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일기, 2월 22일
나는 택시 타는 걸 불편해한다. 서비스 초반에는 일 때문에라도 택시를 많이 탔어야 했는데 남들은 꽤 부러워했지만 내게는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그나마 카카오택시로 탈 때는 기사님들이 목적지를 아니까 이런 일이 드문데 길빵(길에서 택시 잡기)을 하면 목적지를 말하는 것부터가 미션이었다. 단거리 목적지를 말하면 기사님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는데 내리라고 하면 승차거부로 신고당할까 봐 굳은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운전을 한다거나, 한숨을 푹푹 쉬거나, 혼잣말 혹은 동료 기사님과 전화하면서 똥콜(수익성이 낮은 운행) 임을 마구 표현하는 것이다. 돈 내고 타는데 눈치까지 봐야 하다니... 거기다 마지막에 카드로 내겠다고 하면 더욱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목적지를 주소지로 했을 때 내비 찍고 가자고 해도 싫어하는 기사님도 많다. 귀찮아서겠지만 기사님이 전국 모든 장소를 아시는 것도 아니고, 탑승자가 자신의 목적지 근처 랜드마크를 아는 것도 아닐 텐데.
나는 조용히 가고 싶은데 말 거는 기사님도 불편하다. 그 대화 내용이 유쾌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치 얘기 거나, 성희롱 발언인 경우도 많고, 자식 자랑도 많이 들어봤다. 게다가 회사에서 타면 카카오 직원이냐면서 카카오택시 불만을 어찌나 얘기하시던지...(삐질삐질)
그 외에도 내가 겪은 불편함, 주변 사람들이 얘기해 준 것, CS 처리하면서 본 것들까지 합하면 책 한 권 분량은 기본일 거다.
그렇지만 이렇게 택시라는 공간이 불편해진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 (주절주절 썼다가 일하는 기분이 들어서 삭제.) 일하면서 이 내막을 들여다보니 택시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됐다. 언제쯤이면 더 편하게 택시를 탈 수 있을까.
아니, 나중에 택시라는 게 있을까? 자율주행차들이 거리를 점령하면 택시기사기 필요 없을 텐데. 그렇다면 사람 사이 일이라 생겼던 불편함 모두 사라질 텐데... 생각하고 보니 기분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