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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Oct 18. 2021

마음의 울타리

여름에서 걷고 있어요.

귀뚜라미랑 매미가 같이 우는 계절이 됐다. 매번 내 친구는 내가 하늘 사진을 마음이 들어하는 걸 알고 나선 잘 나온 사진은 모두 가져다준다. 늘 사진을 찍는 시선이 예뻐서 진심으로 좋아하는 편인데 이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시선을 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선을 붙드는 사진이 참 편안함을 준다.   


요즘 매일 자기 전 하는 루트가 있는데 오늘은 글이 먼저 쓰고 싶어서 앞당겼다. 희망적인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며칠이 지났다고 또 쌓이는 이야기가 싫어서. 털고 싶어서, 또 마냥 애매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쓴다.

근데 이 이야기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마음은 묘하다.

내심 좋아요 눌러주나 기대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음, 엊그제 나는 조금 보잘것없는 시도를 했다.

뭐 별거 없는 변화지만 누가 보는 것도 싫어서 꽁꽁 걸어 잠근 이 계정을 공개로 놓은 정도? 왜 그랬냐 물으면 아마도 그냥 의미를 부여하여 넣은 작은 시도 정도다. 울타리를 내려 보려고.     

나는 우리 오빠랑은 그다지 대화가 없는 사이였다. 대화를 하게 된 건, 내가 조금 변화가 생기고 나서였던 것 같다. 다른 이야기들은 마음에 남지 않는데. 언제나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대상에게 정확히 나를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은 좀 낯 뜨겁다고 해야 하나. 의외라고 해야 하나.


우리 조금만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울타리를 내려 보자고. 참 그 말이 무어라고 조금은 울 뻔했다. 이게 사람을 보는 높은 시선을 낮추는 데에 큰 힘을 갖진 못할 건 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남는 건 그렇게 아주 모난 부분이 많은데도 괜찮다 여겨준 그 마음.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좀 더 애틋하게 바라봐 주고 안타까워해주는 그 마음.

네가 용기가 안 나면 내가 먼저 낼 테니까 기다리라고 했던 그 마음.

가장 용기가 없어질 때 내 안에서 가장 센 무기가 되는 그 마음들.

숨이 차고 눈물이 날 때 가장 벅찼던 마음들.     


요즘 읽었던 책이 있었다. 그 책을 보고 난 후에는 내 안의 세계는 구축이 되어 있는 것보다 의식하고 있는 쪽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직 고민의 해답은 찾진 못했다. 단단하지 못한 세계는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니까. 뭐라는 걸까.


울타리를 계속 낮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건 확실히 욕심이다. 이미 수많게 얽힌 그 친구들처럼 아주 확실한 색깔과 마음으로 같은 일상을 살고 싶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빨리 뛰어넘고 싶다는 욕심. 그 욕심을 버리면 울타리도 낮아질 수 있을까.     


내가 그대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남을  있게  줄까.오래도록 주고받을  있으면 좋겠다.


작은 사랑에서  사랑까지.


#사진은 운동하고 있는 주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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