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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Aug 02. 2023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남자 셋만 있는 행정실

TV속은 남자 셋 여자 셋
현실 속은 그냥 남자 셋

혹시 90년대 개그맨 신동엽 씨 나오던 "남자 셋 여자 셋"이라는 "캠퍼스 시트콤 시리즈" 기억나는가?


마흔 살이 훌쩍 넘은 나에게 아직까지도 아주 유쾌하고 세련되면서 발랄했던 추억 속 장면남아있다.


PD의 의도적인 성비 균형(남자 셋, 여자 셋) 감각이었는지, 시청률을 높여야 하는 매체 속성 상, 그 시절 나름 검증된 시장 법칙의 적극 반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남녀 주인공들은 입담 좋고 얼굴 이쁘고 잘생기고 몸매 좋고 센스마저  탁월했다. 그냥 시트콤만 보고만 있어도 괜히 우울했던 기분이 사라지고 시원한 청량감이 몰려왔다.


윙~~~ 윙~~~(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요즘 따라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 생각들도 더위를 먹는지, 길을 잃은 생각의 편린들이 땀방울이 되어 이마를 타고 주름 진 얼굴로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현실 속의 나 불현듯 정신을 차린다. 또 다른 생각이 똬리를 틀기 전에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 본다.


어디 보자 방금 내가 뭘 하려고 했었지?
 아~그렇지~ 전화해야지 전화~~


이번 정기인사에  학교를 옮기게 되었는데  부임지에 미리 인사도 하고 전임자에게 하루라도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서  업무정리하기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얼른 전화를 걸어본다.

교육행정직 업무인수인계:  근데 너무 기대하지 마시라~~ 이 바닥 인수인계라는 것이 체계적으로?? 앵커 브리핑 하듯 집약적으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임자 애티튜드를 봤을 때 그동안 싸질러 놓은 빅엿이 있는지 없는지 한번 확인 및 체크해 보고 각종 사이트 비밀번호, 책상 열쇠 정도 넘겨받는 수준이다. 또한 같이 근무할 동료들 분위기 한번 살펴보고, 체감상 출퇴근 거리 확인, 주차할 곳, 화장실 파악 등 딱 고정도

(나)

안~~~ 안녕하세요, 이번 0일 0일 자로 00 학교로 발령받은 000입니다. 하하~~(할 때마다 어색하구먼~~)


좋은 학교 발령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어쩌고 저쩌고

예~~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거짓말하려니 말이 점점 길어진다.ㅋ)


(전임자)

교장 선생님, 행정실장님, 교직원들 다 하나 같이 좋으세요.

(하나 같이 좋다라?? 이거 해석 잘해야 된다.~ㅋ)


새로 오시면 호칭은 차장님 이시구요. 행정실은 현재 전부 남자분이세요. 차장님 오시면 남자가 무려 입니다.


뭣이랴? 남자 셋이 함께 근무한다고?
또다시 군대 생활을 하라고?


10년 이상을  보헤미안 스타일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지만,

학교는 전형적인 여초집단이라 그런지 어디를 가든 남자 한 명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돌아보건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여성들과 함께 근무했었다. 근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인지 부조화 인가? 일단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기로 한다.

새로움은 항상 가슴을 뛰게 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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