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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바다 한 가운데 Dec 05. 2019

말 그릇

2019.01.15에 읽고 적었던 말 그릇

2019.01.15

말 그릇

( 지은이 : 김 윤 나 )


 1. 말 때문에 외로워지는 사람들


 우리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고정된 관점을 고집하는 대신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일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어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맥락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들을 말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한다. 이들은 말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말과 사람을 분리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무리 험악하고, 날카로운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 즉,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속에서 ‘본심’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질 않는다. 이들은 진정한 자신 또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회사 다니는 게 힘들어요. 제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요즘 같으면 딱 그만두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으니 그만두기도 겁이 나요.” 이렇게 후배가 조언을 구한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그래, 적성에 안 맞아서 일할 맛이 안 났겠구나. 힘들었겠어.” 이렇게 답해 줄 것이다. 이런 말속에는 편견이 없다.


 사람들은 딱 자신의 경험만큼 조언해준다. 도와주고자 하는 진심일지라도 사실 그들의 경험에서 온, 그들의 말일 때가 많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대답을 함께 찾아보는 것 대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말을 해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나의 안쪽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 말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열리게 된다. 즉, 정해진 대답 대신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말 그릇을 잘 빚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작업이다. 자꾸 날 선 말이 쏟아져 나온다면, 내 마음의 어느 곳이 날이 서있는지 알아보는 게 첫 단계이다. 그리고 말을 만들어내는 내 마음을 살펴서 그 균열을 매우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껏 모르는 척, 괜찮은 척하며 묻어두었던 그때의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감추고 있던 속내를 꺼내보고 마음이 시원해질 때까지 털어내야 한다.


 말 습관도 마찬가지다. 말은 습관처럼 몇 초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 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말투, 그것을 사용할 때 내 말투는 어떠한지, 내 표정은 어떠한지, 내 마음은 어떠한지 찬찬히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말의 기술만 배우는 것은 인스턴트 조리법을 익히는 것과 같다. 물론 짧은 시간에 변화를 만들 수 있으며 효과도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실력을 키워주지는 않는다.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알아가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시선을 내면으로 돌린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 내면의 말 그릇 다듬기


 사람의 ‘말 한마디’ 속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감정과 공식, 습관이 녹아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


1.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

2.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공식

3.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 습관


 자신의 감정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감정의 순기능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감정을 휘두르며 대화한다. ‘자꾸 마음과 다르게 말하게 된다.’는 것은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들은 의도한 말과 의도하지 않았는데 ‘툭’ 튀어나온 말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감정을 세밀히 구분해서 그에 맞는 말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말을 주도하는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말 때문에 후회하고 실망하고 탓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화’로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느끼고,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고, 올바르게 다루도록 연습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상함, 상실감, 수치심과 같은 부담스러운 감정들도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걸맞게 대우해주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도망가거나 ‘화’라는 표현 수단으로 대항해서는 안 된다. ‘그래, 난 지금 슬픈 거야.’라고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내 얘기를 들어줘.’ 하면서 공감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먼저 감정과 먼저 친해져야 ‘마음과 일치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감정과 말을 엇갈리지 않게 연결하는 능력이야말로 넉넉한 말 그릇을 만들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화’로 보이는 감정도 원래는 화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화’를 내는 것에 익숙해져 습관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감정은 미묘하게 원래의 색을 바꾸기 때문에 자신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려면, 처음 가졌던 기대가 무엇인지를 다져보아야 한다. ‘오리지널 감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인데, 화의 목적은 상대방을 물러서게 하고 웅크리게 만드는 데 있다.


내가 진짜 원한 것, 알아차리지 못한 나의 ‘진짜 감정’을 알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그때 _________ (감정)을 느꼈다.
왜냐하면 내가 _____________라는 기대(생각)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느낀 첫 감정은 _____________이다.


평소에 ‘진짜 감정’을 느끼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감정이 자신을 덮칠 때 철이 자석에 달라붙듯 익숙한 몇 가지 감정만이 자동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당신의 ‘말’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즉, 감정의 진짜 목적을 마주하지 못하면 당신의 말은 갈 곳을 잃는다는 것이다.


