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온다는 것의 의미

본가로 돌아오기, 그리고 짧은 여행의 사이에서

by 앨리스

나는 제주에서 자라 성인이 된 다음에는 쭉 수도권에서 살았다. 돌이켜보니 나와 산 지도 10년째. 그 사이 내 고향 제주는, 참 많이 변했다.


어렸을 때 내 꿈은 거창한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육지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 때는 제주가 그렇게 주목받던 것도 아니어서 답답한 이 곳을 떠나고만 싶었다.


resized_20160528_194632_1731733434.jpg 이제는 제주가 육지사람을 반기네

서울로 나가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으나 서울에서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높은 인구밀도와 새벽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 불빛들은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다. 거기에다 혼자 나와살다보니 늘 이방인 같은 느낌.


내가 스물 셋이나 넷쯤 됐을 무렵 제주는 지친 육지사람들의 도피처, 또는 새로운 파라다이스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쯤 제주에 오면 오히려 난 집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거꾸로 서울 집을 가야 편안한 기분이었고, 제주도에서는 집인데 여행 온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밖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낮잠자는 시간이 더 길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네.)


지금도 딱히 다르지 않지만 예전보다는 이 이상한 기분에 많이 익숙해졌다. 이거 참 이상하다, 고향에 익숙해진다니.




내 '제주 여행'의 의미는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것 외에도 내가 찾지 못했던 내 고향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기억 저 편에 남겨진 추억의 흔적을 찾는 것이 혼재돼 있다.


다음에 찾아오면 또 어떤 기분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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