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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늘 마치고 뭐 해요?”
나무는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은희의 물음에 고개만 저었다. 오늘은 살짝 어중간한 시간에 마치기에 약속을 굳이 정하진 않았고, 게다가 평일이었기에 나무는 당연히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언니, 그럼 나랑 같이 저녁 먹을래요?”
평소에도 싹싹하고 애교가 많았던 은희는 그렇지 못한 나무에게도 처음부터 살갑게 대해줬었다. 그럼에도 같이 일한 한 달 동안 한 번도 제안한 적 없는 저녁이라 불편할 것 같았지만, 거절하는 게 왜인지 더 미안해서 나무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러자고 했다. 한 번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나무의 수락에 은희의 얼굴은 놀랄 만큼 환해졌고, 활짝 웃었다. 그 모습에 나무는 괜히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 정도로 자신을 생각해 주는 은희에게 좀 전에 가졌던 생각을 얼른 지워야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나무와 은희는 밖으로 나갔고, 나무가 어디를 가고 싶냐고 은희에게 물으려던 찰나였다.
“오빠”
나무는 은희의 말에 은희를 바라보았고, 은희의 시선을 따라 건물 한쪽에 서 있는 누군가들을 보았다.
“언니, 제 남자친구랑 같이 가도 괜찮죠?”
나무는 멀뚱히 은희를 바라보았고, 은희의 남자친구와 다른 한 명이 나무와 은희 쪽으로 다가왔다.
“언니, 이쪽은 제 남자친구 영민 오빠고요, 옆에는 영민 오빠 친구 효인 오빠예요.”
나무는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두 사람에게 어색하게 고개만 숙였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한 얼떨떨한 나무의 표정에 은희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오늘 영민 오빠가 저를 데리러 오면서 효인 오빠도 같이 왔거든요, 그런데 효인 오빠가 언니 인상이 좋다고 해서요.”
나무는 은희의 말에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냈다. 한참을 카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었다. 한두 번 힐끗 거리는 걸 봤지만, 자신을 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도 상상해보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점점 불편해지고 있었다.
“언니, 오빠들이 맛있는 거 사준데요.”
나무는 싫다고 말하고 자리를 뜨고 싶었다. 예의상 받아들인 제안이 점점 감당 못할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무는 이 분위기를 깰 자신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대충 적당히 있다가 가면 될 것 같았다. 이런 자신의 마음에, 결정에, 한숨이 나왔지만 우선은 그렇게 지나가야 할 것 같았다.
“이름이 특이하네요. 이나무.”
어떻게든 대화를 끌어내려고 하는 효인이의 노력은 나무를 점점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 네.. 뭐..그렇죠.”
나무는 굳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얼버무리면 넘어갈 것 같았다.
“나무씨는 취업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음.. 네.”
“어디를 생각하고 있어요?”
나무는 대화가 계속되는 상황이 괴로웠다. 그럼에도 끊어내지 못하고 자꾸만 끌려가는 자신을 건져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음.. 언론사 준비하고 있어요.“
“아, 기자요?”
“.. 아니요. 라디오 PD요.”
“그것보다는 드라마나 예능이 낫지 않아요?”
“.. 글쎄요.”
“저 아는 선배 중에 방송국 사람들하고 친한 사람 있는데, 다음에 같이 만나볼래요?”
아니요.. 라고 말해야 했다. 그런데 나무는 또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만나러 안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더 이상 이 사람도 만나지 않으면 되기에 굳이 직접적으로 거절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지금 이 시간만 대충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았다.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든 게 불편한 시간이었다. 얼마 후, 은희와 영민이는 둘만의 데이트를 위해 간다고 했다. 나무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마무리에 다행이라고 여기며 인사를 건넸다.
“나무씨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아뇨, 여기서 지하철 타면 금방가요. 괜찮아요.”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은희와 영민이는 알 수 없는 웃음을 남기며 멀어져 가고 있었다.
효인이는 택시를 잡으려 손을 바쁘게 움직였고, 나무는 불편한 마음을 애써 숨기며 몇 걸음 떨어져 서 있었다. 나무는 그런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는 여기서 내릴게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내리는 나무를 따라 효인이도 내렸다.
“잠깐만요. 나무씨.”
택시에서 내린 효인은 나무를 보고 있었다.
“나무씨 괜찮으면, 아니 나무씨, 저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요?”
“아니, 저는 지금 누구를 만날 여건이 안 돼요.”
“나무씨는 그냥 계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는 오늘 나무씨를 보고 어떻게든 나무씨랑 알고 지내야 될 것 같았거든요.”
나무는 거절을 또 망설이고 있었다. 너무도 친절하게 말하는 효인이에게 싫다고 말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나무씨, 안된다고 안 했어요. 그럼 우리 또 만나기예요. 맞죠?”
과하게 웃는 효인이의 얼굴에 나무는 어떻게 말해야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순간이었고 그래서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무씨, 내일 연락할게요.”