지금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고 답해보자.

‘당신의 말 그릇 안에는 얼마나 다채로운 감정들이 살고 있는가.’
‘그 감정들은 제때, 어울리는 상황에 정확히 나타나는가.’
‘당신은 그중에서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가.’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주인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하나의 온전한 프로세스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출현-자각-보유-표현-완결’이라는 다섯 개의 단계를 거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1단계 ‘출현’ : 나는 어떻게 감정을 느끼는가?

출현이란, 감정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그에 따른 몸의 반응이다. 감정과 어울리기 위해 첫걸음은 당신의 몸이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하루 중에 잠시라도 몸에 집중하며 미세한 신호들을 감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2단계 ‘자각’ : 지금 떠오르는 감정의 이름은 무엇인가?

신체 반응이 출현하면 그다음 단계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과정이 일어난다. 진짜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속내에는 간절히 바라는 욕구,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숨어있다. 어떤 감정의 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것과 닮은 말이 따라 나온다. 따라서 마음과 다른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이것은 어떤 감정일까?’

‘이 감정이 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방법을 이용하면 인식할 새 없이 흘러가는 감정을 객관화시켜 찬찬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본질적인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우리들은 ‘진심’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3단계 ‘보유’ : 어떻게 감정을 보관하고 조절하는가?

알아차린 감정을 무작정 쏟아내지 않고, 말 그릇 안에 보관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감정을 품어내고 다루는 일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존중’과 나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 효능감’이 두 가지 심리적인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참는 것, 버티는 것, 숨기는 것,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모두 감정을 방전시키는 일이다. 무작정 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지적, 체험적, 생리적, 행동적 차원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인지적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인지적 방법이란, ‘생각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감정을 조절하는 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감정이 격하게 올라올 때, “저 친구도 사정이 있었겠지? 왜 그랬을지 생각해보자”와 같은 식으로 감정을 조절한다.


두 번째, 체험적 방법이란 ‘정서를 충분히 느끼고 표현함으로써 감정을 조절하는 법’이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동료 때문에 마음이 상했을 때 현재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그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감정을 진정시키거나 퇴근길에 친구와 한잔하면서 대화로 현재의 감정을 풀어낼 수 있다.


세 번째, 생리적 방법이란 ‘신체, 생리적인 요소를 변화시켜서 감정의 변화를 만드는 법’이다. 복식호흡이나 명상을 하는 것, 차 한 잔을 마시는 것 등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행동적 방법이란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감정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산책이나 운동 등 기분을 바꿀 수 있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이 휘몰아칠 때는 여러 가지 불순물들이 떠올라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폭풍처럼 거센 감정이 나를 압도하더라도 아주 잠시 동안-때로는 숨을 크게 몇 번 내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기다리면 떠올랐던 불순물이 가라앉고 그 사이로 진짜 감정이 얼굴을 내비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음으로써,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낼 수 있다.


4단계 ‘표현’ :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핵심은, 오리지널 감정을 훼손시키지 않고 적절한 말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과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운해”라고 말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매섭게 눈을 흘긴다면 그것은 서운함에 맞는 표현이 아니다. 마음을 알아달라는 눈빛과 호소하는 목소리로 말할 때 비로소 그것은 ‘서운하다’는 감정과 어울리게 된다.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유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로 ‘폭포수형’이다. 기분이 나빠지면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말을 쏟아내는 속이 후련해지는 스타일이다. 이런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평가할 때 ‘뒤끝이 없고 쿨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자신의 감정을 책임질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호수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악취가 피어오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참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관계에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상대방은 사과할 기회나 설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죄인이 되어버린다. 감정은 담가두고 발효시키는 게 아니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다.


