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10월을 맞이하게 될 진 몰라도, 열심히 부딪혀야지 했다.
그런데 9월이 끝나가는, 10월을 앞둔 하루 전에 다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마도 신이 잠시 머물다 간 게 아닌가 싶었다. 이번엔 살리는 게 아니라 혼내려는 쪽으로.
그나마 수술로 이어지지 않은 골절 정도여서 망정이었다. 가장 친한 대학교 동기의 결혼식을 한 주 앞두고 붕대를 풀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새 옷을 입고 나간 11월은 나뭇잎이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색색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는 계절에 항상 사람을 사랑하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올해는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달라고도 않았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막지 않고.
그런다고 퍽이나 사랑을 알게 되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공허함만 남는 쪽이 된 것 같다.
가벼운 만남과 짧은 키스 하나에 사랑이 절절 끓을 리가 없잖아. 그렇지?
나뭇잎과 같은 관계들을 무심히 보자면, 이 얼마나 바보 같은 관계인가.
근데 거짓말은 한 줄도 안 썼어. 그래서 여우가 못됐나.
사랑해서 우는 사람은 너무 가엾고 귀엽다. 그 좋아함을 좋아해 본 적이 얼마나 있던가.
나는 그 좋아함에 항상 아리송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그렇게 울어.
근데 이제는 안다. 나는 남들보다 감정적이면서도, 사랑에는 무디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꿰고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 공식이다. 그것을 못 하기에, 나는 노력해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치 시험 보는 것처럼.
사람을 좋아하는데도 공식처럼 외워야 한다는 게 얼마나 막막한 지, 너는 아니?
인생 자체도 그렇다. 퀘스트를 깨야 하는 사람처럼.
공식을 외우기 위해서 지독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게, 내가 가진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 지겨워서 가벼움에 몸을 담그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공식이 없고, 외울 필요도 없는 것들의 하나니까.
그래서 결심했다. 나를 위해서라도 공식을 외워 보자고. 아니, 차라리 공식이라도 세워보자고.
이제 곧 맹렬한 추위가 몰려올 것이다.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든 것이 정리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외로운 12월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만 털고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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