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럴 수 있겠다

이제야 알겠어

by 이우주

보통 'K엄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떠한가.

딸과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면서 살가운 그런 느낌 아닐까

나는 엄마와 포옹을 해본 적이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 시절에도 동성친구 간의 스킨십에도 몸이 굳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곤 했다.

어른이 되고 연애를 하고 나서부터는 어느 정도 나아졌지만 여전히 스킨십에 있어서는 낯설고 어색한 관계다.

아주 힘들었던 학창 시절에 (그때도 범불안장애 진단을 받았었다.) 엄마가 나를 한 번만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했다.

견물생심이라고 가까운 친척집에 들르는 일이 생기면 두 모녀관계가 늘 눈에 띄었다.

우리 딸, 우리 딸 하면서 끌어안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나는 늘 부러웠다. 그리고 늘 결핍되어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친척집에 방문했는데 힘들었던 나를 아는 친척이 엄마보다 아니 엄마도 하지 못한 포옹을 해주었다.

등을 두드려주었다.

나는 그때 눈물이 날뻔했다.

그때 내게 필요했던 건 바로 이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엄마와 손을 잡고 길을 걷기는 한다.

하지만 속내는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포옹은 가끔 그러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한다.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거나, 오랫동안 헤어져야 한다거나, 시험을 치렀다거나 할 때 말이다.


내 애정결핍의 원인은 엄마라며 무뚝뚝한 엄마를 참 오래도 미워했다.

다른 엄마는 이렇던데, 저렇던데 하는 생각으로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그런 섭섭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엄마한테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의 대답이 여전히 잊히지가 않아 가슴이 먹먹하다.


"엄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래, 할머니를 봐라 그런 거 없었어"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3대가 함께 살았기에 외할머니를 곁에서 아주 오래 보았다.

그렇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그다지 살갑지 않다.

그런 할머니 밑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엄마는 그렇게 성인이 되고 엄마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알겠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알겠다.

당신이 나를 잘 안아주지 못하는 것도, 따뜻한 애교 섞인 말이 어려운 것도

당신 또한 그렇게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그러니 나는 이제 엄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여전히 곱기만 한 엄마를 미워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당신을 내가 먼저 안아주겠다고.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