마지막 유형은 ‘수도꼭지형’이다.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물의 온도를 선택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흐르지 않게 잠가두고, 또 필요할 때는 원하는 만큼 조절해서 사용한다. 이렇게 감정 표현이 정확한 사람은 목적에 맞는 말을 꺼내어 사용할 줄 안다. 이러한 사람들을 정서지능이 높다고 한다.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목적에 맞는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폭포수형’이라면 감정을 정확하게 느끼고 보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호수형’이라면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출현-지각-보유-표현’의 과정들을 제대로 거치고 난 감정은 제 역할을 다하고 깔끔하게 사라진다.

우리들은 감정을 골라서 편애하지 말고 감정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경험과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할수록 사랑과 기쁨, 소속, 창의성, 공감과 관련된 좋은 경험도 무뎌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정을 유독 견디기 힘들다면 그것은 그 감정이 과거의 특정 기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고, 벌겋게 부어오른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공식을 살펴볼 차례다.


공식을 사용해 더 쉽게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경험을 통해 공식을 저장해두면 비슷한 상황을 갑자기 만나게 되더라도 고심하지 않고 바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잘못 저장된 공식이 건강한 말하기를 방해할 때가 있다. 잘못된 공식을 세워놓고 반사적으로 반발하거나 변명하게 될 수도 있다. 잘못 세워진 공식들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뒷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공식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해하면 의식하게 되고, 의식하게 되면 변화의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공식의 구조

A-B-C

Accident-Belief-Consequence

사건-믿음(공식)-반응

우리들은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적, 신체적,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그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믿음, 즉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공식에 따라 대화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사, 짜증을 유발하는 동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만드는 후배.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역시 나조차 이러저러한 이유로 갖게 된 나만의 공식을 통해 사람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서로 다른 공식을 지니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안에 사람을 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내가 평소 자주 하는 말, 주변에 잔소리하듯 되풀이하는 말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말, 참지 못하고 자꾸 끼어들게 되는 말, 예민하게 반응하고 발끈하게 되는 말, 잦은 의견 차이를 만드는 말은 무엇인가? 그 사이 어딘가에 당신의 공식이 숨어 있다.


말 그릇이 넉넉한 사람들은 한 사람의 공식 안에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각각의 공식에 관심을 가지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질문하고, 인정한다. 따라서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좁힐 수 없는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질문을 통해 내막을 듣게 되면, 동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겠네.’ 하며 인정해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타인의 말을 담는 그릇이 넉넉하려면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되 그것이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공식의 차이가 결국 ‘인간성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공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는 크게 OK 방식과 NOT OK 방식이 있다고 설명한다. OK 방식이란, 상대방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말한다. 반대로 NOT OK 방식이란, 상대방을 미리 ‘별로인 사람’으로 규정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은 OK 방식으로 바라보면서, 상대방을 바라볼 때는 NOT OK 방식으로 바라본다. 상대방을 NOT OK 방식으로 바라보면 나의 경험과 지식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식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취급하기 쉽다.


물론 상대방의 공식이 비상식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수준이 저것밖에 안 되나.’ 하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순간들. 그러나 그마저도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게 된다.


상대를 ‘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나의 공식만 고집하면 된다. 반대로 성숙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람마다 가진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차이를 ‘문제’가 아닌 서로 풀어야 할 ‘과제’로 바라본다면, 당신의 말 그릇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제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은 완벽해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NOT OK에서 방황하는 시간보다 OK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공식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선입견을 조금씩 부수는 게 좋다. 그러기 위해 도전과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고 ‘불편함’뒤에 있는 ‘다양함’을 즐겨보자.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다양한 책을 가까이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들은 자신이 가진 공식을 발견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공식을 찾는다는 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들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지키고 싶은 것, 해내고 싶은 것, 참을 수 없는 것, 모순을 가진 것, 넘어서야 하는 것들을 찾다 보면 내가 지닌 공식들을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된다. 아래의 문장들을 읽고 빈칸을 채워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공식을 발견하기 위한 나만의 문장 완성하기 :

