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를 시작으로 본격 이탈리아 여행 시작
이 날은 스위스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이탈리아로 향하는 날이었다. 아름다운 스위스의 자연 풍경을 더 보지 못한다는 게 좀 아쉬웠지만, 유럽여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여행이 남아있어 더욱 기대되는 것도 있었다.
루체른에서는 오랜 시간 머무르지는 못했다. 오후에는 밀라노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인데, 오전 시간 동안 알차게 루체른을 다니기 위해 우리는 부지런히 가이드 뒤를 쫓아다녔다. 시내는 크지 않아서 빈사의 사자상부터 카펠교까지 차근차근 걸어서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유럽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나무다리라고 하는 카펠교였다. 다리 위에 지붕이 씌워져 있어서 건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림 같은 루체른의 풍경과 잘 어울렸다.
루체른 투어가 끝나고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모녀는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대한 알차게 이 도시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엄마가 파리에서 사 온 작은 숄더백이 역시 저렴한 값어치를 하며 지퍼가 고장 난 바람에 얼른 들고 다닐만한 가방을 사야 했다. 그래서 자유시간을 받자마자 스파 브랜드로 보이는 옷 가게에서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귀걸이나 가방 등등을 구매했다. 유럽여행 오면서 아무런 장신구도 들고 오지 않은 쿨한(?) 우리 모녀는 여기서 산 컬러풀한 귀걸이로 다음 여행지에서부터는 멋을 좀 내보기로 했다. (현실은 두어 번 하다가 포기...)
루체른 여행을 끝나고 다시 장시간 버스 이동이 시작됐다. 이제 이탈리아로 넘어가면 오전에는 이동하고, 오후에나 관광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야 패키지여행의 진수(?)를 제대로 느끼는구나 싶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쪽에 있는 도시라서 루체른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널찍하고 푹신한 버스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가이드 설명도 들으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밀라노에 도착해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라바짜 커피도 한 잔 했다. 카푸치노가 단돈 1.5유로! 다른 도시에서 맛 본 커피들은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었는데, 이탈리아에 들어서자마자 마신 이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특히 커피 없이는 하루도 보낼 수 없는 우리 엄마가 정말 좋아했던 커피이기도. (사진 보니 또 마시고 싶다...)
이번 엄마와의 유럽여행 중 이전에 와 본 곳은 파리(2번)와 밀라노(1번) 두 곳이다. 파리에 이어 다시 익숙한 도시에 도착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2009년 가을 무렵 같이 교환학생 하던 친구와 함께 왔었는데, 추적추적 비도 내리고 쌀쌀한 날씨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정작 우리는 엄청 추운 노르웨이에 있다가 왔으면서...) 그때 기억에 남았던 건 15분밖에 볼 수 없었던 최후의 만찬 (시간 다 되면 심지어 나가라고 함), 두오모 꼭대기에서 봤던 풍경이었다.
그때는 예약 없이 무작정 성당에 갔었는데도 운 좋게 최후의 만찬을 볼 수 있었지만, 패키지 여행객들에게는 '우연히', '무작정'과 같은 키워드는 허락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밀라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만찬은 보지 못했지만, 적절히 주어진 자유시간에 우리 모녀는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글로벌 스파 브랜드 H&M에서 (또) 쇼핑을 했다. 엄청난 지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쇼핑하는 것도 여행의 큰 재미다.
이다음으로는 이탈리아 여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로마에서부터 피렌체를 지나 밀라노에 와서 저 두오모를 보면 좀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밀라노의 두오모가 이탈리아에서 본 첫 번째 두오모라 그런가, 저 길쭉길쭉한 모습이 독특하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