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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나무는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느꼈다. 금요일 저녁, 아직 해가 지지 않은 하늘은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게 했다. 연한 붉은색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곳곳에 모여 있는 구름도 살짝 오묘한 색을 머금고 있었다. 나무가 대신 느끼고 있는 이 사람도 나무랑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사실 누가 먼저인지 모를 그런 감정이었다.
버스가 건널목 앞에 멈췄고, 나무는 버스 옆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있었다. 지금 나무인 이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너무도 반가워했고, 그래서 부르고 싶었지만 장소의 한계인지 망설이고 있었고, 그럼에도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었다.
“예찬아.”
나무는 망설이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열어 그 사람을 불렀다. 버스 안의 사람 몇 명이 뒤돌아 봤지만, 상관없었다. 나무에게도 조금은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지만, 너무도 바라는 것 같았다. 그 느낌만은 확실했다.
벨을 눌러 정류장에 내린 나무는 예찬이를 향해 걸어갔다. 뽀얀 피부에 선명한 눈매를 가진 예찬이었다. 조금은 서늘해 보이는 무표정한 예찬이었다.
다가오는 나무를, 그러니까 신록이를 예찬이는 보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신록이었다. 그때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지금의 신록이의 행동이 당황스러웠고, 그럼에도 먼저 불러줘서 고마웠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그래서 그렇게 반가워했구나.’
나무는 자신이 대신 내어준 용기를 스스로 만족해하며 예찬이를 향해 웃었다. 그러니까 신록이가 웃었다.
“응.. 너도 잘 지냈냐?”
그런 신록이의 모습에 예찬이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살짝 민망해하며, 예찬이의 볼에 보조개가 생겨나고 있었다. 선하게 웃는 예찬이의 얼굴에서 쑥스러워 더 전하지 못한 진심이 느껴졌다.
나무 덕분에 먼저 인사를 전했지만, 그럼에도 신록이의 용기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예찬이의 반응을 예상할 수 없어, 그 짧은 순간이 약간은 두려웠었다. 예찬이의 웃음을 보자 신록이의 용기는 다시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어. 오늘 너도 일찍 마쳤나 봐?”
다시 오른 신록이의 용기를 느끼며 나무가 예찬이에게 물었다. 학교 행사로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집으로 향하던 신록이었다. 고등학교를 가고 오랜만에 이 시간의 여유를 느끼게 된 신록이는 예찬이도 보게 되어 가슴이 벅차고 있었다.
예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살짝 굳어버린 예찬이의 모습에 신록이의 마음도 주저하고 있었기에, 나무는 말없이 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생겨버린 시간의 공백이 만든 어색함인 것 같았다. 신록이의 용기는 그래서, 다시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신록아. 그때 진짜 미안했어.”
신록이는 예찬이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예찬이의 눈빛에서 느껴진 미안함에 신록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그때 너의 마음을 더 생각해주지 못해 미안했어.”
다시 마주친 눈빛에 쑥스러워진 신록이와 예찬이는 웃었다. 넘어가는 마지막 노을이 신록이와 예찬이를 붉게 불들이고 있었다.
**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그때.. 중학교 3년 내도록 절친이자 경쟁자였던 신록이와 예찬이는 고등학교 입시로 고민과 희망을 서로에게 전했다. 그 생각들은 아직 겪지 않은 고등학교 3년을 훌쩍 지나, 대학으로까지 확장되었고, 그리고 그 이후의 직업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꿈 많은 소년들은 막막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서로가 있기에 꿈을 꿀 수 있었다.
“신록아, 너 들었어?”
신록이가 교실로 들어오자 반 친구들은 신록이에게 물었다. 신록이의 의아해하는 얼굴에 친구들은 자신들이 아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예찬이네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던데, 아버지는 잠적하고 어머니는 쓰러지고,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가 난리도 아니었다고.“
“누가 그래? 아니, 언제? ”
“토요일, 몰랐어?”
