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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무민밸리 그대로, 난탈리 무민월드

무민과 따뜻한 포옹을

by 앨리스

우리가 핀란드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남편이 근무했던 도시 헬싱키를 다시 가보자는 거였고, 또 다른 하나는 원없이 무민을 보자는 의미였다. 보통 핀란드에 온 사람들은 헬싱키에 3-4일 머무르면서 하루는 에스토니아 탈린을 다녀오는데 우리 부부는 무민 덕질을 위해 과감히 탈린도 포기하고 무민에 올인했다.


무민월드 다녀온 이 날은, 무민 덕후인 우리 부부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20170620_102724.jpg 익숙해진 우리의 아침식사

이 날 아침에도 오슬로에서의 날들과 마찬가지로 전날 장 본 것들을 간단히 조리해서 아침 식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밥에 국 차리고, 반찬 챙기고 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설거지 거리도 나오지 않으니 좋은 것 같다. 빵에 요거트, 우유 한 잔 정도면 다음 점심 먹기 전까지는 아주 배고프지 않은 정도로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유럽은 빵과 우유가 저렴한데다가 맛있기까지 해서, 평소에 아침을 잘 챙기지 않던 나도 꼬박꼬박 챙겨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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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우리는 바로 난탈리로 향했다. 어제 본 그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되는 곳이다. 참, 이번 여행에는 우리가 데려 온 미니 무민 & 스노크메이든과 함께했다. 무민의 고향에 가는데 이 정도는 기본! 우리나라 사람들이 뽀로로 인형 매달고 온 외국인을 보는 그런 느낌일까 싶어서 약간 민망하기도 했지만, 덕질은 늘 당당하다.


20170620_114839.jpg way to moominworld!

종점인 난탈리에 도착하자마자 무민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과연, 무민월드가 있는 도시답다. 난탈리는 투르쿠보다도 더 작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 날은 날이 많이 흐리고 우중충해서 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구글 지도를 켜고 무민월드로 향했다.


난탈리 종점에서 10분 쯤 걸으면 긴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가면 무민월드 입구가 나온다. 우리나라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놀이공원을 생각하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는 사이즈다. 매표소도 몇 개 없는데다가, 긴 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도를 봐도 금방 돌아볼 수 있을만한 크기다. (참고로 무민월드에는 놀이기구가 없다.)


그럼에도 이 곳이 소중한 건 무민월드는 여름 시즌과 겨울 특정 기간에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놀이공원은 365일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민월드는 그 점에서 좀 다르다. 그런데도 입장료는 20유로가 넘으니 참, 무민의 엄청난 팬이 아니라면 당황스러울 수도.


# 무민월드에 가고 싶다면 홈페이지에서 오픈 시간과 날짜를 꼭 확인해야 한다!

http://www.moominworld.fi



20170620_121125.jpg 무민 공연 중!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가자마자 공연장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길래 바로 앉아서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은 핀란드어로 진행되고, 자막은 영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한국어가 아직 없다니! 아쉽지만 덕질에 좀 더 정진하는 수밖에 없다.


무민월드에는 대부분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무민월드의 이 공연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덕분에 굳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대강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별 내용은 아니지만 무민밸리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재현한 것인데, 귀여운 무민의 움직임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20170620_123234.jpg 무민 엽서를 보내자!

공연이 끝나고 향한 곳은 무민 우체국! 이 곳에서 엽서를 써서 무민 우표를 붙인 다음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우표를 고를 수 있다는 게 (덕후에게) 엄청난 메리트다. 사실 저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한국에서 엽서를 받아보니 귀여운 무민 스탬프가 2번이나(!) 찍혀 있어서 더욱 맘에 들었다.


20170620_124823.jpg 무민과 허그를

그 다음 광장으로 향했더니 무민과 스노크메이든이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저 순간 만큼은 인형 안에 굳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처럼 다가가서 인사하고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스노크메이든하고 포옹을 하는데 생각보다 인형 재질(!)이 포근포근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그 인형의 재질을 넘어서 정말 '따뜻한 포옹'이 느껴졌다. 내 등을 토닥토닥 해 주기도 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저 인형 옷을 갖고 싶다고 하던데... 우리 그냥 무민월드에 취직할까?


20170620_124609.jpg 정말 책 속 모습 그대로, 무민의 집

광장 뒤에는 무민의 집이 있다. 책 속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인데, 저 안에 깨알같이 무민의 방부터 무민마마와 파파의 소품까지 가득 들어차 있다. 이쯤하면 캐릭터 테마파크가 아니라, 정말 무민밸리에 온 기분이다.


무민월드는 전체적으로 보면 큰 공원같은 느낌인데, 저 무민의 집 뒤로 트래킹코스가 있다. 이 사진을 찍고 난 다음부터는 워낙 바람도 많이 불고 비까지 내려서 추위에 떠느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6월 말이었는데 둘 다 도톰한 긴 팔 가디건을 입고도 오들오들 떨었으니... 사진은 없지만 기억에 생생하니 이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날씨가 더 따뜻했다면 바닷가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추워서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했던게 참 아쉬웠다.


20170620_133459.jpg 접시와 컵까지! Moomin is everywhere!

무민월드를 대략 다 훑어 본 다음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중앙에 있는 야외 매점으로 향했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음료, 빵 종류를 파는 곳이었다. 역시 무민월드 답게 접시, 냅킨, 음료수 컵까지 모두 무민이다. (심지어 매점에서 파는 물티슈에도 무민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 바람에 자꾸 접시가 날아가려고 해서 붙잡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엄청나게 추웠다...


20170620_144321.jpg 우리의 혼을 쏙 빼놓은 무민샵

점심을 먹고서 우리는 추진력을 얻고 무민샵에 들렀다. 무민월드의 여러 공간 중에 무민샵을 가장 마지막에 들른 건 이 곳을 가장 기대한 것도 있고, 가장 오래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민샵 내부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무민 물건이 있는 곳이었다. 아라비아 핀란드 컵은 기본이고, 비치타올이나 의류, 작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가가 비싼 핀란드라서 이것저것 쓸어모으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두어개만 사도 10만원은 훌쩍 넘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민모양 무드등은 거의 20만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 저것 잔뜩 사오고 싶었지만, 무민집 모양의 양초와 나무 장식품, 비치타올 정도만 사서 무민샵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아쉬운 점이 남아야 다음에 또 오리라는 생각과 함께!


20170620_145127.jpg 다음에 날씨 좋을 때 또 만나!

무민월드에 머무른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는 않았지만 (너무 추워서...) 아직도 그 풍경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인상깊은 곳이었다.


하얗고 오동통하게 생긴 이 녀석들이 우리 부부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늘 함께해, 무민!


How nice and fluffy you are!
- Snorkmaiden, from the book Comet in Moomin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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