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을 또 갈 수 있을까
신혼여행 기간 동안 우리가 묵었던 곳은 세인트레지스 보라보라였다. 여행 떠나기 전에 홈페이지나 다른 사람들이 올려 놓은 사진을 보고 정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보정을 너무 심하게 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이 곳에 도착하고 보니,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사진 그대로였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정보는 이 곳에서 > http://www.stregisborabora.com/
세인트레지스 보라보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이 비현실적인 물빛깔에 감탄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나도 오묘한 바다 빛깔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다를 마주한 방갈로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이 방갈로 하나하나가 세인트레지스 보라보라에 온 사람들을 위한 객실이다. 좋은 방은 방갈로도 훨씬 크고 수영장도 따로 딸려있다. 방갈로 사이의 간격도 넓은 편이라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상 옆방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방으로 가는 길은 꽤 복잡했다. 처음에 이 곳에 도착하면 한국인 버틀러가 이곳 저곳 안내를 해 주는데, 길이 꼬불꼬불한 건 아닌데 방갈로 모양이 다 똑같이 생기다 보니 방향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리조트에 머무른지 3일 정도 되서야 어디에 식당이 있고 우리 방이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리조트는 걷기에는 꽤 넓은 편이라 리조트 곳곳에 자전거가 놓여있다. 다만 이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다보니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낮출 수 없고 멈추려면 페달을 뒤로 굴려줘야 한다. 픽시 자전거를 처음 타 본 나는 결국 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어디선가 데굴데굴 굴렀었다. 픽시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다면 데스크에 연락해서 전기 카트를 보내달라고 하는 편이 훨씬 낫다.
방갈로에 들어갔더니 호텔 방과는 차원이 다른 방 사이즈에 놀랐다. 크게 침실, 화장실, 거실, 테라스로 나뉘어 있는데 공간이 널찍널찍해서 짐을 아무렇게나 풀어놓아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세면대도 두 개나 있어서 누군가 씻을 때 다른 한 명이 멍때리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거실에는 와인 한 병과 간단한 쿠키, 그리고 방문을 환영한다는 편지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거실 한 가운데 유리창이 나 있는데 그 곳을 통해 발 밑에 놓인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다 속이 훤히 보이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바다 위에 있다는 느낌은 충분히 전달하고 있었다.
테라스에 있으면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게다가 선베드도 있어서 나른하게 누워있기 딱 좋은 환경!...이긴 하지만 저기 30분만 앉아있어도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다면)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멋모르고 비키니만 입은채로 저 선베드에 누워서 잡지를 읽었는데 아직도 어깨에 비키니 자국이 남아있다. 역시 적도의 태양이란...
우리가 리조트에 있는 동안 매일 갔던 곳이 딱 세 군데 있다. 우리 방, 메인 레스토랑, 그리고 스파! 사실 우리가 예약한 패키지에는 마사지 30분 짜리만 포함돼 있었는데 한 번 다녀오고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다른 날도 꾸준히 출근도장을 찍었다. 가격은 호텔급이지만 '신혼여행'이라는 마법의 단어는 우리를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지 않게 만들었다.
신혼여행 동안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망설임없이 먹고 마신 것들과 물놀이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