- 나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______________ 라고 생각해.
나는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반드시 ___________ 해야 한다고 믿어.
나는 사람이 살면서 _____________ 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일을 할 때 꼭 __________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해.
내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대개 ______________ 때문이야.
최근에 누군가가 불편했던 이유는 ___________ 때문이야.
나는 누군가에게 ______________ 라는 말을 들을 때 힘들어.
나는 _________ 한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관계를 유지하기가) 불편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___________ 라는 이야기(평가)를 듣곤 해.
나는 OO라면(선배/후배/친구/부부라면) 모름지기 __________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사건은 _________ 야. 그것은 나에게 _________ 라는 교훈을 주었어.
나는 이 세상은 _____________한 곳이라고 생각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__________ 라고 믿었기 때문이야.
나는 인생을 살면서 힘이 들 때 _________라는 말을 떠올려.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으려면 ____________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언젠가 반드시 __________ 하고 말 거야 (이루어낼 거야)
내 삶에서 _____________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
나는 내가 _____________할 때 근사해(마음에 들어)
나는 내가 ____________할 때 싫어(실망스러워)
나는 _____________하는 상황에서 더 예민해져(불안해져/슬퍼져)
나의 부모님은 내게 늘 ______________ 라고 말씀하셨어.
내가 우리 가족에 관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________________야.
나는 가족 내에서 항상 ______ 역할을 담당해왔어. 그것은 나를 ___________하게 만들었지.
누가 내게 인생의 모토를 묻는다면 ___________라고 대답할 거야.
아마 사람들은 나의 __________라는 생각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만약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______________ 가 될 거야.
내가 가진 한 가지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_________했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보다 성장하려면 ______라는 생각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어.
내가 살면서 바꾸기 어려운 것 중 한 가지는 __________라는 생각이야.
내가 반드시 ___________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져.


위 질문들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빈칸을 채워가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느 궤도에 오르면 아래처럼 문장 형태로 자신의 공식을 정리해보자.


나만의 공식 발견하기:

나는 ____________________ 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다.
이 공식은 내가 _________________ 하게 만든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 좋게만 적용되는 공식은 없다. 한때 삶에 도움을 주었던 공식이 장애물 이 되어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말 그릇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처럼 공식의 양면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공식의 양면 살펴보기:

나는 ___________________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다.
이 공식은 내가 _____________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공식 때문에 __________________를 못하게 되었다.


말 그릇에 새겨진 공식들을 찾아가는 노력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초점을 맞추게끔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한 사람의 공식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기르면 공감하는 능력이 높아진다.


누구나 원하지 않는 공식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 그 공식이 인격의 차이에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충고할 수 없게 되고, 그야말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다.


사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말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고정된 패턴대로만 말하는 사람은 다른 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한다. 위로가 필요할 때 충고하고, 격려가 필요할 때 비난하고 만다.


당신에게도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한 말 습관이 있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몇 가지 방법들을 알아보자.


1. 문제행동 정의하기

어떤 말 습관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가?


2. 행동 계기 발견하기

그 말 습관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어떤 이의 영향을 받았는가?


3. 선행 신호 분석하기

대체로 그런 편인가 아니면 유독 그런 말을 하게 되는 상황이 있는가?

혹은 유독 그런 실수를 반복하고 후회하게 되는 상대가 있는가?


4. 강화 물 제거하기

지금의 말 습관을 지속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당신이 그렇게 말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은 무엇인가?


5. 대체 습관 만들기

어떤 말로 대체하면 좋을까? 그 구체적인 문장은 무엇인가?


6. 관찰하고 지속하기

당신의 말 습관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이렇게 나쁜 습관들을 없애고 자신의 말 그릇이 단단해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듣고 말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3. 말 그릇을 키우는 ‘듣기’의 기술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기다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대화 속에서 실천한다. 바로 ‘경청’하는 것이다. "태양 빛을 내리쬐거나 소나기를 퍼붓지 않아도 스스로 마음의 갑옷을 벗고 대화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게 바로 경청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귀’로만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동시에 상대방의 말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도 파악해내는 것을 뜻한다.

