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베트남 - 한국
우리 가족에게 해외이사에 또 다른 포인트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고양이를 옮기는 것이었다. 한국인인 나는 한국 갈 때야 비행기표만 끊어서 훌쩍 갈 수 있다지만, 고양이는 달랐다. 각 나라마다 운송 조건도 다르고, 챙겨야 할 서류도 많은데 특히 영국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 중 하나였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베트남과 한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베트남에서 영국을 바로 가는게 아니라 한국을 들렀다 가기로 결정. 그만큼 알아봐야 할 것도 많아졌다.
고양이, 영국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영국은 우리가 도미를 데리고 베트남에 올 때처럼 항공기 동반 입국이 안 되는 곳이다. 그 말은 수출품처럼 화물로 따로 보내야 한다는 뜻. 또 그 말은 돈이 꽤 많이 든다는 것과 같다.
영국에 가려면 아래와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마이크로칩 이식
- 광견병 주사
ㄴ 접종 1개월 후 채혈, 항체 검사 확인 후 3개월 이상 지나야 영국 입국 가능 / 2년 간 유효
도미는 마이크로칩은 이미 한국에서 이식된 상태라 문제없었지만, 영국 가기로 마음먹은 순간 접종 & 항체 가검사부터 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접종해도 4개월 이후에나 영국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 다행히(?) 남편의 객담 검사로 비자 발급이 늦춰지면서 도미 운송 스케줄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https://www.gov.uk/guidance/pet-travel-to-and-from-great-britain
베트남 --> 한국 운송 절차
영국 갈 준비를 위해 미리 광견병 접종을 한 덕분에 한국에 가기 위해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은 없었다. 비행기 예약하고, 검역증 스케줄링하면 끝. 나는 이 과정에서 호치민에 있는 한인 동물병원 원장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 항공권 티켓팅
반려동물 동반 여행인 경우 사람이 먼저 티켓을 끊고, 그다음 반려동물 예약을 하면 된다. 보통 비행기 동물 칸은 자리가 한정적이라 표 끊기 전에 상담하시는 분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도 방법. 대한항공은 무려 카카오톡으로 상담 가능한데 외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정말 편했다. 그리고 어찌나 빠르고 친절하신지.. 정말 대한민국 만만세다.
2) 검역증 받기
한국에 가려면 베트남 수의국(동물검역소)에서 검역증을 받고 가야 하는데 내가 다닌 동물병원에서 검역 대행을 해주셨다. 사실 셀프로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이사로 너무 정신이 없어서 대행 맡기기로.
보통 출국일 3일 전에 가서 신청하면 1-2일 뒤에 나온다고 한다. 신청하러 가는 날, 동물병원 직원분이 오셔서 도미를 픽업하고 검역소 다녀오는 시간 하니 1시간 정도. 다행히 우리 숙소가 검역소랑 멀지 않아서 도미는 자동차 여행을 오래 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그다음 날 직원분이 검역증 픽업해서 가져다주심. 원본 2장과 카피 2장.
찾아보니 검역소 위치는 공항 근처! 시간 여유가 있다면 직접 가서 신청해도 어렵진 않을 거라고 원장님이 얘기해주셨다.
** 호치민 동물검역소 위치
https://goo.gl/maps/2xsbgxTFPcAvCW5w9
3) 호치민 공항에서 고양이 항공권 결제 + 고양이 따로 체크인
반려동물 항공권은 인터넷 결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따로 결제해야 한다. 어째 한국에서 베트남 올 때보다 가격이 비싼 것 같지만...
사람 짐을 모두 체크인하고 나서 호치민 공항에서는 따로 짐 보내는 특수한 공간(?)에 와서 고양이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인천공항도 비슷했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공항에 도미 말고 다른 동물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건 케이지 엑스레이 통과해야 한다고 고양이를 꺼내라고 한 것. 그나마 그 공간이 문으로 막혀있고 우리가 두 명이라 고양이가 탈출할 수 없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하려면 멘붕 왔을 듯.
비행기 이륙 전에 승무원 분에게 고양이 잘 탔냐고 (ㅠㅠ)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확인해주셨다. 당황하셨을 텐데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4) 인천공항에서 고양이 픽업
5시간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검역 절차 밟느라 평소보다 훨씬 더 늦게 짐 찾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 짐은 다 찾았는데 고양이는 어디 갔냐고 찾아보니... 무려 '잃어버린 짐' 카운터에 있었음.
헐레벌떡 카운터에 뛰어갔더니 고양이 우는 소리가 안 들려서 '도미~'하고 불렀더니 그제야 야옹하고 운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우는 소리를 들어보니 컨디션에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베트남 공항에서는 짐 나오는 벨트 옆에 고양이 캐리어를 덩그러니 놔둬서 당황스러웠지만 한국에서는 직원 분이 직접 모든 절차에 동행하신다. 수화물 캐리어 3개 + 기내용 캐리어 2개 + 고양이 캐리어 1개... 카트 두 개를 꽉 채우고 이제 나가려는데 우리는 동물 검역을 다시 한번 해야 함.
호찌민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케이지에서 꺼내서 (* 인천공항은 검역대에서 바로 꺼내야 하니 예민한 고양이들은 미리 훈련하는 게 좋을 듯) 마이크로칩 스캔하고 번호 확인. 그다음 사람 짐을 엑스레이 돌리는데 복병이 숨어있었다.
고양이 사료는 육가공품이라 반입 불가라고... 그 자리에서 사료는 전부 폐기했다. (아흑흑흑... 컨테이너에 이어서 사료 버리는 게 몇 번째인지)
5)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기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임시로 지낼 곳에 도착한 첫날부터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리 고양이 모래, 화장실, 사료를 준비했지만 연말 택배 대란으로 도착하지 않은 것. 그렇다고 사러 나갈 수도 없고... 고양이는 전날부터 화장실을 못 가서 힘든지 계속 울었다.
