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일기, 2월 25일
오늘로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동계올림픽 종목도 잘 모르고, 티비로 경기 보는 재미가 있나... 했지만 이게 웬걸. 개막식으로 국뽕을 제대로 맞은 다음, 바로 그다음 날부터 올림픽 경기 일정을 줄줄 꿰고 잘 몰랐던 컬링 룰까지 터득하게 됐다. 중요 경기 있는 날은 약속도 안 잡고 티비 앞에 앉아 중계방송을 봤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 봤던 컬링 한일전은 손에 꼽을 만큼 경기였다.
저번 달에 내가 설날 연휴 즈음 속초 놀러 간다고 했더니 같은 팀에 있는 분이 평창올림픽 기간이니 맘에 드는 경기 있으면 티켓 끊으라고 알려줬었다. 들어가서 봤더니 컬링 경기 티켓이 가장 저렴했다. (인당 4만 원이고 모든 자리가 A석) 하지만 그때의 나는 컬링을 무슨 재미로 보나 싶었고 대진표도 나오지 않은 경기 티켓을 사고 싶지도 않았다. 다른 경기들도 생각보다 티켓이 비싸서 단호하게 모든 경기 티켓을 구매하지 않았건만.... 그때의 선택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내가 강릉 올림픽파크에 간 날에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 프리 경기, 남녀 쇼트트랙, 여자 컬링 예선이 있었다. 남녀 쇼트트랙은 모두 메달이 나온 경기였고 컬링은 우리나라가 영국을 이긴 날이었다.
그렇게 강릉 올림픽파크에 간 날, 가장 먼저 슈퍼스토어에서 집었던 게 수호랑 컬링 인형이었는데 장원급제 수호랑만 있으면 된다며 다시 자리에 갖다 놓은 게 또 생각난다. 장원급제 반다 비도 한가득 있었는데.... 물론 지금은 전부 품절이고 올림픽 끝났으니 중고나라 아니고서는 구할 수도 없다.
과거의 나는 왜 과감하지 못했을까. 올림픽 경기 직관할 기회가 살면서 그렇게 많지도 않을 것 같은데 괜스레 소심해졌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