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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바다 한 가운데 Oct 25. 2019

'말' 배우려다 '인생'을 배웠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나도 말 잘하고 싶다..!!'

 이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나도 잘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말'을 아름다운 그림과 같이 표현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타고났다.'라고 생각해왔다. 언젠가 방송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를 아버지와 함께 보고 있었다. 방송에서 설민석 선생님께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강연하셨다. '역사 선생님이 소설 강의를?'이라고 생각한 것도 잊은 채 강의에 흠뻑 빠져있었다. 마치 '혼'이 나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말의 흡입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아버지께서 '타고났다.'라고 말씀하셨다. '정말로 말은 타고나야 잘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날도 '나도 말을 잘하고 싶다'라고 말함과 동시에 '말은 타고나야 해.'라고 속으로 속삭이며 지나가는 하루였다.  


#정리와 요약

 "정리를 잘해놓으면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그 중심에 있는 콘텐츠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 중략 ---- 우리는 정리되지 않은 것을 범주화할수 없고, 정리되지 않은 것을 머릿속으로 기억할 수도 없으니까요."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 이동우, P.124


 승선을 하여 업무를 보면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압력이 왜 떨어졌니?', '온도가 왜 그렇니?', 'PIPE LINE 문제는 무엇이니?' 등등 담당 기기는 물론이고, 선박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이럴 때면 확실하게 모르는 부분은 횡설수설하게 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면 될 것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려 말한다. 애매하게 안다는 것은 없음에도 말이다. 안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알고 있지 못하는 부분에서 횡설수설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를 해야 한다.


 밀레니엄 세대로서 정보를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쉬운 일이다. 그저 알고 싶은 것을 타자 몇 번만 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정보를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동우 작가님은 인터넷으로 얻은 수많은 정보는 진짜 자신의 지식이 아니라고 한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알아가는 것은 클릭 몇 번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앎은 노력없이 공짜로 얻을 수 없습니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P.085


 그래서 우리는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알게된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 정보 정리는 공부와 같아서 귀찮고, 하기 싫다. 하지만 해야 한다.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를 하자니 막막할 것이다. 아는 것이 없어서,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 해야할지 모르겠면 일단 '양질전환의 법칙:양이 질을 만든다.'에 따라 우선 시간을 투자하여 많이 읽고, 찾아보자. 그저 읽고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정리를 할 차례이다. INPUT(독서, 공부)이 있어야 OUTPUT (정리)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앎의 깊이를 늘려간다면, 말로 표현하는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이동우 작가님은 조언한다.


#맥락


 하지만 단순히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을 파악하고 맥락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요약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를 볼 때면 보고서를 적지 않은 날이 없다. 지금 돌이켜보니 '첫째.. , 둘째.. , 셋째..' 이런 식으로 상황만 주야장천 적었던 보고서가 많았다. 여기서는 나의 의견 없이 그저 사실들의 나열이었다. 즉 통찰도, 맥락도 없었다. 보고서를 적었는데 상사에게 다시 자료 하나하나의 의미를 설명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만든 보고서가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된 것이다.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콘텐츠 안에서 핵심을 찾아내는 행위입니다. 그 콘텐츠 매체는 텍스트일 수도 있고, 이미지 혹은 동영상일 수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콘텐츠에서 여러 의미를 찾아낼 수 있기에, 그 시점에 가장 합당한 의미를 제시하는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맥락을 읽는 것입니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P.148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맥락 파악은 꿈도 못 꿀 때도 많다. 그저 상사가 맞다고 하면 '네네'하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반박을 했다가는 하루가 아니라 승선 내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윗사람의 의견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것을 '정보 폭포효과'라고 한다. 어제 9시 뉴스에서 디즈니, 픽사의 성공요인으로 수평적 인간관계와 소통이라고 말하는 겨울왕국 2 감독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ㅠㅠ)의 인터뷰를 보았다. 이 시대 최고의 창의적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유명한 디즈니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니, 소통을 통한 맥락 파악이 창의적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도 직상상사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우리들은 스스로 균형 잡힌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이동우 작가님의 조언을 따라서..


"그 결과 물리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은 물리학이 얼마나 깊이 있는 학문인지 모르고, 테니스나 축구를 배우는 사람은 자신의 스트로크와 킥의 성공률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독서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몰랐고,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자신의 이해력이 좋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현상을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합니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P.143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라고 했었다. 그러면 가끔 '글쟁이'라는 말이 돌아온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를 글로 배운 사람'이라고 속되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이 모르는 것도 모르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더닝 크루거 효과'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메타인지가 매우 낮다. 여기서 가장 무서운 것은 책을 아예 읽지 않는 사람보다 종종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대부분 사람들은 책을 읽고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했다고 책에 대해 평가를 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독서를 하지 않을 사람에게는 책 읽어라고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요즘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가장 맨 위에 랭크되는 것만 확인하고 다른 의견과는 비교도 해보지 않은 채 확신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즉 운이 좋으면 좋은 정보를 얻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따르면 요즘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기사 내용보다 댓글부터 먼저 살표본다고 합니다. 댓글 여론에 따라 기사가 다루고 있는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 또는 감정을 정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사안을 다루는 인터넷 기사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죠. 인터넷 기사를 보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며 입장을 정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사람들은 오직 댓글 여론만으로 자신이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혹은 슬퍼해야할지 분노해야 할지부터 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P.181

나도 마찬가지로 기사 제목과 댓글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더 많이 읽고 적어야 한다. 그리고 정리하고 비교, 대조해서 맥락을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이 연습을 사명감을 가지고 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보 홍수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비록 위험에 빠졌더라도 구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는 말을 잘하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단순히 말하기 기술전달이 아닌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 조언을 해주었다. 이 책을 통해 이동우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우 작가님에게 조언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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