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일기, 2월 7일
[사진설명] 요가의 다운독 자세. 출처: https://grokker.com/blog/move/yoga/master-pose-downward-dog/
오늘 거의 열흘 만에 요가 수업에 갔다. 몸은 참 정직해서, 며칠 운동을 안 했다고 다시 삐걱거리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요가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그나마 가장 꾸준히 해 온 운동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지금 매일 요가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적어도 일주일에 1-2번 요가 클래스에 나가고 몇 가지 동작이 머리 속에 있는 정도다.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땀 흘리고 숨차는 게 기분 좋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그러다 보니 운동을 잘 못하니까 더 재미없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은 항상 점수가 매겨지고 내 몸을 쓰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뭐든 운동을 좀 해볼까 하고 시작한 게 요가였다. 헬스장은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대신 요가는 시간에 맞춰서 수업을 듣는 것이고, 운동 초보인 내게 아주 부담되지 않는 수준의 운동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확한 요가 동작을 했다기보다 선생님 따라서 스트레칭하는 정도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몇 년간은 크게 부담가지지도 않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요가 수업을 들었다. (생각해보니 처음 요가 수업 들은 게 벌써 10년 전이다. 열심히만 했으면 고수가 되었을 텐데....)
요가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헬스장에서 PT를 받기도 했고, 크로스핏도 잠깐 해봤고, 남편이랑 테니스 수업도 들어봤고, 그냥 탄천을 걷는 것도 해 봤다. 그럼에도 요가만큼 오랫동안 한 운동은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에 회사 건물에 생긴 요가원에 등록했다. 몇 년간 요가하면서 땀이 난 적이 별로 없는데 이제는 10분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 것이었다. 그곳이 특별히 온도가 높거나 동작이 어려운 건 아닌데, 나의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이다. 이전보다 더 집중하고, 잘 안 되는 자세는 계속 시도하면서 해보려고 노력하고. 그러는 사이 몇 년 간 제대로 되지 않던 다운독 자세가 딱, 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평소에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다리 뒤쪽 근육이 짧은 편이었는데 그래서 사진처럼 엎드려봐도 발바닥이 매트에 닿지 않았었다. 내 마음가짐을 바꾸고 나서 거의 두 달만에 이제는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등을 쭉 편 자세로 있을 수 있다.
다운독 자세 말고도 이제는 앞으로 숙이면 발을 잡을 수 있다든지, 예전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다. 작은 성과를 경험하니 이제 요가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자세를 아주 제대로 한다는 건 아니고, 여전히 내 코어 근육은 부족할 뿐이고,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건 아직도 힘들다. 그래도 요가 수업에 나가는 시간만큼은 잡생각이 별로 안 들고 땀을 쭉 빼니까 상쾌한 기분이 든다. 점심시간에 수업을 듣는 거라서 수업이 끝나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함정이 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요가를 한다면 다음에는 여행지에서 요가를 해 보고 싶다. 발리나 치앙마이, 아니면 하와이도 좋을 것 같고. 야외에서 요가하는 사진을 봤는데 그것도 정말 괜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