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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Nov 05. 2023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17일의 숫자는 나에게 각별하다.

좋아하는 나만의 숫자가 있는가?
한 달에 한번 손꼽아 기다리는 날짜가 있는가?

나는  숫자 7을 이유 없이 좋아하고, 한 달 중 17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눈치 빠른 사람은 바로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 아~ 저 사람 직업이 공무원이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다. 내가 17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월급날이기 때문이다. 모든 직장인에게 사실 월급날은 가장 신나는 날 아닐까? 그 날 만큼은 잔뜩 움츠러든 어깨가 조금은 올라가고, 희망에 잠시 부풀며, 한껏 참았던 숨을 그제야 쉬며 안도하며, 나의 쓸모를 확인하는 그런 정신 승리 하는 날 아닐까? 오늘은 11월 5일,  한 달마다 찾아오는 그날이 오려면 아직 12일 남았다. 공무원은 기관별로 보수 지급일이 다르다. <아래 자료는 참고>


 

나의 부친도 공무원 이셨다. 월급날이면 양복주머니에서 노란 똥종이봉투를 멋지게 꺼내시면서, 어머니께 드리면 집안 분위기가 활짝 웃음으로 피어나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그 날 만큼은 자식들이 좋아하던 통닭과 초콜릿을 양껏 사주셨다. 물론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시던 약주를 거하게 한잔 하셨고^^


어머니는 17일이 되면, 연탄불에 돼지고기, 장어 등을 맛있게 구워주시거나 수제 돈가스를 만들어 주시곤 했다.


어린 시절에도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17일의 그 따뜻함이 너무 좋았고 그때의 집안분위기, 감정 등이 그대로 나의 무의식에 남았나 보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17일만 되면,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고 누군가에게도 마음을 열게 된다.

타인에게도 관대해지고, 누군가를 돕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무의식이 나를 공무원으로 이끌었는지도.......


반면에 17일 전후는 집안 분위기가 별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비와 어미의 감정이 어린 마음에도 조금은 느껴졌다고나 할까? 부모의 치열함과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내려는 몸부림은 자식에게 본능적으로 전해지기 마련이다.


나의 자식들에게도 한 달에 한번, 아니다 한 달에 두 번

7일, 17일만큼은 꼭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

사람은 따뜻했던,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다가오는 17일에는 무엇보다 어린 자식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싶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인지? 아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치킨과 피자의 도움을 얻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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