신록이는 몰랐다. 어제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같이 있었지만 예찬이의 사정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예찬이는 아무런 변화 없이 신록이를 대했고, 별일 없었던 것처럼 그들이 함께 하던 게임 캐릭터 이야기도 했었다. 각자의 집으로 향하기 전, 자주 가던 분식집에서 라면 먹고 가자했던 신록이의 제안을 예찬이가 거절했지만, 엄마가 집에 일찍 오라고 했다는 말을 하곤 웃으며 갔던 예찬이었다. 라면을 거절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 예찬이의 행동이 의외이긴 했지만, 그 하나로 짐작하기에는 너무도 사소한 달라짐이었기에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신록이는 힘들었을 예찬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라면을 제안하며 장난쳤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인생의 고통을 겪고 있는 예찬이에게 고작 라면을 말했다는 게, 신록이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무 말 안 해준 예찬이에게 서운했다.
예찬이의 반으로 간 신록이었다. 예찬이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 말 안 했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잠시나마 예찬이의 상황을 이입해봤기에, 신록이는 예찬이가 이해되었다. 다만 먼저 말해줬더라면, 도움이든 위로든 전하기 쉬웠을 것 같았다. 예찬이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도 안되기에 지나가며 수군거리는 다른 아이들의 말에 신록이는 혼자서 짜증만 내고 있었다.
“신록, 예찬이 만나러 왔냐?”
신록이가 예찬이 반 문 앞에 서 있자, 예찬이네 반 아이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신록이에게 예찬이가 아직 안 왔다는 말을 하며, 너도 들었냐는 눈빛으로 신록이를 바라보았다. 신록이도 고개만 끄덕였고, 다시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예찬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예찬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이 꺼져있었다.
신록이는 예찬이네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학교에 오지 않은 예찬이가 궁금했기에, 그것을 해결해 줄 사람을 찾아간 거였다. 신록이와 예찬이의 관계를 알고 있던 예찬이네 담임선생님은 조금은 망설이며 신록이에게 말했다.
“예찬이네 아버지가 오늘 새벽에 돌아가셔서, 예찬이가 못 온 거야. 아무도 모르길 바라기에, 선생님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예찬이 그 녀석 어쩌냐..”
신록이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도 슬픈 예찬이의 소식에 선생님께 겨우 인사를 하고 나온 신록이었다. 망설이던 신록이는 선생님께 전해 들은 병원으로 향했다. 예찬이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
장례식장에서 본 예찬이는 표정을 잃었고, 눈빛은 허공에서 방황했고, 너무도 멍하게 앉아 있었다. 사람도 없어 썰렁한 그곳에 예찬이는 엄마와 형과 아무 말없이 있었다.
입구의 인기척에 예찬이 엄마는 신록이를 바라보았고, 다시 눈물을 쏟으며 예찬이의 손을 살짝 잡았다. 입구를 바라본 예찬이의 표정은 여전히 멍했고, 신록이를 바라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예찬이의 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한 신록이는, 울면서 들어오는 방문객의 소리에 입구 쪽으로 천천히 나갔다. 예찬이 아버지의 가족이었던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예찬이네 가족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나오는 신록이를 예찬이는 뒤따라 나왔다. 깜깜한 밤, 누군가의 부재를 슬퍼하기엔 너무도 소란스러운 주위의 소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밤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곳의 이들은 이 밤이 끔찍이도 괴로웠다.
“어떻게 알고 왔어?”
감정이 없는 건지, 싸늘한 건지 설명할 수 없는 예찬이의 물음이었다. 예찬이만 생각하고 온 거였고, 예찬이를 위로해 주고 싶었던 거였고, 그랬기에 예찬이 아버지께 한 마지막 인사는 생각도 못한 거였다.
“내가 선생님께 여쭤봤어. 네가 궁금해서.”
“왜? 뭐가 궁금했는데?”
날카로웠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예찬이의 모습에 신록이는 주춤했고, 눈길을 돌린 예찬이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난 하나도 안 반가워. 오지 말지 왜 왔어?”
“네가 걱정되니까 왔어. 말도 안 해준 너지만, 네가 힘들까 봐, 슬퍼할까 봐 걱정 돼서 온 거야.”
신록이는 예찬이의 마음이 이해됨에도 순간 섭섭해 자신도 예찬이와 똑같이 소리를 높였다.