뒤돌아 즐겁게 걸어가는 효인이를 보고 있는 나무였다. 얼렁뚱땅 일어난 일에 나무는 멍해지고 있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이 순간의 자신의 마음조차 이해 못 하고 있었다. 모든 상황이 불편했음에도 싫은 걸 싫다고 하지 못하는 자신의 탓이라기보다는, 나쁜 의도 없는 효인이를 끊어낼 이유를 찾지 못해서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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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시작한 효인이와의 관계는 1년을 맞고 있었다. 나무는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고, 효인은 여전히 나무에게 한결같이 과했다.
“나무야, 다른 일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때?”
나무가 결과를 전할 때마다 위로 대신 더 현명한 선택에 대해 연설을 하던 효인이었다.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해맑음을 가졌다며 나무의 꿈을 허무맹랑하게 여겼으며, 나무의 노력을 별것 아닌 걸로 치부했다. 그럼에도 나무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너도 이제 26살을 지나고 곧 27살인데, 얼른 자리를 잡아야지. 나는 지금 31살인데..”
나무는 효인이의 말의 의미를 알았다. 늘 농담처럼 했던 말이었다. 집에서 얼른 결혼하라고 하는데..
“있잖아, 나는.. 나는 일을 하고 싶어. 일이 정해진 후에 우리 그다음을 생각해 보자.”
나무의 단호한 말에 효인이는 다시 농담처럼 웃었다.
“당연하지. 나무 너의 마음을 알지. 그런데, 네 옆에 나도 있다는 거 잊지 마. 알았지?”
나무는 효인이의 말에 순간 미안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나무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무는 더 늦어지기 전에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라도 잃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된 주문 같은 효인이의 말에 나무의 마음도 불편해져 갔다.
“나무야, 가끔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꼭 그 길로 가야만 네가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
나무는 위로가 필요했었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나무는 결국 꿈을 바꿨다. 아니 잃었다.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을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두고, 나무는 무료한 일상을 선택했다.
마음은 편해졌지만, 빛을 잃었던 나무였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 나무였지만, 가끔 나오는 한숨을 막지 못한 나무였다.
***
“나무야, 우리 결혼하자.”
혼자서 많은 것을 준비한 효인이었다. 나무의 의견보다 혼자 정한 미래를 꿈꾸던 효인이었다.
“음.. 나는 직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고, 준비도 안 되었는데..”
아직은 안 된다고, 싫다고 해야 하는 나무였다. 앞서서 걸어가는 효인이를 잡아 뒤로 데리고 와야 했지만, 효인이는 나무의 위치를 신경 쓰지 않았다. 효인이는 자신이 밀고 나가면 따라올 나무라고 생각했다.
“걱정 마. 내가 다 준비할 테니까.”
효인이는 나무에 대한 자신의 마음에 먼저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런 마음을 나무가 당연히 고마워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이라면 누구라도 감동할 거라고, 먼저 감동한 효인이었다.
“무슨 일 있어?”
나무는 회사 앞에 온 효인이의 차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들었고, 평소처럼 창문을 내렸지만 인사를 전하지 않는 시무룩한 효인이의 얼굴을 보고 나무는 물었다.
“아니.. 엄마한테 결혼 이야기를 했는데..”
망설이는 효인이의 모습에 뭔지 몰라도 다 알 것 같았다. 효인이를 통해 전해진 효인이의 엄마는 아들에게 헌신적이었고, 사랑이 남달랐으며, 자신의 남다른 사랑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엄마였다. 늘 우리 엄마 같은 사람 없어.. 그 말은 효인이의 말이라기보다는 효인이에게 전해진 엄마의 노력이었고, 효인이도 자신의 생각인지 엄마의 강요인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반대하셔?”
나무는 그게 당연한 수순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을 사랑하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엄마에게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뻔한 내용이 맞을 것 같았다.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조금 아쉬워하셔.”
나무는 자신을 알지 못하면서, 무엇을 아쉬워하는지 궁금했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무엇을 근거로 자신을 아쉬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은퇴하신 부모님과 너무 잘난 언니..”
그게 무슨 상관인지 나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모님은 직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아오신 후 은퇴하신 거였고, 언니는 자기가 잘해서 잘난 거였다.
“우리 부모님 은퇴하신 거랑 우리 언니가 왜?”
“ 너희 부모님이 은퇴 안 하셨으면 더 그럴듯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거지?”
효인은 운전하며 말하느라 나무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우리 엄마는 너는 편한데, 너의 언니랑 너랑 너무 차이가 나니까..”
예전의 기억들이 떠오른 나무는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상하게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나무의 감정하나 없는 질문에 꿈에서 깬 듯 정신을 차린 효인은 애써 웃음을 띠며 말했다.
“나무야, 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해. 알았지? 나 믿지?”
나무는 뭐라고 해야 될지 몰랐다. 모든 의욕이 상실된 나무는 차창 밖의 풍경을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결국엔 결혼까지 한 나무였다. 어색하게 시어머니와 마주 앉아 있는 순간이 답답해지는 나무였다. 믿고 싶지 않았다.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효인이가 이 결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니? 그런 남자 없다.. 우리 아들이지만 참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넌 좋겠다.”