그래도 다행히 바로 모래와 화장실이 와서 자리를 마련해줬더니 후딱 들어가서 일도 보고, 사료랑 물도 주자마자 잘 먹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호치민이나 서울이나 큰 차이는 없고 그저 바닥이 뜨뜻하다고만 생각하는 듯.
한국 -> 영국 고양이 운송 절차
내가 셀프로 데려갈 수는 없고 반드시 에이전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영국 가기로 결정한 후 바로 에이전시에 연락했다. 예전에 베트남에 데려올 때 컨택했던 곳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답이 느려서... 카고 운송에 특화된 업체에 연락. 다행히 꼼꼼하고 빠르게 정리해서 알려주셨다.
<준비서류>
-서식 25호 건강 증명서 2부: 출국일로부터 10일 이내로 발급 / 마이크로칩 번호 및 이식 날짜, 광견병 접종 및 치료 기록 포함
ㄴ 한국에서 동물병원 가서 받아야 함
-광견병 항체가 검사(RNATT / FAVN) 결과지 1부
ㄴ 베트남 -> 한국 갈 때 발급받음
-EU Certificate (Annex IV 혹은 I)
ㄴ 에이전시에서 초안 작성 대행 가능
-보내는 사람 / 받는 사람 여권 사본
여기서 EU Certificate Annex IV로 진행하려면 반려동물 주인이 반려동물 도착일 전/후 5일 이내에 영국에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 비행기 날짜에 최대한 맞춰서 사람도 같이 나갈 예정.
그리고 세금을 면제받으려면 ToR Number가 나와야 하는데 이건 또 정부 사이트에 정보 입력하고, 출력해서 사인해서 스캔본을 담당자 이메일로 보내서 컨펌받아야 끝남. (이사할 때 ToR 때문에 엄청 고통받았는데 이전 브런치 글에 이걸 쓰질 않았네....)
<예약 방법>
예약은 출국일 기준 3주 ~ 1달 전 에이전시에 얘기하면 가능하다. 에이전시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용이함과 스케줄 때문에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루프트한자 항공편을 추천했었는데 브렉시트 때문에 이 방법은 이제 불가능해서 대한항공 직항, 아니면 도하를 경유하는 카타르항공편만 있다고 얘기해주셨다. 가격은 둘 다 큰 차이 없음.
다만 출국 하루 전날 에이전시에서 고양이를 픽업하고 현지에 도착해서 통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화~목만 가능하다. 지금 인천발 런던 도착 대한항공 직항은 월/수/금만 있어서 출발일은 자동으로 수요일만 가능.
그리고 에이전시에서는 이동장 크기와 모델도 꼼꼼히 보셨는데 다행히 우리는 베트남 올 때 썼던 항공용 케이지가 있어서 이 부분은 문제가 없었다.
<영국에 도착하면?>
반려동물 동반으로 입국한 경우에는 짐 찾을 때 바로 반려동물 찾아서 같이 나갈 수 있는데 영국은 통관 절차를 또 거쳐야 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대한항공 직항 편은 오후 늦게 영국에 도착해서 당일 통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다음 날 통관 절차를 밟게 되고 자연히 픽업도 그다음 날 다시 공항에 와서 해야 한다는 점.
이 과정을 보면서 반려동물 입양할 때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도 작년 초만 해도 영국으로 이사 갈 줄 꿈에도 몰랐고, 막상 준비하다 보니 돈은 둘째치고 절차가 꽤 복잡해서 머리가 아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싱가포르나 호주처럼 계류를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이게 비용이 꽤 많이 드는데 반려동물을 입양할 생각이라면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해서 정리해 본다. (모든 건 1마리 기준, 다둥이네라면 비용은 더 추가됨)
<고양이 해외 운송 비용 / 호치민 - 인천 - 런던>
해외 운송용 케이지: 7만 원 (한국 - 베트남 올 때 구매, IATA 규정에 맞아야 함)
마이크로칩 이식: (도미는 한국에서 미리 해서 비용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국 기준 크게 비싸지 않았음)
광견병 항체 가검사: 약 40만 원 / 베트남에서는 채혈 후 검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혈액을 한국에 보내 검사받고 결과지를 받았음
베트남 검역 대행: 약 15만 원 / 고양이 데리고 검역소 가서 검역증 신청, 검역증 픽업까지 포함. 셀프로 가능
베트남 -> 한국 비행기 티켓 가격: 약 25만 원
한국 -> 영국 운송 가격: 약 225만 원 / 대한항공 직항 기준, 출국 전 픽업 및 검역 비용 포함
영국 현지 통관비용: 약 70만 원
--- 총 380만 원가량
누군가는 고양이를 이 고생시키면서, 그것도 한국까지 들러서 꼭 데려가야 하냐고 할 수도 있다. 일단 베트남에서 바로 영국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고양이 때문인 것도 있다. 어차피 에이전시를 꼭 써야 하는데, 경험이 많고 나랑 의사소통이 잘 되는 한국의 에이전시를 쓰고 싶었다. (그 외에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것도 포인트...)
비행기 타기 힘들다고 자식 놓고 가는 사람 없듯이 우리 가족이니까 데려가는 거고, 고양이도 장소가 바뀌어 힘들지만 우리랑 같이 있으니 다행히 건강상 문제없이 잘 지낸다. 영국 가는 길은 조금 더 힘들겠지만, 한국에서 베트남 갈 때, 베트남에서 한국 올 때 문제없었으니 영국 생활도 잘 해내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