“쓸데없는 행동이야. 누가 좋아한다고. 왜 여기까지 찾아오고 난리야. 내가 어떤지 보고 싶었어? 궁금했어?”
삐뚤어진 예찬이었다. 신록이는 울컥했지만 그럼에도 서운함을 말하지 않았다.
“난 너의 친구잖아. 친구니까 왔어. 친구니까...”
“친구? 망한 친구.. 아빠도 없고.. 그런 애랑 무슨 친구. 동정하냐?”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그만해. 너 마음 알지만, 그러지 마. 너 진심 아니잖아.”
“됐어. 앞으로 나한테 신경 쓰지 마. 누가 바란다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뒤돌아 들어간 예찬이를 신록이는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후, 예찬이는 학교를 힘들어했고, 선생님들의 배려로 겨우 중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많은 의욕을 잃은 예찬이는 그렇게 친구도 잃었다.
신록이는 예찬이 곁을 맴돌았지만, 날카롭거나 무료하거나 한 예찬이의 눈빛에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 예찬이가 미웠고, 안타까웠고, 변해가는 예찬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그렇게 신록이는 예찬이와 멀어져 갔다.
***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한 신록이와 예찬이는 서로의 소식도 모른 채 그렇게 지냈다. 오늘 우연히 본 예찬이를 불러준 신록이의 용기에 다시 서로의 앞에 선 둘이었다.
“신록아. 그리고 진짜 고마웠다.”
“뭘..”
“아니, 그때는 생각도 못했는데, 엄마랑 형이랑 그러더라고. 신록이 네가 너무 고마웠다고. 다들 우리 사정 알면 피하고 싶어 하는데, 너는 그렇게 와줬다고. 그 말 듣고 나 엄청 후회했어, 너한테 미운말해서. 그때는 내가 좀 그랬어.”
예찬이는 그때를 다시 떠올렸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너무도 괴로웠지만, 신록이랑 있는 시간만큼은 잊고 싶었다. 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신록이가 모르길 바랐다.
자신의 집에 찾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던 동네 사람들의 눈빛을 신록이에게서까지 보고 싶지 않았다. 수군거리며, 그들이 겪는 수모를 안타까워하며 동정하던 눈빛. 그랬기에 신록이가 찾아왔을 때 화를 내었던 거였다. 이제는 예전과 같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화가 난 예찬이었다. 한참 후, 신록이의 눈빛은 그들과 달랐다는 걸 기억해 냈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가 있었다.
“다시 잘 지내보려고 요즘 노력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생각처럼 안 되더라. 그래서 막막해하며 걷고 있었는데 네가 나를 불렀어.”
신록이의 목소리에 자신을 바닥으로 당기던 힘을 끊어낼 수 있었던 예찬이었다.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인생을 어떻게 할지 몰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한숨을 내쉬던 그때였다. 신록이 덕분에 다시 의지도 생기고 의미도 생기고 있었다.
“예찬. 난 언제나 너의 친구다. 잊지 마라.”
예찬이는 신록이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울면 신록이의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아, 늘 가던 분식집을 제안했다. 또다시 라면 한 그릇이면 모든 게 돌아올 것 같았다. 그리고 이미 돌아온 것 같았다.
나무는 함께 걸어가는 둘을 보며 그들의 우정을 응원했다. 그들의 인생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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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이는 아파트 앞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그네의 반동만을 느끼며 반복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러니까 왜 이렇게 되었는지..
굳이 밖에서 아는 척해야 되는 이유를 평생을 가도 찾지 않을 신록이와 라임이었지만, 신록이는 자신의 기분과는 너무도 다른 동생의 표정에 괜히 라임이 앞으로 갔다. 아마 평소의 신록이었다면 못 본 척 지나갔겠지만, 그건 라임이도 마찬가지였지만, 오늘은 그냥 괜히 라임이 앞을 지나갔다. 당연히 라임이는 못 본척하는 것 같았다. 계속 움직이는 신록이었고, 라임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냥 가라.”
“뭐냐? 뭐길래 이러냐?”
“됐거든. 알 필요 없잖아.”
“오늘은 이 오빠가 기분이 좋은 기념으로 들어줄게.”