대화를 할 때는 말하기와 듣기의 조화가 필요하다. 보통 말하기와 듣기의 비중이 5 : 5 가 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설명이나 공유 차원의 대화라면 그 비율이 7 : 3이 될 것이고, 위로와 격려의 대화라면 2 :8이 되면 좋다.


말은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만 전달해야 한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아무리 좋은 말로 조언과 충고, 걱정 어린 말을 전한다고 해도 그중에서 살아남는 말은 우리가 기다렸던 말 혹은 직접 선택해서 동의할 말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향한 말을 멈추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말하지 않으면 불안한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동일 뿐이다. 사람들은 안전한 사람에게만 속마음을 열어 보인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아는 척하며 평가하지 않을 사람,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성급히 결론짓지 않을 사람에게만 이야기를 나누어 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대화중에 눈치를 보느라 진실을 은폐한다. 부부 사이에도 정작 풀어내야 할 속내는 꺼내지 않고 세금이나 경조사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 듣기 좋은 말만 주고받는 것이다. 나는 모르고, 상대방만 알고 있는 진짜가 있다. 그런 말을 듣고 싶다면 자신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교정반사라는 본능이 있다. 상대방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쳐주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한 것은 교정 반사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상대방은 변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다. 고쳐주고 싶겠지만 고치려고 하지 말고, 간섭하고 싶겠지만 간섭하지 말자. 관계란 ‘편하게 생각하라’고 해서 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에 관심을 보일 때 자연스럽게 편해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들으려면 다양한 능력의 조합이 요구된다. 우선 관찰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 손동작, 자세 등도 하나의 말이 될 수 있다.


이해력과 상황 판단 능력도 중요하다. 들을 때 단어 각각의 의미뿐 아니라 그 사람만의 독특한 표현 구조, 길고 지루하게 꼬여있는 앞뒤의 맥락을 연결하여 전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직관력, 상상력, 추리력도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기운으로 이야기를 가려내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휘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게 경청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경청하지 못하는 순간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는 마지못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네 얘기를 듣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지쳐 있으니 다음에 이야기하면 어떻겠냐’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내가 너를 위해 참고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위이다. ‘아, 듣고 있다니까! 이렇게 해도 다 들려!’라고 건성으로 말하는 것은 ‘너는 내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야.’, ‘네 말은 그만한 가치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세상 속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다. 그것을 ‘참지 않고 알아줄 수 있는’ 사람만이 환영받는 법이다.


저자는 ‘조율하기’라고 부르는 대화 기술을 추천한다. ‘대상에 맞게 조절하여 맞춘다’는 뜻으로, 대화할 때 상대방이 익숙한 방식으로 반응해주는 기술이다. 조율하기를 잘하려면 다음 3가지 기술을 함께 사용하는 게 좋다.

첫 번째, ‘바라보기’이다. 모든 대화는 눈 맞춤에서 시작된다. 눈빛과 눈빛을 마주쳐야 비로소 대화가 된다.

두 번째 기술은 ‘같이 걷기’다. 대화는 산책과 같아 상대방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가야 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끄덕거림’이다. 상대방의 말하기 속도와 강도에 맞춘 ‘끄덕임’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소리내기’이다. 소리내기란 상대방의 이야기에 끝까지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음성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대화 기술은 초기 관계 형성에는 유용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관계를 얕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그랬구나’, ‘그렇구나’만 반복하다 대화를 끝맺게 될 수도 있다. 대화가 도입을 지나 절정을 향해 갈수록 단계에 맞는 또 다른 기술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듣기란,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것을 자신의 짐으로 받아들이거나 해결하기 위해 대신 애쓰기 시작하면 듣기 자체가 어려워진다. 마음의 공명이 잘 되려면 적당한 거리감이 확보되어야 한다. ‘너와 나는 하나’가 아니라, ‘너의 곁의 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감으로 들어줄 때는 상대방이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문제 해결에 너무 서두르게 되면 우리의 진정한 관심이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에 있다는 걸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계속 관심을 둠으로써,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속을 조금 더 깊이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공감을 지속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말을 하는 사람도 상대방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해결사’ 역할을 하고 나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성급하게 해결책으로 몰아가는 것은 더 깊은 마음 대화를 방해하고 만다. 마음에서 서둘러 몰아내려고 하지 말고 함께 머물러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진심을 끌어올리는 듣기의 기술 몇 가지를 알아보려 한다. 첫 번째는 Fact (사실 듣기)이다. 사실 듣기란, 주요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다. 상대가 말한 내용들을 정리하며 듣는 것이다. 이때 자의적인 해석을 붙여서 말하기보다 상대가 말한 표현 그대로 반복해서 말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한다면 대화의 방향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공감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된다.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란 말이지?”
“잠시만,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아?”


