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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Dec 03. 2023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아침 계단을 오르며 나를 재정의 하다.

내 나이는 마흔 그리고 두 살입니다.


짧게나마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초6+중3+고3+대학교 4학년, 어학연수 1년, 군대, 취업, 사직, 공무원 시험 준비, 합격, 결혼, 맞벌이, 내 집 마련, 자녀 출산, 자녀 육아

우리 사회에서 제시하는 일반적 삶의 경로를 평범하게 지나왔다.


평범한 길을 걸어왔음에도 마흔을 기점으로 기초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체감한다. 화와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눈뜨면 아침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 많은 생각의 씨앗을 심주었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를 때마다 새로운 생각들이 찾아다.


'오늘 처리해야만 하는 일' 보다는 '오늘 하고 싶은 일'이

'소모적인 생각' 보다는 '생산적인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첫 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10~15층 정도 올라가다 보면 숨이 차고 땀이 나면서 잡한 머릿속이 개운해다.


바람만 불어도 후덜 거리던 다리에는 돌덩이 같은 단단함 오랜만에 느끼 어 근육에도 탄탄하게 힘이 들어가진다.


이런 긍정적 효과가 나에게 심리적, 신체적으로 선순환되면서  마음속에는 절로 감사함이 차올랐다.


때론 층층마다 문을 두드려서  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0층 사시는 남자분, 지친 어깨 펴시고 아침 계단 오르기 딱 10일만 함께 해봅시다. 00층 사시는 여자분, 우울함, 무기력에도 계단 오르기가 최고입니다. 한번 해보세요.


나는 계단을 보고 한 번씩 상상한다.

매일 아침 계단에서 사람들의 정다운 인사 소리가 들려오고 클래식한 음악이 흐르며, 각 층마다 저마다의 온기와 따뜻한 메시지가 전해지는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말이다.


사실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

아침에 겨우 눈을 뜨벽에 머리를 비스듬히 기댄 채 스마트폰을 관적으로 쳐다보며 한숨짓는 날이 많았다.


두 가 모두 부정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다.

내 삶을 진정 사랑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1년. 3년, 10년 뒤 삶의 격차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현재의 모습은 오로지 나의 책임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무수한 갈림길에서 고민하

선택한 결과인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은 옳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마치 삶의 시험대처럼 항상 함께 존재하고 매일 마주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저 힘든 계단을 왜 오르지? 언제 다 올라가지? 하고 엘리베이터만 타면서 쉬운 길만 고수하다 보면 몸과 정신은 점점 약해지고 어려울 때 삶의 의지 쉽게 꺾이게 된다.


하지만, 계단을 친구 삼아 고통을  오히려 찾고 즐기다 보면

땀도 나고 숨도 헐떡이게 되지만, 새로운 에너지가 온몸을 감싸게 되고 항상 도전하 매적인 삶을 살게 된다.


삶 속에는 변수들이 많다. 우리 그런 날 있지 않은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점검하는 날?


만약 수리 완료 시까지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고 했을 때,


당당하게 두 다리를 박차면서 25층까지 걸어 올라가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푹 쉴 것인가?


아니면 1시간 동안 갈 곳이 없어서 멍하니 차 안에서 찌뿌둥하게 앉아있다가 화가 나서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괜한 화풀이나 하고 있을 것인가?


당당하게 두 발로 계단으로 올라갑시다.


오늘 계단을 오르며,

 대해서 스스로 재정의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42살 중년이 아니라  40살 그리고 2살로 다시 태어났다. 나의 세포들은 재배열되었다. 나는 너무나 활기차고 건강하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 전성기이다.  


나는 지금 2살짜리 신생아다.  

금부터 정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음식,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도전하고 짜 나의 삶을 살 것이다.


책으로 본다면, 에필로그가 이제 막 끝났고 지금부터가 핵심 본문 시작이다.


소중한 본문 한 챕터에 나는 계단 오르기를 기꺼이 배정했다.  


오늘도 골프, 낚시, 등산 약속 대신 외쳐본다.

다음 주 계단 한번 함께 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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