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사춘기

by 크림

내 성격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건데, 나는 흥미가 생기는 것에 대하여 직접 경험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그게 상처받는 결과가 되더라도 말이다. 그래, 내 마음에 차도록 양껏 해보고 나야 그제야 흥미를 상실하는 거다. 머리로는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끝없는 도박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진짜 도박에 빠지는 것보단 낫다고 위로해야 하나. 관자놀이를 꾹 눌러 생각해 보지만 표현이 천박한 것 같아 그건 아니라고 하련다.


중2병에 걸려 보긴 했어도, 사춘기를 거쳐보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30대가 지나가고 있는 초반부에 사춘기가 왔다고 말하기엔 좀 창피하지 않나 이거. 싶다가도, 맞는 것 같아서 요즘 난 사춘기야.라고 말하고 있다. 근데 누가 그러더라, 더 늦은 나이에 사춘기가 온 것보단 낫지 않냔 말이 꽤 위로가 되었다. 느린 걸음이긴 하지만 지금 온 게 나을지도.


그래서 사춘기가 와서 한 행동이 뭐냐고 물으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미쳤어?’ 하고 등짝은 한 번 맞을 정도의 일 정도는 해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절대로 담배는 하지 않았다. 한번 호기심에 피워 볼까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 그래, 이건 칭찬받으려는 독백이다.


9월, 꽤 우울했다. 왜 실컷 저지르고 나서 괜히 뒷일이 두려운 똥 강아지가 되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성을 내고 다녔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서 세 번이나 바람맞고 나니 자존심이 상해 만나자는 사람마다, ‘귀찮으니까 나중에’라는 말을 하고 집에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이건 종이를 박박 찢는 짜증을 내는 것과 같았기도 했고, 동시에 호르몬의 농간에 놓인 한 인간에 불과했다. 더웠다가, 짜증 났다가 그랬다.


사랑 없는 스킨십도 해보고, 입술을 부벼 보아도 마음은 찰 줄을 몰랐고, 사랑을 주고자 하는 대상에겐 짜증을 잔뜩 부렸다. 그러고 나니 깨달은 게 있는데, 이건 엉뚱한 분노 표출이었고, 어수선한 자유 갈망이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걸 다르게 해소하려는 이 행위에도 문제가 붙는단 걸 깨닫고 나서는 하지 말아야지 싶었다.


만족을 하지 못해도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타협점을 아직 찾지 못했다. 이것만 찾는다면 사춘기는 어느 정도 소강될 것으로 보인다. 100일도 안 남은 올해를 아무래도 이 타협점을 찾는 데에 쓸 것 같다.


다가오는 10월은 태풍의 눈 한가운데에 놓인 사람이 될 것 같다. 정면으로 태풍을 맞이하고 통과하고 나면 한껏 성숙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 하면 되겠지.


어수선했던 9월에 쉼표를 찍고, 슬슬 바깥으로 나가보려 한다.

커피 한 잔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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