다음은 Feeling, 감정 듣기이다. 감정 듣기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여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우리들은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익숙함을 느낀다. 그러나 문제를 음미하는 것에는 어색해한다. 또한 전략적인 대화는 능숙하게 잘 하지만 정서적인 대화는 불편해하고, 사실적인 대화는 익숙하게 하지만 관계의 대화는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중요하다’, ‘관계가 좋아야 일이 되지.’라며 모순을 드러낸다.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되고 싶다면 이 감정 듣기를 충분히 잘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Focus, 핵심 듣기이다. 핵심 듣기란 말하는 사람이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사실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속마음이나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며 듣는 것을 뜻한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감정들을 해소하려면 감정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길을 새롭게 내줘야 한다. 그렇게 길을 새롭게 내는 작업이 바로 ‘핵심 듣기’다. 핵심 메시지를 잘 찾아서 적절한 반응을 해주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말이 멈추게 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상대방을 NOT OK 관점이 아닌 OK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NOT OK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본래 게으르고 동기가 낮은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고 상대방이 가졌던 애초의 좋은 의도와 기대는 발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OK 관점으로 본다면 의욕적이고 좋은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가능성 있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상대방의 핵심 메시지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OK 관점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물음을 해보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무엇에 실망해서 화가 난 걸까?”
“그가 정말 해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발굴하듯이, 탐험하듯이, 채집하듯이 사람의 감정과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집중력, 노력 그리고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4. 말 그릇이 깊어지는 ‘말하기’ 기술


‘질문’은 말 자체가 빛나기보다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적합한 말하기 기술이다. 이 기술은 효율적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값진 대화를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창조적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방향이 달라지고, 말하는 사람이 숨겨둔 지혜를 발견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관계적이다. 질문하는 사람과 질문받는 사람의 관계가 전보다 더욱 깊어진다.


우리들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은 두루뭉술한 우리들 마음속에서 뚜렷한 해답을 찾게 도와준다. 질문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절로 생각이 뚜렷해지고 마음이 시원해지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우리들의 의지나 의견을 꺾으려고 하면 할수록 마음은 청개구리가 된다. 그 고집에 사로잡혀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남아 있던 다른 쪽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진심 어린 질문에는 심술을 거두고 되묻게 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좋은 사람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있을까?’ 이렇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들은 질문을 어렵게 생각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질문하는 스타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질문들을 살펴보면, 물음 자체가 강압적인 것들이 많다. “너 잘했어, 잘못했어?”, “왜 이런 식으로 했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 파악은 된 거야?”, “정확한 데이터가 뭐야? 확실해?”, “그래서?” 이렇게 부정적인 경험이 쌓여 질문이라면 질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질문은 배달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 목소리 톤, 전체적인 뉘앙스, 무엇보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말하기의 패턴 등이 그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제대로 된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제대로 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질문하지 않는 삶은 없다. 질문은 답을 만들고, 답은 선택을 만든다. 선택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결과를 가져온다. 즉 매일의 질문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만약 친구가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그 친구의 삶에 대해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 불행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착각하고 연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질문을 무엇을 해야 되나 고민이라면 ‘상대의 흥을 돋우는 질문들은 뭐가 있을까?’를 찾아서 실행해 보자. 아주 작은 질문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질문할 때 필요한 것은, 높은 수준의 화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이렇게 질문은 평생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말하기 기술이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바로 ‘당장 써먹지 말 것, 결과를 바로 기대하지 말 것’이다. 우리들은 이렇게 말하기 기술을 알게 되었을 때 자꾸 써먹으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얼마 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질문할 때는 아래의 3가지 사항을 꼭 염두에 두자.


