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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ul 05. 2016

계획되지 않은 만남, 노스쇼어 드라이브

갑작스러운 만큼 더욱 인상적이었던

오아후 섬에 가면 다들 동쪽 해안가 드라이브를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하루는 날을 잡아 해안가 드라이브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노스쇼어를 만난 건 예기치 못한 사건 때문이었다.


하나우마베이를 가려고 나름 아침 일찍 길을 나섰는데 프로 여행꾼(?) 들을 너무 만만히 본 게 화근이었다. 

(우리가 게을러서 늦잠을 잔 탓도 있지만...) 



아침에 레오나즈 베이커를 갔을 때만 해도 성공적으로 하나우마베이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콤하고 폭신한 도넛이 어찌나 맛있던지! 이때만 해도 즐거운 스노클링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우마베이에 도착한 건 오전 9시였는데 주차장은 이미 꽉 차서 차를 댈 수가 없고, 근처에 어떻게 차를 댄다고 해도 하나우마베이까지 걸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호텔로 돌아갈 수도 없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 결국 우리는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다음날 가려고 했던 노스쇼어로! 대신 섬을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서 해안가를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목표는 초보자들이 스노클링 하기 쉽다는 '쿠일리마 코브'였다. 


핀 위치가 하나우마베이, 목표는 섬 가장 북쪽 끝의 터틀베이.


터틀베이 리조트와 인접한 이 곳은 하나우마베이와 다르게 부드러운 백사장이고, 파도가 심하지 않아서 초보자들이 스노클링 하기 좋다고 했다. 


무작정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시작했는데, 지도를 보니 유명한 지오반니 새우 트럭이 가는 길에 있던 것! 이것도 나름 여행의 묘미라 생각하고 맛있는 갈릭 쉬림프를 생각하며 해안가 드라이브를 즐겼다. 


중간에 잠시 멈췄던 이름 모를 해안. 어딘가 제주도 느낌이..

중간중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해변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곳들이 다 오아후 섬에서 이름난 해변이었다. 드라이브할 때는 터틀베이에 가겠다는 목표 하나로 내릴 생각을 못했던 게 조금 아쉽다. 


드디어 도착한 지오반니 새우트럭!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 달려오니 지오반니 새우 트럭이 보였다. 드디어 노스쇼어에 도착한 것! 왼쪽은 마늘향이 강하게 나는 스캠피(갈릭 쉬림프를 생각하면 된다), 오른쪽은 레몬 버터맛이다. 


노상에서 먹는 음식인데 가격은 14달러.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마늘맛 새우는 정말 맛있었다. 깔끔하게 접시를 비우고 우리는 다시 터틀베이로 향했다. 


터틀베이에서 찍은 사진은 많지 않은데, 리조트에 붙어있는 해변이라 그런지 주차장도 굉장히 넓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파라솔 같은 걸 못 챙겨 왔는데도 다행히(?) 반쪽짜리 차양이 달린 선베드를 유료로 빌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오후로 접어들어서 그런가, 스노클링 하면서 물고기를 많이 볼 수는 없었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다 보니 깊이 못 들어가서 그런 것일 수도) 바다 속 풍경은 잘 보지 못했지만 눈부시게 하얀 모래사장에 푸른 파다, 따가울 정도로 강한 햇살이 내게 현실과의 거리를 알려주는 듯했다. 


스노클링 한참 하고 선베드로 돌아와서는 낮잠. 선베드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계획된 건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드라이브와 스노클링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구글 내비게이션은 왔던 대로 돌아가라며 동쪽 해안도로를 안내했지만, 우리는 모험심을 발휘해 다른 길을 선택했다. 오아후 섬 내륙 도로를 이용해 시내로 들어가는 것! 


멋진 바닷가 풍경은 없지만 큼지막한 나무들, 길 하나를 가운데 두고 양 옆에 펼쳐진 밭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별생각 없이 달리던 중 남편이 특이한 밭이 보인다며 속도를 줄였는데, 자세히 보니 땅 위에 파인애플이 매달려 있었다.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 파인애플에 1차 충격, 파인애플 밭이 엄청나게 넓은 것에 2차 충격. 


땅에서 자라는 파인애플. 이럴수가!


조금 더 가다 보니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돌 플랜테이션 (Dole Plantation) 이 나왔다. 이번에도 계획된 건 아니지만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행히 기념품샵이 주차장 바로 앞에 있고,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곳은 뒤에 있어서 우리는 기념품샵 구경만 했다. 소문대로 관광객이 가득... 


귀여운 파인애플 인형 & 태닝한 헬로키티. 너무 귀엽다!


줄 서서 받아 온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더운 날씨에 엄청나게 빨리 녹는다.


파인애플 초콜릿, 마카다미아 쿠키 등 다양한 간식거리부터 뭔지 모를 (?) 온갖 식재료, 액세서리, 인형 등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잔뜩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파는 곳! 가격이 비싼 편인데도 다들 1인 1 아이스크림을 시키길래 우리도 그렇게 주문했더니.. 엄청나게 거대한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이 글을 보고 돌 플랜테이션에 가는 분이 있다면, 아이스크림은 꼭 1개 사서 나눠 드시고 컵에 든 아이스크림을 사시길 바란다. (콘 아이스크림은 줄줄 녹아서 먹기가 힘들다.) 




우연의 연속이었던 노스쇼어 드라이브, 계획된 건 아니었지만 운 좋게 유명한 곳들을 모두 지날 수 있었다. 이런 것도 무작정 떠나는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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