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내게 숨결을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늘이 되어 달라고 조르는 너.
얘야,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그리도 숨이 차도록 뛰어 올라와 앉았니.
기대어 앉은 너의 어깨를 안아볼 수 없어 내 돋아난 잎의 주름을 펴는 수밖에 없구나
세상의 숨이 날이 갈수록 차가워질 때, 너를 잠시 가려줄 잎이 떠날 때란 걸 안단다.
곱게 입혀서 보내주려 했건만, 고운 옷 하나 입히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잎이 있다는 걸 너는 아니.
얘야, 너는 어떤 이별을 했기에 지난 봄의 미소를 잃은 채 서 있는 거니
하얀 꽃이 내 머리 위로 앉을 때면, 사람들은 내게 행복을 심으러 온단다.
찬란한 빛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 달라고 내 머리 위로 빛나는 화관을 걸었어.
얘야, 지나가는 길에 나를 잠시 봐다오. 지난 봄의 미소를 지어 주렴.
세상이 초록으로, 분홍으로 물들 때 어느 세상은 기울기도 한다는 것을 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더욱 잎의 주름 하나하나를 바짝 세워야 한단다.
얘야, 몇 번의 계절이 흘러도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렴.
네 시선에 묻은 모든 나무는 너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