나무는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알지 못했다. 이런 말을 듣고 있는 순간이 짜증 났고, 혼자 자아도취 중인 시어머니의 감정은 나무와는 상관없이 표출되고 있었다.
“네..“
“이 결혼 허락한 우리가 감사할 거야, 그렇지?“
혼자 즐거워진 시어머니였다. 왜 저런 말을 할까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나무였다. 시댁의 위치가 우위에 있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한가득 가진 시어머니의 관점을 나무는 굳이 지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나무에게 요구하는 게 많았다. 토요일에는 같이 저녁을 먹자, 평일이지만 오늘 저녁에 잠시 들러라, 시골 모임에 가야 되는데 너희들도 같이 가기로 했다, 이번 생일에는 용돈으로 달라는.. 나무의 의사는 중요치 않은 듯, 자신의 결정들을 별 망설임 없이 전했다.
“이번 주말은 좀 쉬면 안 될까?”
나무는 효인이가 먼저 끊어주길 바랐지만, 효인이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무는 처음으로 부탁했다. 자신들의 일이 아닌 걸로 싸울까 봐 늘 참던 나무에게 한계가 왔음을 효인이는 끝끝내 알아채지 못했다.
“엄마가 토요일 하루는 같이 밥 먹자고 결혼 초기부터 말씀하신 거잖아. 그건 지켜야지.”
“수요일 저녁에 다녀왔잖아. 이번에는 한 번만 거절해 주면 안 될까?”
“수요일에는 갑자기 삼촌이 오셔서, 그래서 저녁만 잠깐 먹고 온 거잖아.”
효인이는 이번에도 나무의 의견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무가 꽤 오랜 시간을 알지 못하는 대화를 듣고 있었음을, 그럼에도 효인이는 그 시간들을 ‘잠깐’이라는 단어로 축소시키고 있었다.
“나무 너, 엄마한테 우리 결혼시켜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며?”
나무는 효인이의 입을 한참 보고 있었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어?”
“그래놓고는 지금 이렇게 행동하면 그 말하고 안 맞잖아?”
나무는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그런 말을 내뱉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 더 이상 내뱉지 않은 말들이 있었고, 그걸 혼자 해석한 시어머니는 그렇게 미화시켰건 거였다.
“결혼하고 나서, 같이 우리 집에 제대로 간 적 없잖아?”
나무는 이렇게 된 이상 유치하게 따지고 싶었다.
“나야, 바빠서 그랬지.”
“나도 바빠. 나도 쉬고 싶어. 왜 나만 당연히 해야 되는데?”
나무는 화가 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억울하고 이 모든 상황이 답답했다. 자신에게만 당연한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식날 우리 아빠한테 큰절했잖아. 감사하다고 했잖아.”
나무는 그날 효인이의 행동을 진심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던 나무였다.
“그날 그건 예의상 그렇게 하는 거야.”
나무는 눈물이 났다. 예의상이라는 효인이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어떻게 쏘아줄지 생각하느라 눈물이 흐르는 것도 몰랐다.
“예의상? 나는 왜 진심인데? 나도 예의상 했어. 뭐가 감사한데? 왜 나 혼자 감사해야 되는데?”
나무는 후회했다. 이 순간 결혼 자체도 후회되었지만, 그것보다 지금껏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참았던 그 모든 게 후회가 되었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됐지?”
나무는 효인이의 태도가, 마지못해 하는 사과가 싫었다.
“혼자 가. 나는 오늘 안 갈 거야. 아프다고 해.”
나무는 그렇게 말한 후, 방에 들어갔다. 한참 후 효인이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늦은 밤, 효인이는 집으로 왔고, 나무가 있는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다른 방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월요일, 출근하고 잠시 앉아 있던 나무는 효인이에게 문자를 보낼까 고민하고 있었다. 일요일도 하루종일 아무 말 안 하고 마주치지 않았던 둘이었다. 나무는 자신의 의견이 틀리지 않았지만, 효인이와 이렇게 지내는 건 그만하고 싶었다. 말할 기회를 찾고 싶었지만, 오늘 아침까지도 해결 못했기에 문자로 쓰고 지우고 하고 있는 나무였다.
울리는 전화에 나무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시어머니 전화였다.
“네, 어머니.”
“넌 몸은 좀 괜찮니?”
“네.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됐다. 그리고 아무리 몸이 안 좋아도 네가 전화 한 번은 할 수 있지 않니?”
나무는 몸이 안 좋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나무의 전화를 바랐던 시어머니의 심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있음 먼저 전화를 해라. 네 남편 혼자 우두커니 있다 갔잖니.”
나무는 시댁에 갈 때마다 주방에 있느라 효인이와 집으로 갈 때가 되어서야 눈 마주치고 말할 수 있었던 기억을 굳이 찾아내지 않았다. 앞 뒤가 맞지 않는,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의 뜻을 알고 싶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다음 주에 오너라. 밥 잘 챙겨주.. 먹고. 끊으마.“
자신의 아들에게 소홀할까 봐 걱정하는 말이었음을.. 화도 나지 않는 전화내용에 나무는 한참을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