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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an 25. 2018

동네 친구들과의 목요육식회

여덟 번째 일기, 1월 25일

[사진설명] 와인을 먹지는 않았지만 고깃집 나오면서 황급히 아무거나 찍었다. 아무 사진 대잔치.


나는 회사에서 차로 20분 정도, 지하철로 두 정거장 되는 거리에 살고 있다. 이 지역은 회사와 멀지 않고 부동산 가격도 적당해서인지 회사 동료들도 이 곳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료 부부(이후 A라고 칭한다)와 우리 집 근처에서 살다 조금 멀리 이사 간 동료 한 명(이후 B라고 칭한다), 내 남편까지 포함해서 다섯 명이 유독 고기 먹을 때 잘 뭉친다. 가까운 식당에 가서 사 먹을 때도 있고, 세 곳의 집 가운데 한 곳에 가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거나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총 세 가구의 모임인데 모두 먹는 것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B가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 일주일 전에 다섯 명이서 돼지고기를 먹었지만 날씨가 추워지니 열량 축적을 위해 자연스럽게 고기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기는 한두 명보다 여럿이 먹어야 더욱 맛있는 음식이니 A와 나는 망설임 없이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A와 나의 남편도 이럴 때 전혀 거절하지 않고 콜을 외친다. 벌써 두 번 연속으로 목요일에 고기를 먹었으니 다음 주에도 고기를 먹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모임의 이름을 '목요육식회'로 지어야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고깃집으로 향했다. 


+ 우리가 오늘 간 곳


예상대로 오늘 저녁 식사는 정말 행복했다. 월급날이기도 하고, 추운 날 배를 따뜻하게 했더니 조금이나마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내일은 금요일! 


가까운 곳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건 참 행운이다. 오늘 고기가 먹고 싶다고 얘기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급하게 필요한 것들이 있을 때 주고받기도 편하다. 또, 이전에 내가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을 때는 A 부부가 집을 비울 때 고양이를 봐주기도 했었다. 지금은 우리 집에도 고양이가 있어서 집을 비우면 서로의 집에 가서 고양이들을 봐주기로 했다. 이쯤 하면 육묘 공동체인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아파트 옆집에 사는 사람도 모른다고 하지만 (실제로 나는 옆집 사는 사람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작은 마을을 이뤄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동주택은 또 층간소음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힐 수 있으니 단독주택으로, 서로 걸어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사는 것이다. 날씨 좋은 날이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맥주 한 잔 하고, 소소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 도와주기도 하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처럼 옆집 숟가락 몇 개 인지까지 알 필요까지는 없고 적당히 선의를 보이고 같이 밥 먹기 편한 정도의 사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하려면 일단 모두가 마음이 잘 맞고 신뢰가 있으며 친해야 하지 않을까.  


이 주제와 더불어 생각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


1) 실제로 우리 부모님은 제주도에서 내가 말한 정도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단독주택이 모여있는 곳인데 처음부터 이런 마을을 이뤄야겠다는 의도를 가진 건 아니었지만, 가까이 사는 분들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친해지고 자주 식사도 하신다. 얼마 전에는 동료 분이 근처로 이사 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2) 우리 부부와 A 부부, 그리고 B를 포함한 이 다섯 명의 모임은 연말에 같이 고양이 박람회에 다녀온 적도 있다. 


3) 내가 고양이 식구를 맞았을 때 A와 B가 고양이 용품과 간식을 몇 가지 줬었다. 얼마 전에는 A가 한 고양이를 임시보호 하기 시작해서 나와 B가 고양이 용품을 선물했다. 우리 셋은 각자 안 쓰는 고양이 물건이 있는 경우 서로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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