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부커 Nov 21. 2023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배구를 잘하면 월급날보다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 있는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고, 순간이 있고, 특별한 날있다.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의 퇴근시간과 아들과 딸의 하원 시간이 매일 기다려지고,


예스 24에서 좋아하는 을 주문하고 받기까지의 순간이 매우 설레며 기다려진다. (흡사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 설레는 마음과 비슷하다.)


요즘은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하고 난 뒤에 독자들의 반응도 살며시 기다려진다. 


그렇다면,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직장(학교)에서는 어떤 기다림이 있을까?


생각나는 순서대로 적어보면,

점심시간, 퇴근 시간, 급식 공고 개찰시간, 카드 대금 지출일(12일, 27일), 원인행위 결재 여부(결재가 나야 지출결의를 할 수 있다.), S2B, EAT 계약서 초안 발송 후 계약상대자 응답, 나라장터 주문 후 전자문서함 확인, 출장비, 맞춤형 복지비 지급날, 월급날, 직원체육시간 등   


적어보니 이렇게나 기다림의 시간들이 많다.

자~어떤가? 당신은 수요일을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수요일=직원 체육=직체=배구하는 날
배구 잘하는 사람=일 잘하는 사람=우대권 획득(나는 그렇게 느낀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 매주 수요일 배구하는 날이다.

그래서 요일에 학교를 방문하면, 운동복을 입은 교직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직원체육은 중요거나, 바쁜 업무가 있으면 우선순위에서 밀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참석 못하는 날들이 더 많다. 그리고 요즘은 육아시간으로 많서 사람이 귀하다.

* 공무원 특별휴가(육아시간)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공무원은 자녀를 돌보기 위하여 24개월의 범위에서 1일 최대 2시간 육아시간을 받을 수 있다.


군대에서 축구 잘하면, 군생활이 다.라는 소리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구 잘하면 편하다.  

유, 무형의 인센티브가 있다.  확실게 느꼈다.^^


근데 분명 수요일부담스러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배구에 아주 열정적인 사람들 교마다 한두 명 꼭 있는데, 이 분들의 포스는 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복도에서 만나면 "이번주 배구 해야죠?" 단체대화방에서도"이번주 배구합니다.
운동복 미리 챙기세요."  
급식소에서 옆자리나 마주 앉으면
 "저번주 왜 배구 안 나왔어요?"  


이런 얘기 듣기 싫으면 멀리서 알아보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유턴하시라^^


근데

배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 마음은 대체로 이렇지 않을까?

누군가를 위해서 그냥 자릿수 채워주러 가는 느낌....


기껏 참여해 부여받은 포지션에는 배구공도 잘 오지 않는 데다가 어쩌다가 한두 번 날아오면 실수하게 되고 무언의 눈빛과 칭찬을 가장한 질타를 받는다.


그럴수록 몸은 더 경직되고 마음은 점점 지옥이 되어간다.


주공격수나 주수비수가 아닌 이상,

어정쩡한 포지션에서 '공을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오겠는가?


혹시나 내 실수 우리 팀의 분위기를 망치고 있나?

스스로 눈치 보위축되면서, 다음 경기에 안 나올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인간은 감정 동물이다.


배구도 소외된 자들의 마음부터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지 않을까?

 

나태주 시인, 풀꽃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