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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편견

by 맨부커

사람은 각자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 프리즘은 직간접적 경험에 따라 만들어지고, 또 변화되기도 한다.


“노인은 약하다. 마라톤은 하지 못한다.”


내가 가졌던 대표적인 편견이었다.


얼마 전 전국 마라톤 대회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출발선에는 건장한 청년들도 있었지만,


힘없고 왜소해 보이는 중년과 노인분들도 함께 서 있었다.

솔직히 나는 겉모습만 보고 속으로 무시했다.


‘곧 나가떨어지겠군.’

‘저런 체구로 어떻게 마라톤을 뛴단 말인가.’


존중보다 비교와 평가가 먼저였다.


하지만 첫 출전이었던 나는 마라톤의 진짜 고수를 알아볼 눈이 없었다. 내 실력 또한 초라했다.


1km, 2km, 10km, 그리고 21km. 구간을 버티며

달리면서 나는 깨달았다.


마라톤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 내면의 힘이 핵심이라는 것을.


건장한 젊은이들은 10km 즈음 사라졌다.

20km를 넘어가자 출발선에서 가장 약해 보였던


노인들이 오히려 나를 앞질러 갔다.

그분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여유롭게 달리고 있었다.


나는 숨이 턱턱 막히고, 멘붕이 왔다.

그 순간 내 편견이 무너졌다.


편견은 말 그대로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기에, 내가 무지했기에,

그만큼 쉽게 가졌던 오만이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단편적인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이었다.


마라톤 이후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

내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앞에서 겸손해졌다.


편견은 겸손해지기 위한

통과의례였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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