내로 끝날 작업인 듯.
영국 비자센터
https://goo.gl/maps/HfghHiJTeq16j8MU9
이제 2주 정도 기다리면 비자가 나온다고 한다. (문제가 없다면)
베트남 생활은 1달 정도 남았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