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일기, 3월 9일
나는 평소에 사고 싶은 게 별로 없는 편이다. 요즘 물욕이 더욱 말라버리기도 했지만 이제 내가 사고 싶은 건 거의 다 집에 갖춘 상태다. 건조기, 로봇청소기, 디즈니 레고와 미니 피겨, 무민 인형 등. 여하튼 내가 좋아할 만한 건 이미 다 있다.
하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건 역시 여행에 대한 것. 거의 습관적으로 스카이스캐너를 보면서 항공권을 본다. 동남아부터 미주, 유럽까지. 가보지 않은 도시의 항공권들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서 여행 시뮬레이션을 한다. 하지만 충동구매가 힘든 품목이라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무엇보다 나의 휴가가 일 년에 단 15일뿐이라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가 없고, 항공권 자체가 굉장히 비싸다.
언제쯤 여행도 지겨워지려나. 요즘 남편과 유독 자주 회사 그만두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여행하자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러다 실현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