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 Oct 15. 2016

보라보라섬으로 가는 길

스물 두시간 만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지

우리의 결혼식은 12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성수기', '피크시즌'을 극도로 싫어하는 우리는 가능하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날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보라보라로 떠나는 비행기도 월요일 아침에 있어서 우리는 무리없이 신혼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라보라로 가는 직항 비행기는 없고, 일본 나리타 공항을 경유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나리타 공항까지 약 2시간, 나리타 공항에서 타히티 섬의 메인 공항까지 12시간, 타히티에서 보라보라섬까지 경비행기를 타고 1시간, 마지막으로 보라보라 공항에서 보트를 타고 리조트까지 20분 정도 가야한다. (이 얼마나 험난한가....) 




타히티 공항에 도착하면 남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공연을 볼 수 있다


끝없는 바다를 지나 드디어 도착한 타히티. 겨울 옷을 입고 갔는데 후끈한 열국의 공기와 나른한 음악소리가 비로소 현실과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고.. 눕고 싶을 뿐이고...) 


우리가 타고 온 에어타히티 항공기

공항이 큰 편은 아니라서 그냥 걸어다닐 수 있는데 이 또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활주로 옆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작은 비행기가 오가는 공항. 과연 여기를 드나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싶었다. 


보라보라섬으로 떠나는 경비행기

보라보라 섬으로 떠나는 연결편은 한 시간 정도 뒤에 있었다. 겨울의 흔적을 벗어내기 위해 우리는 화장실에서 여름 옷으로 갈아입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우리가 만난 새로운 비행기는 정말 너무 작아서 버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제주를 오가는 저가항공사 비행기보다도 훨씬 작다.) 


보라보라 공항은 보트 선착장이기도 하다

1시간 정도 지나 도착한 보라보라공항. 공항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은 이 곳에 보트들이 쭉 서 있는데 손님들을 태워서 리조트로 가기 위한 배들이었다. 여기서 또 바닷바람을 맞으며 20분 정도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 이쯤하니 달콤한 신혼여행의 기대감은 슬슬 무너지고 얼른 지친 몸을 눕혀서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세인트레지스 보라보라


보트를 타고 도착한 리조트. 리조트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물수건을 주는데 잠시나마 피곤이 풀리는 듯 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시간을 계산해보니 출발한 지 무려 스물두시간이나 지나있었다.


하루 꼬박 달려온 이 곳, 보라보라섬. 과연 신혼여행이 아니라면 올 수 있을까 생각하며 부부로서의 첫 여행은 시작됐다. 

작가의 이전글 허니문을 떠나는 우리의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