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느 바다 한 가운데 Nov 06. 2019

‘일’ 잘하는 방법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사람은 오래, 열심히, 영리하게 일할 수
있는데 아마존에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일 잘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여전히 필요하다고 한다. 세계 인재들이 모여 만들어진 아마존 정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 박정준 님은 12년간 근무하였다. 평균 근속 연수가 1년 남짓밖에 안 되는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에서 말이다. 아마존 정글 숲에서 12년간 일한 저자는 대단한 실력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그는 타고난 '실력자'였을까?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남았을까? 타고난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성장을 하였을까? 이러한 궁금증으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펼쳤다.




성장의 뿌리


나는 왜 일을 잘하고 싶은 걸까? 아마도 '인정'받으며 일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인정받기'의 뿌리는 '사람됨'임을 강조한다.


"우선 그들 대부분은 둘러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 (중략) --- 한마디로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예의나 복장, 어투, 태도보다는 능력과 다양성 그리고 인테그리티(integrity)가 중시되는 사회였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P.38


'integrity : Doing the right thing, even when no one is watching'


인테그리티란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올바르지 않은 것들은 매혹적이거나 강압적이다. 그렇기에 더욱 뿌리치기 어렵다. "'프로듀스 X101 순위조작' 담당 PD 등 제작진 2명 구속"이란 기사를 보았다. 접대 의혹도 있다고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영향력 있던 '프로듀스 시리즈'가 무너졌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연습생들에게 도전이며 기회였을 것이다. 순위조작으로 인해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 자신을 알릴 수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사라질까 두려운 연습생들이 안타깝다. 제작진들 중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강압적이었던 '올바르지 못한 것들'을 뿌리칠 수 있는 '인테그리티'가 있었다면, 직장에서의 인정을 넘어 대중의 인정을 받는 그들이 되지 않았을까.


이해는 했어?


"그런데 생각해보면 로니는 바로 이 잔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 (중략) --- 하지만 로니는 정반대의 접근 방식으로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고 진행하니 이해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P.95


 로니는 저자가 만난 천재들 중 한 명이다. 로니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천재에게 특별함은 없었다. 그저 '꼼수' 쓰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모르는 것을 보면 이해하지 않고 외워버렸다. 그게 당장에 시간을 아끼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인 업무지식(?)은 중요한 순간 머릿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정작 나의 것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억했다고 착각하여 '더닝 크루거 효과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 출처 :  SERICEO -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에 빠진 것이었다.


"온전히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시험 위주로 하는 이런 식의 공부는 당장에 좋은 성적을 가져와줄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지식적 채무가 쌓이는 방식이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P.96


 아마존에서는 당장의 쉬운 방식으로 대충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이자가 붙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기술적 채무(technical debt)'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부족한 이해는 골칫덩어리가 되는 지름길이다. 즉 일 못하는 사람이 되는 확실한 방법이다. 일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적용되는 표현인 것 같다. '에잇 대충 하지 뭐'라고 말을 하면서 처리했던 모든 것들은 내게 남아있지 않다. 이렇게 '대충' 인생을 보낸다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는 허무한 인생이 되어버릴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하지?


 솔직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말'로 질문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여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는 '도해 그리기'를 통해 이해하기의 어려움을 헤쳐나갔다고 한다.


"시간을 들여 우선 A4 용지 위에 관련 문서들을 참고하여 내가 이해하는 내용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해라고 해도 딱히 거창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 수많은 도형과 화살표로 구성된 것이 전부였다. 각 부분과 그들의 상관관계나 흐름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나타내고, 모르는 곳은 빈칸이나 물음표로 표시해두었다. 그러고 나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을 물어보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점차 완성도를 높였다. 아무것도 없이 물어볼 때는 질문을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는데 도해를 활용하면서  질문도 답도 효과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P.251


 시각 감각을 통해 학습하는 방법은 매우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기호들을 사용하여 한눈에 파악이 가능한 '도해'는 이해하기 좋은 '도구'이다. 저자는 '도해'를 가지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을 물어보면 상대방도 저자가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였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나 저자는 '원어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어로 대화하기가 쉽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에 항상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해'를 그리기 시작한 뒤, 모르는 것을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무턱대고 묻지 않고 도해를 그리면서 모르는 것을 이해하고 질문했기에 그는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일을 하다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을 했었다. 그래서 질문은 산으로 갔고 횡설수설하였다. 이제는 저자의 가르침에 따라 나만의 기호로 정리를 하여 '이해'하고 질문하여 '답'을 찾아갈 것이다. 이제는 '질문'하기가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은..


 우리나라 기업 또한 아마존처럼 '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채용과정에서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일까?


"이런 검사가 채용에 필요한지 여부와 그것이 시험지로 테스트 가능한지를 따지기에 앞서 이 시험 자체가 그리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모순이다. 객관식 시험은 채점자의 편의를 위한 방식이지 인생을 걸고 취업 문턱을 두드리는 지원자를 위한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P.215

 

 아이오와대학교 경영대학원의 프랭크 슈미트 교수님은 인적성검사를 통해 입사한 구성원과 직무 생산성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여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 채용된 이들의 업무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적성검사가 채용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학원을 다닌다. 그것이 자신들이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해는 무시하고 출제 유형과 정답을 잘 외우는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이 '일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출제 유형을 익히는 행위와 높은 인성 간의 연결점을 찾기 힘들다. 과정과 설명은 무시된 채 누군가 정해놓은 답을 많이 맞히는 사람을 아마존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P.215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실력을 운운하기 전에, 자신들의 시스템 구축에 더욱 신경 써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 박정준 님은 아마존에서 근무 기간을 도제 과정으로 여긴다. 도제란, 직업에 필요한 지식, 기능을 배우기 위하여 스승 밑에서 일하는 직공을 말한다. 모든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하는 아마존에서 12년의 도제 과정을 거친 저자의 실력을 책을 넘어 느낄 수 있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꾸준함이 없었다면 평균 근속이 고작 1년이라는 곳에서 아마존을 선생으로 여기며 12년의 도제 과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겠는가? 성장에는 끝이 없다.


 “원칙을 지키고, 본질을 보고,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낭비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행동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아마존의 성장 원리를 본받아 꾸준히 성장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혹시 지치셨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