1. 질문하고 나면 반드시 기다릴 것. 절대로 먼저 답하지 말 것.

2. 답의 수준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인정할 것.

3. 답변을 살리는 피드백을 추가할 것.(아주 간단히)


그리고 상대방의 답을 절대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한다. “그깟 것도 생각이라고 하냐.”, “네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라도 흘려서는 안 된다.


살아가는 동안 어떤 질문을 자주 하는가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한다. 이 말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꺼내는 질문이 나의 기분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삶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마주할 때 어떤 질문을 선택하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이건 꽤 좋은 질문이야.’ 하고 생각했더라도, 질문을 받는 사람만이 최종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질문은 상대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이러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 ‘OFTEN 질문법’이 있다.


Opened Question (열린 질문)

- 잠재되어 있는 생각과 의견을 풍성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


If Question (가설 질문)

- 가상의 제약을 넘어서,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질문


Target-oriented Question

- 미래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긍정적 힘을 이끌어내는 질문


Emotion Question

- 사실 이외에,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심정을 헤아리는 질문


Neutral Question

- 생각/의도/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질문


첫 번째, ‘열린 질문’에 대해 알아보자. 열린 질문이란, 질문받는 사람이 풍성한 생각과 의견을 꺼낼 수 있도록 설계된 질문을 말한다. 즉 많이 말하고 길게 떠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이다.


열린 질문의 예

-가장 좋았던 일은 뭐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뭐지?

-우리가 공유해야 할 것은 뭐지?

-성공하기 위해 더 점검해야 할 것은 뭐지?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뭐가 있겠어?


두 번째, ‘가설 질문’이다. 가설 질문이란, 현재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에서 대상을 바라보게 하는 질문이다. 만약 벽에 막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지금 서있는 위치에서 한 걸음 떨어져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1.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 2. 내가 아닌 누군가의 입장, 3. 한계보다는 현재의 충분함을 의식하면서 해결책을 다시 모색하는 게 도움이 된다.


가설 질문의 예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다르게 해보고 싶어?

-만약 무조건 성공하게 된다면, 어떤 요인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만약 네가 프로젝트를 이끈다면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할까?

-만약 우리에게 예산이 충분하다면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만약 너에게 시간이 충분하다면 무엇을 더 고민해보고 싶어?


세 번째, ‘목표 지향 질문’이다. 목표 지향 질문은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예상하게 되는 가능성과 기대에 대하여 묻는다. 목표 질문은 대부분 미래 시제에 가깝고, 한계나 장애물보다는 자원이나 기회를 묻는다. 반면에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원인들을 분석하는 질문인 장애 질문이 있다. 장애 질문은 대부분 현재 시제에 가깝고 문제와 실수, 대비해야 할 책임을 점검한다. 목표 질문과 장애 질문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각이다. 현재를 냉철하게 판단하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모른 척하지 않는 조화가 필요하다. 변화와 성장을 이루고 싶다면 먼저 목표 지향 질문 충분히 주고받은 후에 장애 질문을 탐색하는 것을 권한다.


장애 질문의 예

-문제가 뭐지?

-실패하면 어떻게 되지?

-누가 책임질 거지?

-우리가 실수한 것은 뭐지?

-우리가 대비해야 할 최악의 상황은 뭐지?


목표 질문의 예

-우리가 최종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이지?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일까?

-네가 가직 있는 자원 중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주변의 도움은 무엇일까?


네 번째, ‘감정 질문’이다. 감정 질문이란, 사람의 마음과 심정에 초점을 맞추는 질문이다. 하지만 요즘 팩트 폭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러한 말은 감정과 정서를 무시하는 말이다. 우리들은 사실(FACT)을 따져 묻기 전에 사람의 마음에 관해 물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려면 사실 뒤에 감추어진 진짜 마음, 사실에 묻혀 드러나지 않는 속 사정을 풀어내야 한다.


