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 Aug 17. 2021

영국에서는 인형 뽑기도 카드결제됩니다

영국 와서 가장 편한 경험, 비접촉식 결제(contactless pay)

영국에 와서 이래저래 불편한 점이 많지만 반면 가장 편리한 걸 꼽자면 어딜 가나 흔하게 있는 비접촉식 결제(contactless payment) 시스템이다. 사실 한국에 살다 왔으면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을 거 같은데 베트남에서 현금 두둑한 장지갑 들고 다니다가 이제 카드 한 장 없이 핸드폰만 들고나가도 모든 게 해결되니 그야말로 신세계.


베트남에서 들고 다니던 지갑, 칸 분리는 필수


내가 베트남 처음 갔을 때 가장 신박했던 건 COD (Cash on Delivery) 였을 정도로 음식점 배달을 받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물건을 받고 난 다음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직 대다수가 아니기 때문.


* 내가 예전에 썼던 베트남 내 온라인 쇼핑 관련 콘텐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7135432&memberNo=33159364



고이 잠들어있는 파운드화 지폐 (출처: unsplash)

우리는 한국에서 영국에 올 때 혹시 몰라 파운드화 환전을 꽤 많이 해 왔는데 아주 초창기 중고거래할 때 말고는 현금 쓴 적이 없다. 격리 기간 동안 쓸 물건은 대부분 해외 결제되는 한국 카드로 해결했고, 그 사이 우리는 몬조(monzo / *영국의 인터넷 은행) 카드를 발급받아 애플 페이에 등록했다. 초반에는 카카오뱅크에서 몬조로 송금해서 썼지만, 한 달 뒤부터는 조나단 월급이 시중 은행 계좌로 들어오니 한국에서 송금받을 필요도 없어졌다. 한국, 영국의 인터넷 은행 만만세!


이런 사인이 붙어있는 가게도 종종 본다


식료품 사는 마트부터 동네의 작은 카페, 한 달에 한 번 우리 집 앞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조차 카드 결제는 아주 일상적이다. 심지어 현금은 아예 안 받는 곳도 많다는 점. 내가 코로나 이후 영국에 와서 그런지 가게마다 비접촉식 결제를 더욱 장려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꼭 상점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도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하다.


1) 대중교통 탑승 가능
오이스터 카드 (출처: BBC)

무려 12년 전이었나, 내가 런던 여행 처음 왔을 때 오이스터 카드 사서 다녔는데 이제 나는 영국 거주자라서 비접촉식 결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실물 카드를 대도 되고, 애플 페이에 카드 등록해서 핸드폰이나 애플 워치로도 가능. 보통 애플 페이는 전원 버튼 짧게 두 번 눌러서 활성화해야 하는데 교통카드처럼 쓸 때는 그냥 대기만 하면 된다는 점. 애플 워치로 대려면 비밀번호 잠김은 풀고서 대야 한다.


비접촉식 결제, 오이스터 카드 이용량 추월 (출처: BBC)


기사 찾아보니 지난 12개월 간 오이스터에 카드에 남아있고 사용되지 않은 잔액이 계속 쌓여서 2019년 말 기준 약 4억 파운드 가량 된다고 한다. 그중에는 언젠가 영국에 다시 올 줄 알고 오이스터 카드 환불 안 하고 갖고 있는 관광객들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코로나... 눈물...


2) 휴게소의 인형 뽑기 가게


얼마 전 휴게소에 들렀다가 놀랐던 점. 인형 뽑기도 카드 결제된다.

물론 한 번에 £2.5라 꽤 가격이 많이 나가기는 하지만 내 앞에 있던 사람이 한 번에 인형 두 개나 뽑아가는 걸 보면 꽤 성능 좋은(?) 인형 뽑기 기계였던 것 같기도.


3) 기부도 카드결제받습니다
The Wallace Collection 내에 있던 기부금 패드

영국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 박물관이 참 많다. 얼마 전 나는 The Wallace Collection에 다녀왔는데 곳곳에 카드 결제기가 놓여있고 익숙한 비접촉식 결제 로고가 있었다. 대기만 하면 £10 기부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시스템. 규모가 좀 있는 공원에도 주차장에 주차비 정산 기계 대신 기부하라는 메시지가 적힌 기계를 종종 볼 수 있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궁금...



2018년 지역별 비접촉식 결제 비율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이미 영국 성인 10명 중 1명은 현금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지금 그 비중이 더 늘지 않았을까. 그리고 초창기에는 비접촉식 결제 금액 제한이 £30이었는데 꾸준히 제한 금액이 풀리고 있다. 실물 카드 갖다 대는 것보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면 그 금액 제한이 좀 더 관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문이나 얼굴 인식이 가능해서 그렇지 않을까. (추가적인 보안 절차가 있으니!)


애플페이 결제 화면 (모바일 / 애플워치)

이제까지 현금이 필요해서 난감했던 곳은 딱 두 곳이었다. 캔터베리의 공공 화장실과 테스코 카트. 그 외에 기본적인 재화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리 작은 노점상이어도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하니 외출할 때 핸드폰 하나만 달랑 들고 가는 경우도 많다. 다만 핸드폰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하다보니 배터리 관리를 잘 해야한다. 혹시 모르니 카드 한 장 정도는 들고다니는 게 나을 듯...


앞으로 더욱 현금 보기는 힘들어지지 않을까, 여왕님 계시는 동안 지금 갖고 있는 파운드화를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다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님)


그리고 나는 지갑에서 자유로워진 대신 짤랑짤랑 열쇠에 매인 몸이 되었다고 한다.



References

Oyster card: The growing fortune that remains unclaimed (BBC, 2019-11-11)

Contactless limit could rise to £100 (BBC, 2021-01-27)

영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비접촉식(Contactless) 결제 트렌드 (KOTRA, 2019-12-02)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에서의 첫여름이 일주일 만에 지나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