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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Mar 05. 2018

오늘의 산책

스물아홉 번째 일기, 2월 27일

같은 아파트 사는 친한 동료네 고양이가 아프다고 했다. 얼마 전 동물보호소에 있던 고양이를 데려와서 임시 보호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고양이한테서 피부병이랑 기생충이 옮은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털이 빠지고, 자꾸 토하고 설사까지 한다고 했다. 처음 갔던 동물병원에서 제대로 검사하고 알려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고양이들이 아파하는 모습에 내 동료는 매우 속상해하고 있었다. 많이 힘들어하길래 잠시 나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제안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회사 근처의 약국. 집사들도 구충제를 먹어야 한다고 하길래 같이 가서 구충제를 샀다. 그 약국은 동물 약도 같이 팔아서 동물용 구충제도 있었지만, 검증된 약을 사주고 싶어서 일단 패스. 이제 약국에 동물 약까지 파는 걸 보니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는 게 실감 났다. 

그다음에는 알레그리아 카페로 향했다. 마침 커피 쿠폰이 있어서 쿠폰도 소진할 겸. 그리고 남편이 근처 정형외과 온다는 얘길 했었어서 남편에게 어디냐고 카톡을 보낸 순간!

남편을 알레그리아 카페 앞에서 만났다. 

남편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아직 보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역시 사랑의 텔레파시인가 하면서 오두방정을 떨다가 둘 다 가장 좋아하는 카페 라노체를 주문했지만... 품절. 여기까지는 운이 닿지 않았나 보다.

셋이 앉아서 아픈 고양이들, 바닐라맛 구충제, 기생충과 알레르기의 관계, 청약통장, 베트남 부동산 얘기를 했다. 잠깐이지만 울적한 얘기에서 조금 화제를 바꾸니 리프레시되는 기분이었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이었지만 잠시 쉬어간다는 의미에서 이번 산책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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