감정 질문의 예

-그때 어떤 심정이었어?

-진짜 마음속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뭘까?

-주저하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어떤 감정일까?

-무시하고 싶었던 마음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다섯 번째, ‘중립적 질문’이다. 중립적 질문이란, 생각과 의도를 담지 않은 질문을 말한다. 순수하게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질문으로 깔끔하고 담백하다.


반면에 가장 피해야 할 질문 유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유도 질문이다. 유도 질문이란, 물음표의 형태는 띠고 있지만, 이미 답을 내포하고 있는 질문이다. “방 치워야 하지 않겠니?”, “맛있지 않니?”, “이거 괜찮지?”와 같은 질문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질문에 대한 거부감과 상대방에 대한 불쾌함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만약 당신의 의견이 따로 있다면 애매하게 질문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하고 확실하게 뜻을 밝히는 것이 괜한 의혹을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중립적 질문의 예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이지?

-예전 경험을 활용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우선순위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 연습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좋은 질문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온다. 하지만 가장 좋은 질문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 속에서 나온다. 미리 무기를 준비해 나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말속에서 필요한 질문을 감각적으로 잡아내는 것이다.


5. 사람 사이에 ‘말’이 있다


말이 업인 사람들은, 말을 잘하면 유리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대단히 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가 쏟아내는 말이 제대로 숙성되어 있는지 점검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가까운 누군가를 지켜내기에 충분한 말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들은 자신을 바라보고 대화 중 절반의 책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대화 능력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선행되지 않은 채 말 기술만 배우면 말투가 달라졌다고 해도 어색하게 느껴질 뿐이다.


사람들과 연결되려면 먼저 나 자신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대화 능력을 갖추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자신을 알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격려하는 연습이 안 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기란 어렵다. 또한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이 싫어서 자꾸 누군가를 탓하게 된다.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자라게 된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존중과 따뜻한 관심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말을 바라본다는 것은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는 나 자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관계에는 3가지 법칙이 있다. 그 첫 번째 법칙은 ‘사람은 누구나 ’나‘(자신)를 사랑한다.’이다. ‘나’를 사랑하는 본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본성은 대화에서 방어를 부른다. 방어는 또 다른 방어를 부르고, 그러다 보면 대화가 격해진다. 그럴 때는 내가 무엇이 불안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는지, 필요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법칙은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 진실‘이 다르다.’이다. 우리는 경험의 꼴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각자의 진실이 만나 다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다름 속에서 내 것이 정답이라고 믿는 순간 더 이상의 경청은 어려워진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비웃고 있는 상대의 말도 다른 영역에서는 진실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즉,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진실이 만들어진 환경과 뿌리를 함께 받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법칙은 ‘누구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 경계‘가 필요하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료한 경계선이 살아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자기 안에서 평화를 이루어야 상대와 화합할 수 있고,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내면에 안정감이 생기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붙어 있으면 형태가 일그러져 보이기 쉽고, 너무 멀리 있으면 자세하게 볼 수 없다. 부부든, 부모든, 선후배든, 친구든 서로가 맺고 있는 거리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지 살펴야 한다.


우리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고 심지어 미워하기까지 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상처를 준 그들의 행동과 말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 아픈 말도, 우리를 겨냥한 채 작정하고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VIEW POINT

“ 감정에 충실한 표현으로 빚은 말 그릇, 말로 표현하지 않고도 얻은 지혜 ”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나의 감정을 알고 느낄 줄 아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즐거움, 화남과 같은 극단적으로 떠오르는 감정들은 잘 느낄 수 있었지만, 서운함, 우울함과 같은 사소하다고 생각하면 사소한 하지만 정말 중요한 그런 감정들을 내가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는 것인지 조차 몰랐었다.

‘말’이라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나’를 알아보는 것에 있었다.

하루하루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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