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질투를 몹시 받는 듯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긴 팔을 입어야 할지, 반팔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는 날씨에 나도 절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비싸게 사뒀던 바바리코트를 입을 수 있을지 묘하게 걱정이 되는 요즘.
‘이렇게나 실수하는데도 돈을 준다고?’
그런 회사에 절하고 다니라는 친구의 말에 웃었지만, 마냥 웃긴 얘기는 아니었다. 수습 기간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제나, 저제나 짤리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가 난리도 아니다. 너무 불타오르는 탓에 쉽게 꺼지는 불일까 모두가 염려하고 있기도 하다. 아, 그럴 만도 하지. ‘정직원’만을 원하는 거랑, 롱런을 하고 싶은 거랑은 다른 이야기니까. 그러니까, 후자가 되고 싶어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한 달을 지나치고 있다.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다면, 번갯불 콩 볶아 먹는 연애는 막을 내렸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 순전히 내가 변한 탓이었다. 연애가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었다. 이번의 연애는 애초부터 가볍게, 나를 투명하게 보이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게 또 화근이었던 것 같다. 또한 큰 이상이 없는 연애 전선에 감사함 따위는 저버린듯 했다. 그래, 그래서 헤어지는 쪽을 택했다. 그럼에도 연애가 쉽다고 생각은 안 든다. 나를 다 보이는 것도 안되지만, 어느 정도 보여야 한다는 이 모순에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시원한 커피로 목을 축이며 이따금 생각해 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눈을 또르르 굴리며, 천장을 바라보기도 바깥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 사이에 더 애석한 일도 겪었던 것도 떠오른다. 그래, 더 사귀었다면 이런 자존심 상하는 일까지 모두 고해야 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정말로, 애석하게도 그걸 뭐라고 적어도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없어서 쓰지 못하지만.
왜 애진작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미련이었는가, 안일함 이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이내 생각하는 것을 거두었다. 아니, 어쩜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지만 지난 십 년이 쓰레기가 된 것 같아서.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래서 생각에 이르기를, 사람들이 가벼움을 쫓고 가벼운 관계를 지향하는 걸까. 이다음은 어디로 향할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넘어오지만 잊어버리려고 소주를 털어 마신다. 또 다음 한 달은 어떤 한 달 일까.
걱정이 앞서는 연휴의 오후다.
P.S :: 사진은 주혜에게서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