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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Dec 04. 2021

술을 먹어도 된대요.

코로나가 오기 전 나는 종종 술을 찾곤 했다.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일본식 이자카야였다. 꼬치구이와 나가사끼 우동 그리고 소주.     


사람 살이가 다 그렇듯, 술 먹는 이유는 비슷했다.

오늘 상사가 너무 화가 나게 해서. 그냥 술이 먹고 싶어서. 오늘은 비가 오니 적적한 기분이 들어서.     


그러면 금요일 저녁에 홍대로 간다. 여덟 시에 만나기로 하고 먼저  사람은 주문을  놓는다. 문을 들어서바로 보이는 대각선, 혹은 우측 자리의 널따란 자리에 앉곤 했다. 서로 앉고 눈이 마주치면 소주잔을 든다. 그럼 가득  잔을 따라 주고 말한다.     


첫 잔은 원 샷이지.     


꼴깍. 넘기는 술은 적당히 쓰고 달았다. 안주가 나오기 전 먹는 단무지의 맛도 달콤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섯 종류의 꼬치구이가 일차로 나오고  또 그다음에 우동이 나온다.      


그럼 우리는 또 안주를 집어 두 번째, 세 번째 잔을 든다.     

그때 나누었던 어떤 대화는 선명하기도, 흐릿하기도 하지만 꽤 진지했다.

그중엔 너의 행복을 바라기도 하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하고, 너무 흔들려 울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 앞에 있어 준 친구는 말없이 잔을 들어주기도 하고 어리광을 들어주기도 했다.      


딱 한 잔만 더 하자.    

 

이미 취했으면서 하는 말.

그럼 친구가 묻는다.  

   

너, 더 먹을 수 있어?

진짜 먹을 수 있어.     


그럼 친구는  이기는   병을  시키곤 내가  잔을  먹을 동안 남은 다섯 잔을 먹어준다.


요즘 가끔 술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부딪히는 잔, 맛있는 안주. 쓸데없는 농담, 서로 사는 이야기, 가끔은 진솔한 이야기들 같은 거.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술이 너무 먹고 싶어요.


왜 먹고 싶어요?

그냥 그런 날 있잖아요. 비 오는 날 파전 먹듯, 가끔 소주가 당기는 날 있잖아요.

그럼 아주 많이 마시는 게 아니니 드셔도 될 것 같아요.     


혹시나 잘못될까 금해뒀던 술을 마셔도 된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병원 길을 나섰고 친구에게 말을 했다.     


술을 마셔도 된대. 조만간 먹자.    

 

나는 곧 소주잔을 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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