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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Oct 18. 2021

나는 그대가 만든 사랑의 어떤 일부야.

오늘따라 첫마디가 어렵다. 마음을 꾸욱 눌러 담아 쓰고 싶지만 감기는 눈, 약간의 두통, 가파른 숨이 나오지만 오늘이 아니면 어떻게 쓰나 싶어서. 아니, 어쩌면 글이 더 어수선할까 싶어 고민스럽다. 제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그대에게도, 그대들에게도.          


얼마 전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누군가 물었다. 이다음엔 하고 싶은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 아, 참 고민스러웠다. 때 마침 그때 인스타 피드에 올라왔던 수많은 인용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사랑에서 갑이 되는 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였다. 그 내용의 대답은,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조바심, 나만 좋아하는 것 같다는 그 어떤 불안에서 오는 생각에 을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난 사랑 했으니 됐다. 사랑을 줄 수 있어서 기뻤다는 여유를 갖는 거. 그게 을이 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어떻게 사랑했으니 그것만으로 행복을 느낄까.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진득한 사랑도, 진한 사랑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찰나의 인연에게 이러면 안 됐다는 걸 배웠을 뿐. 주는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 찰나의 인연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인연 속에서도 무수히 겁을 냈던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들을 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되는 건 그 찰나를 거칠수록 내가 받칠 수 있는 순정은 점점 작아져만 간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슬픈 일인 거다. 내가 그 찰나에게 줬던 그나마의 맑은 순정을. 똑같은 양, 모양, 느낌으로 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게. 그래서 이다음의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수히도 고민했다.     

    

과도기인지 모를 이 순간, 감정, 생각들 마저도 잊게 될 것 같아서.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었던 내가 사라지고 다시 사랑만 갈구하게 될까 봐. 아직도 기우인지,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이다음에는 주는 사랑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지금의 나로서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나 혼자만의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등 뒤에 묵묵히 있겠노라고. 한때의 진심을 받쳐서 나를 위해 용기를 냈었던 그 짧은 찰나의 사람의 마음이.     


어쩌면 지긋지긋했을지 모르는 그 수많은 말들을 가만히 옆에서 들어주고, 가림막이 되어주고, 웃어주었다가 화내 주었다 했던 나의 커다란 등대가.     


오늘의 하늘은 어땠는지, 네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담고 왔는지 알려주며 응원해 주는 작고 단단한 친구의 사진과 말 한마디가. 내가 너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로 인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만한 행복이 어딨냐며 얼마든지 네 행복을 사기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겠다던 키 큰 친구의 한마디가.  

    

그대가, 그대들이. 지금 여기로 나를 이끌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실 어젯밤 내 등대가 그랬다. 이제는 서운하다 말하며 하늘 보며 웃는 네 옆모습을 보는 게 새삼 달라 보였다. 어쩐지 미묘한 감정이 들었지만 숨기려 애썼던 걸 너는 이걸 보면 알지 모르겠다. 우리가 나란히 앉아서 웃을 수 있는 시간도 어쩜 이제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그런 부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느껴서 일 테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두 가지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찰나의 인연들, 그대와, 그대들이 품어준 사랑으로 나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아직 내 안에서 맑은 걸 건넬 순정이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받은 사랑으로 느꼈던 사랑을 온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다. 그래서 사랑받게 되거든, 그것은 그대도 사랑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형태가 다른 순정이었다는 점.

그러니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나는 아직도 불완전하다. 잊어버릴까 불안한 나를 위해서, 이 글은 용기를 꺼낼 작은 일기장이란 사실이다. 그 불안을 잊기 위한 보물 창고 같은 것. 여기에 남아 있는 사랑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사랑스럽다고.


그러니 잊어버리지 말고 받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또 적는 거라고.     


혹여 네가 지친 날에도 이런 사랑으로 나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 테니, 그립게 되는 날이 오거든 꼭 보러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 남겨 두는 거라고.     


사실은 너무 아쉽다. 더, 더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할 수 없다는 게. 꼭,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주는 사랑의 언어들을.

  

#사진은 운동하고 있는 주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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