라임이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신록이의 말에 비위가 뒤틀려 손만 까딱거리며 얼른 가라고 할 뿐이었다.
“알았어. 그냥 이상한 사람한테 하소연하는 거라 생각하고 한번 말해봐. 그냥 해봐도 되잖아..”
라임이는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언젠가, 아니 곧 라임이의 고민을 농담처럼 놀릴게 뻔했다. 분명히 흔들렸지만 하지 않을 거였다.
“알았다. 그럼 나는 들어간다. 너 혼자 실컷 고민해라.”
“아니.. 오빠 너는 친구한테 사과할 때 어떻게 해? 이유는 모르겠고, 아니다.. 됐어. 못 들은 걸로 해.”
“친구랑 싸웠냐? 나랑만 싸우는 게 아니었구나?”
신록이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에 라임이는 짜증이 났다.
“싸운 거 아니라고..”
괜히 말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고 있었다.
“나도 해봤어. 싸운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사이가 멀어지는 거.. 이유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라임이는 신록이의 진지해진 말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선 네가 미안한 게 있다면 사과하고, 그럼에도 친구가 받아주지 않으면, 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미련 안 가져도 되지 않을까. 가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더라고. 이 순간에 해결하고 싶지만, 꼭 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순간도 있다는 거..”
신록이는 말을 하면서 예찬이와의 그때를 떠올렸다. 예찬이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다.
“나는 이 친구가 너무 좋거든, 그런데 섭섭하고 서운한 게 이상하게 표현되어서..”
곧 울 것 같은 라임이 얼굴을 보자, 신록이는 라임이가 안타까웠다.
“어떤 애야? 내가 가서 따져줄까?
라임이는 신록이의 말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오빠 너보다 더 가까운 친구거든. 됐어.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게.”
라임이는 정신이 확 드는 것 같았다. 꾼이 자신에게 어떤 친구인지 제대로 알 것 같았다. 당연하지만 오빠보다 더 소중한 친구였다. 아니 제일 소중한 친구였다.
“그 친구도 너의 진심 알면 감동하겠다.”
신록이는 라임이의 마음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쉽지 않은 우정을 경험해 본 신록이었기에, 라임이가 현명하게 지금을 지나가길 바라주고 싶었다.
라임이는 신록이의 말에 살짝 울컥했지만, 버텼다.
라임이는 그제야 배가 고파왔고, 아파트 정문에 있는 전기구이 통닭 냄새를 맡고 있었다.
“오빠 돈 있어?”
“왜?”
신록이는 자신의 말에 그럭저럭 감동할 줄 알았던 라임이를 바라보았고, 자신에게 묻는 라임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같이 보았다.
“배고프냐? 밥도 안 먹고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라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간절한 눈빛으로 신록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어 봐. 사 올게.”
라임이는 신록이를 따라가고 있었다.
“치킨 한 마리만 주세요.”
“치킨 두 마리 주세요.”
신록이의 말에 바로 라임이의 말이 따라왔다. 너무도 당연히 말하는 라임이에게 신록이는 웃음이 나왔다. 좀 전의 고민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치킨을 들고 집으로 가는 라임이는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친구랑 어떻게 할 거야?”
라임이의 얼굴 위 웃음이 살짝 사라지고 있었지만, 모든 게 이미 결정된 것 같았다.
“시도해 보고, 음.. 또 시도해 보고..”
“그게 뭐야? 계획이 없는 거야?”
좀 전까지 엄청 심각했던 라임이의 대답에 신록이는 의아해 물었다.
“아니, 나만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닌 거잖아. 그런데 나는 걔랑 진짜 친구거든. 그러니까 만약 안 받아준다면, 기다려볼래.”
굳이 모두의 이해를 바랄 필요는 없지만, 당연히 모두가 이해 못 할 거였지만, 신록이는 라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록이는 라임이의 우정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누가 뭐래도 네가 그렇다면 네가 맞는 거야. 어쩌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는데, 지금 네가 그 마음이면 너를..”
순간 자신이 없어진 신록이었다.
“응원한다고?”
라임이는 신록이의 진심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라임이는 그래서 신록이가 고마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