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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바다 한 가운데 Nov 02. 2019

혹시 지치셨습니까?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여자친구와 서점 데이트를 했던 지난 주말, 누가 업고 가도 모를 정도로 책에 푹 빠져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그 책은 글배우님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였다. 책을 사고 교보문고에서 나오면서 책이 재미있다고 얘기하는 그녀의 표정은 메고 있던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처럼 편안해 보였다. 요즘 대인관계로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마음이 아팠다.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더 마음이 아팠다. 글배우님의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읽고 있던 책은 잠시 미뤄두고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을 읽게 되었다.



#가치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어떤 방식과 각오로 살아야 할지 알게 되었다. 나의 간절함을 믿게 되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넘어 서고 이겨 낼 거라고 나 자신을 믿게 되었다. 간절함을 믿게 되었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P. 29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다. 나만의 기준이 없었던 삶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었다. '이 시기에 취직해야지.', ' 이 시기에 승진해야지.', '이 시기에 결혼해야지.'라는 '평균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애를 썼다.


"이 세상에는 평균적인 사람이란 없었다. 그래서 개개인과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라면
평균은 쓸모가 없다."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21세기북스


 여태껏 존재하지 않는 평균의 중심에 나를 두고 타인의 시선을 햇볕 쬐듯 따라다녔다. 나만의 기준인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아 언제나 중심이 흔들렸다. 그러자 곧 자존감 하락이 찾아왔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지 못하였고 사소한 말이어도 쉽게 상처를 받았었다. 떨어진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다양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다녔다. “좋아한다는 건 내가 그것만 하면 잡생각이 안 들고 집중되는 것”이라는 글배우님의 조언을 읽고 나니, 엉켜있던 실 가닥이 풀리듯이 뒤엉켜있던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자존감은 배우자와 자식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래서 나는 사명감을 가지고 나의 가치관을 찾을 것이다.



#불안

 하지만 나의 가치관을 찾기 쉬웠다면 벌써 찾지 않았을까? 가치관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큰 방해물은 '불안'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글배우님이 잘 정리해주셨다(P.58~9 참고). 나는 그중에서 "첫째 내가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입니다."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잘해야 된다는 강박이 나의 가치관을 뒤로 숨게 만들었다.


 나는 외항상선(배)을 타는 선박 기관사이다. 기계를 만지는 일을 하다 보면 사소한 것에서 문제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실수를 하는 순간 모두가 X고생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잘해야 된다는 생각, 강박증이 생겼고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자신을 그나마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자신을 부적절하게 여기는 마음인 수치심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내 감정을 읽는 시간>, 변지영, 더퀘스트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내 모습에 수치심을 느낀 것이다. 수치심이 불안을 일으켰고, 불안은 나를 ‘힘들어도 지나치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불완전함은 당연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당연한 것이기에 우리는 불완전함을 사랑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매 순간의 나를 실수했을 때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중략)... 지금 지쳤다면 나에게 필요한 건 사랑입니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P.219


 힘들면 자책하지 말고 ‘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자.



#도전

 그렇다고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 같다.  2015년, 처음으로 실기사(실습생)로서 승선하는 순간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부모님께 기대고만 살아왔던 삶을 뒤로하고 사회로 나왔었다. 학부생 시절, 전공으로 선박과 승선 생활을 4년 동안 배웠음에도 막상 배에 가보니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기대기만 하는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모르기에 불안하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채 살아간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P.45


 2019년, 지금은 실습생, 3급 기관사를 거쳐 2급 기관사로서 일을 하고 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들을 들어가며 일을 하고 배웠다. 지금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도전과 실패를 계속해서 겪다 보니 불안과 두려움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승선, 별일 아니었다! 처음에는 두려운 승선이었지만 '선박 SYSTEM 개혁'이라는 뚜렷한 목표도 가지게 되었다. 일을 하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가지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 걷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중요한 일이니 불안하다, 스트레스받는다.'라고 관점을 바꾸었다. 그 결과, '내가 이렇게 책임감이 있구나!' 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확신하며 오늘을 보낸다.


"그렇게 성장하는 사람만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오늘이 비록 힘들고 어려웠어도 나는 분명 당신에게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P.46



 글배우님 프로필을 보고 곱상하고 잘생긴 외모에 고생 한 번 안 해봤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타고난 글빨(?)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간 태권도 선수생활과 부상', '6년간 의류사업과 빚', '2년간 광고 공모전과 탈락', 그는 수 없이 도전했고 실패를 맛봤다. 그 과정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근거 없는 비난(그들은 충고라 생각했겠지..)을 모두 이겨내고 당당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언제나 모든 것을 쉽게 판단하지 말고 근거를 가지고 비판적 사고를 하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또다시 나는 (충고라 생각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쉽게 판단했다.


"나는 당시에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P.66


  그러나 지금은 그의 글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진념을 가지고 꾸준히, 좋아하는 게 없다면 지쳤으니 잠시 쉬었다 가라는 글배우님의 조언은 정말 울림 있는 말이다.


"당신과 내가 삶에 원치 않게 찾아오는 바람에 흔들려도 자신만의 향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P.74

 여자친구에게 건넬 위로의 말을 배우려고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위로받고 책을 덮었다. 우리 모두 ‘바람에 흔들려도 자신만의 향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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