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일기, 1월 26일
[사진설명] 내가 요즘 열심히 하는 프렌즈마블 스크린샷. 305억.. 나였으면
요즘 나는 프렌즈마블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부루마블 게임의 기본적인 룰은 비슷한데 일단 돈 단위가 다르다. 고스톱 게임처럼 자산별로 들어갈 수 있는 채널이 다르고, 그 채널마다 판돈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통행료는 몇백만 원부터 몇백억까지 봤다. 내가 랜드마크를 세우면 다른 사람이 인수할 수 없고, 내가 소유한 땅에 다시 방문하면 통행료는 두 배가 되면서 다시 또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중간중간 열쇠 카드나 이벤트를 통해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그야말로 도박판이다. 사실 내 노력대로 되는 건 거의 없고 다 주사위 눈에 운명을 맡기는 것뿐인데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되는 이유는 막판에 순위가 역전되거나 거액의 돈을 딸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또 판돈이 커질수록 내 자산도 빠르게 증식하고 1-2억 정도는 잃어도 큰 타격이 없다. (쓰고 나니 나 자신에 위화감이 든다)
종종 우리 주변에서 돈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게 재벌 아들딸일 수도 있고, 비트코인으로 대박 났다는 사람일 수도,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스톡옵션을 많이 보유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렇게 돈이 많으면 뭘 할까'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하는 생각을 안 한다는 게 함정이다)
내게 수백억 대의 돈이 주어진다면...
- 일단 주거 안정을 이뤄야겠다. 내가 살고 있는 곳 기준으로 가장 괜찮은 집을 구입한다. 단독주택을 지어도 괜찮을 것 같다.
- 회사를 계속 다닐지는 생각해 보겠지만, 소일거리라도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다못해 여행 다니면서 에세이를 쓰더라도 여하튼 100% 놀기만 하는 삶은 또 재미가 없지 않을까.
- 지금보다 여행을 훨씬 자주 좋은 비행기와 호텔을 누리면서 다닌다. 퍼스트 클래스도 타보고, 아프리카 블루트레인 같은 초호화 기차여행도 해 본다.
- 길고양이와 유기묘를 위한 일에 후원을 하거나 아니면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를 지어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입양 보내는 일에 도움을 준다.
- 건물 하나를 사서 내가 원하는 업종의 가게를 내는 것도 좋겠다.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 물건을 사는 일은 의외로 금방 흥미를 잃을 것 같다. 돈이 많다면 가격표를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겠지만.
- 이후에 딱히 생각이 나질 않는 걸 보니 돈 쓰는 것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