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부공무원 내전

뜨겁게 사랑하라. 초보 시절을

by 맨부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두렵다. 어설프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기 확신 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많아진다. 걱정 마라. 그거 아주 정상이다. 하지만 첫 발을 딱 내딛고 보면, 무엇이든 생각보다는 아주 괜찮다. 나의 첫 육아 도전기가 그러했고, 첫 하프마라톤 출전이 그러했으며, 첫 글쓰기도 그러했다. 초보인생에서 중고수로 거듭난 시간들이 참 소중하다. 초보 시절이 없다면 지금의 능숙함도 없다. 지금의 감사함도 없다. 첫발이 없다면 결국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초보 시절을 정말 기쁘게 감사한 마음으로 지나가야 한다. 지금부터는 나의 육아초보 시절 얘기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아들로 태어난 나는, 무엇이든 먼저 받고 챙김 받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결혼 후 맞벌이 부부로서의 삶은 그런 나의 사치와 몰염치를 단숨에 와장창 깨 주었다. 직업 특성상 나보다 항상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아내 대신 나는 아들, 딸 밥을 짓고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등하원을 담당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봐도 가장 최적 모형이었다. 재판이 끝나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지동설을 설파한 갈릴레오의 심정이 “그래도 육아는 엄마다.”라는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는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이마에 육아초보 딱지라도 당장 붙이고 싶었다. 처음에는 정말 얼마나 낯설고 힘들었는지 모른다. 레이스 달린 딸아이 옷 앞뒤를 잘 구별하지 못했고 딸아이 양말 대신 와이프 양말을 신겨 보내서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온 적도 있었다. 딸이 아빠가 엄마 양말을 신겨서 속상하다고 선생님께 서럽게 울면서 하소연했다는 것이다. 5살짜리 애도 친구들 사이에서 체면이 있고 품위가 있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아차 싶었다. 남자인 내가 직장에 갑자기 치마를 입고 간 거나 진배없구나… 정말 나도 울고 싶었다. 아침 유치원 등원 버스 앞에서는 연예인 뺨치게 표정도 생동감 있고 동서남북으로 손 흔드는 율동감 있는 엄마들 틈에서 호주머니 속에서 포장지와 함께 녹아버린 목캔디처럼 시꺼먼 옷차림새와 함께 굳어버린 나의 표정은 함께 서 있기에도 벅찬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단단한 시간들이 켭켭이 쌓여 사랑의 나이테가 되었고 큰 나무로 성장하게 했다. 지금껏 노력한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나에게 고스란히 스며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다. 아침 기상 후 글을 쓰다가 잠시 옆을 보니 사랑스러운 딸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다. 여긴 아빠 방이다. 육아 고수의 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