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부공무원 내전

아빠 육아 반성문

by 맨부커

아들아 미안해..


오늘도 후회한다. 순간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그냥 져주면 될 것을... 쿨하게 웃어줄 것을....

때론 알아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그렇게 그렇게 풍성한 마음을 줄 것을...

여유와 안정을 줄 것을...


몇 번째 이던가. 육아하면서

이런 후회와 죄책감에 쓰러지기를...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혀

결국 아들과 나 자신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권위, 자존심, 욕심, 욕망이란 껍데기는 다 던져버리라고

쌍욕이라도 허공에다가 시원하게 날리고 싶다.


도덕적 인간이고 사회적 지위고

거추장스러운 체면 따위는 멀리 던져 버리고

미친 듯이 달리며 울부짖고 싶다.


아들을 그냥 조용히 지켜봐 주고

믿어주지 못하는 용기 없는 인간.

나만의 틀, 기준, 껍데기 속에 갇혀 있구나

오늘도 죽일 듯이 내 마음을 할퀴며 상처 내본다.

껍데기는 어서 죽으라는 듯이.


아들을 혼낸 후

마음이 심란해진 나는 오전 내내 침대 위에 누워있다.

자책하며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던가?


별안간 엄마가 생각난다.

속이 너무 상하고 쓰러질 땐 마흔이 넘은 남자도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나 보다. 하소연을 해본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을 일러바치듯 토해낸다.

다들 그렇게 살아왔다고 다독여 주신다.

그게 삶이라고 그게 아빠고 남편이라고.


핸드폰으로

육아 동영상을 찾아본다. 초등학생 육아.

흥분한 아이 다루기 등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드디어 몸을 일으킨다.

아들을 위해 다시 힘을 내야 한다.

더 이상의 부정적 마음을 거부한다.

그 의지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이 못난 습성과 까다로움을

저 바람에 실어 날려보기라도 하듯이...


청소기부터 이방 저 방 돌려본다.

마음 가는 곳에 좀 더 정성스럽게 머문다.

닦아보고 구석구석 눈길 안 주던 곳까지 만지며 살펴본다.


내 마음을 어루만지듯. 작은 얼룩들을 찾아 헤맨다. 얼룩들이 없어지면 깨끗하게

나의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면서.


시들어가는 꽃에 눈길이 머문다. 물을 준다.

설거지를 한다. 재활용을 한다.


검은색 이 되어가는 바나나를 검정비닐에 담는다.

냉장고 속 싹이 난 감자들을 비워본다.

마음속 묵은 분노. 미움. 억울함도

한 번씩 이렇게 비워내야 한다.


안 그러면 마음속에

날파리들이 날아다니고

독이 든 싹이 돋아날 것이다.


나는 나은, 성장하는 아비가 반드시 될 것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노력할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부터 살펴볼 것이다.


지난날 눈이 부은 채 등교했을 아들의 그 길이 아려온다.

출근길 잠시 그 길에 섰다. 그 신호등에 섰다.

아들이 자주 다니는 길 위에

작은 돌들을 치우고 쓰레기들을 주워본다.

아직 철부지 어린아이인 것을....

그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껏 사랑하자.


저녁밥을 먹고 학원에 간

아들의 책상을 어루만지며 마음을 챙겨본다.

마음속에 써 내려간 반성문을

소중히 모았다가 소중한 날

아들의 손에 꼭 쥐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