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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Feb 06. 2018

동생이 만들어 준 요리

열네 번째 일기, 2월 6일

[사진설명] 동생이 오늘 만들어 준 코스 요리. 


내 동생은 요리사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했던 건 아니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 당당히 본인의 꿈을 이루며 살겠다고 요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일하다가 자리 잡을 줄 알았는데, 더 심도 있는 공부를 위해서 일본에서 유학하고 지금은 일본 현지에 있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동생이 일본에 나가서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나 됐다. 


동생은 일본 유학 가기 전에도 내가 살던 집에 와서 요리를 종종해주고는 했다. 사실 나는 요리에 아주 큰 흥미가 있는 편은 아니어서, 그야말로 살기 위해 있는 걸 챙겨 먹는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회사 다니면서 요리를 한다는 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 최대한 손이 안 가는 과일을 먹거나 적당히 반찬은 사다가 밥만 해서 대충 먹기도 했다. 아직도 내 동생이 얘기하는 에피소드는 '누나 집에 가 봤더니 소금이 없어서 기겁했다'는 내용이다. 몇 달 있어봐야 요리할 일이 없으니 당연히 소금을 안 채워 놨던 것뿐이다. 그리고 변명처럼 들릴지 몰라도 평소에 자발적으로 요리를 하지 않는 것뿐이지, 나름 레시피 보면서 요리 시작하면 아주 엉망으로 하진 않는다고 자부한다. 


동생이 어제부터 우리 집에 잠깐 머물게 됐는데 오늘 퇴근하고 와 보니 부엌에서 뚝딱뚝딱 뭘 만들고 있었다. 우리 집에 있는 모든 프라이팬을 꺼내 놓은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식탁 위에 근사한 요리들이 등장했다. (사진 왼쪽부터) 관자와 새우를 곁들여 올리브 오일을 뿌린 샐러드, 토마토소스가 베이스인 라따뚜이, 냉동실에 있던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트러플 오일을 곁들인 오믈렛과 스크램블 에그. 


평소에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남편이 부엌에서 저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가끔은 실험정신을 발휘해서 신메뉴를 개발하기도 한다. 남편이 해 주는 밥, 그리고 동생이 해 주는 밥. 모두 엄마가 해 주는 밥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어도 집이 주는 안락함과 더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모두 요리하는 사람들이라니, 여하튼 내게는 행운이다. 물론 그만큼 엄청난 설거지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음에 이사를 가면 꼭 식기세척기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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