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교육행정직이란 무엇인가?
"행정실장님, 교실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어요!"
빗줄기가 굵어지던 오전,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우비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교실 천장에서는 빗물이 똑똑 떨어져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담임교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생들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켰지만, 이 교실은 오늘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우선 시설담당 주무관을 호출해서 방수포를 덮고 물이 새는 부분을 임시로 막았다.
아이들은 복도에서 초조한 얼굴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우리 교실 괜찮아질까요?"
"그럼. 선생님들이 다 고칠 테니 걱정 말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어."
그 순간, 아이의 불안한 표정이 풀렸다.
그 작은 웃음 하나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였다.
예산 속에 담긴 하루
누수를 임시로 처리하고 돌아온 행정실에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 속, 이번 달 학교 예산표가 빼곡했다.
운동장 보수, 체육관 내진보강공사, 옥상방수공사, 급식비 정산,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체육대회, 학예회 준비, 학습준비물 구매까지.
숫자 하나하나가 학생들의 하루를 지탱하는 퍼즐 조각 같았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학생들의 하루가 온전히 그 안에 있죠."
선배 행정실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 달 예산은 부족했다.
체육 선생님이 다가와 말했다.
"체육대회 준비 예산을 조금 더 늘릴 수 없을까요? 작년엔 장비가 부족해서 힘들었습니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 대답했다.
"체육대회 예산을 늘리려면 다른 항목에서 줄여야 합니다.
교장선생님께 보고 드리고 한번 조정이 가능한지 살펴 보겠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느끼는 체육대회가 중요하니까요."
한 장의 결재 서류가 교장 선생님 책상에 올랐다.
"체육대회 예산 재조정 건"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서류를 훑어보며 말했다.
"운동장 조경을 미뤄야 해서 아쉽긴 하네. 하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거라면 이게 맞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학생들이 더 즐겁고 안전하게 대회를 즐기는 게 우선입니다."
그날 오후, 체육 선생님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대회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들도 많이 기뻐할 겁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기쁘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예산은 항상 한정적이라, 내년에도 또 고민을 해야겠죠."
숫자를 조정하며 나는 생각했다.
"숫자 속에서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으면, 그건 단순한 계산일 뿐이다."
학교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인다
그날 저녁,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오늘도 행정실 덕분에 많은 일이 해결됐습니다. 교실 누수, 체육대회 준비, 모두 고생했어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학생들이 하루를 평화롭게 보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교육행정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처리하는 결재 한 장, 조정하는 예산 하나가 학생들의 웃음, 교실 불빛과 점심식사를 지켜준다.
숫자를 넘어서는 진심과 노력이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이다.
그날 밤, 나는 내일의 보고서를 작성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의 웃음, 교사들의 안도, 그리고 멈추지 않는 학교의 하루.
그 모든 것이 내 대답이었다.
우리는 잘 보이지 않아도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그것이 바로 교육행정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