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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Aug 04. 2024

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피박만 아니면 대박이다.

우리는 매일 기대한다.

혁신적으로 내 삶이 변하기를 욕망한다.


오늘은 동네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돼지바를 허겁지겁 사 먹어도


내일은 이탈리아 테르미니역 근처 젤라토 맛집에서 우아하게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모습을 꿈꾼다.


왼손으로는 에어백이 되어버린 뱃살을 부여잡고

오른손으로는 끊임없이 과자를 집고서도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오늘도 꿈꾼다.


고급 중형차를 타면서도

죽기 전에 나도 한번... 하면서

주변의 외제차를 곁눈질한다.


브런치에서 매일 글 한편을 꾸준하게 발행 못하면서

언젠가는 나도... 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를 떠올린다.


지금 내가 소유하고 온전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

고정된 디폴트값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긴다. 

(가족, 건강, 직업, 자산, 인간관계 등)

욕망에 들뜨면 현재의 감사함을 쉽게 잊어버린다.


오늘 먹을 양식거리에, 가족의 무탈함에,

나의 안전한 귀가에 감사하지 못하고

끝없는 욕망은 바벨탑 위로만 계속 뻗어만 나간다.


희미해져 가는 나를 찾기 위해

도교육청을 제 발로 나온 후

나는 욕망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동안의 독서, 명상, 운동을 통해

승진 등 세속적 욕망은 어느 정도 비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업무에 허덕이고

다양한 인간들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목요일쯤에는 에라 모르겠다.


이놈의 인생 '될 대로 되라지' 하는

흐리멍덩한 생각과 쾌락과 욕망이

단단하지 못한 곳을 날카롭게 찾아든다.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갈증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찬물에 샤워를 한다.


그럼 이내 잠시 사라졌다가

머릿속 상상에 의해 무언가 트리거가 되면

다시 여름땀띠처럼  욕망은 스멀스멀 올라온다.

속물적 인간이라는 주홍글씨를 선명하게 새긴다.


이때 나는 책을 미친 듯이 탐독한다.

주홍글씨를 희미하게 하려는 처절한 몸짓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끝없이 욕망하기보다

숨 쉬는 오늘 하루에 감사하고 싶다.


얼마 전 시설대체직 직원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 농장 사업을 크게 하셨다고 한다.


한밤중에도 기계가 고장 날까,

보일러가 안 돌아갈까, 전염병이 돌지 않을까

대출금 이자는 어떻게 낼까

온갖 걱정에 잠을 못 이뤘다고 하신다.

한번 실수하면 순식간에 수천만 원 빚이 생긴다고...


몇 년씩 수익은 안 나고

빚을 계속 내어 사업하다 보니

금세 몇십억 마이너스가 생겨

항상 포터 차 안에 도망갈 돈을 나 두고

가족들을 위해 생명보험 들어두고

죽을 준비까지 하셨다고 한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으신 분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웃으시며 한마디 하신다.

찐한 경험으로 얻은 통찰이기에

깊은 울림이 있다.  



인생은 피박만 아니어도 대박이제.


하느님께 내일도 오늘처럼
잊지만 말고
나  깨워 주시라고 해
너무나 감사할 일이지 뭐야
이승에 살아만 있어도
얼마나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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